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덩케르크 戰場 한 가운데, 관객을 던져 넣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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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개봉 '덩케르크'의 3長3短]

'인터스텔라' 놀런 감독의 전쟁극… 극적 과장 않는 예술 영화 느낌

불바다 해협 등 현장감 넘치지만 주인공도 근접 전투 장면도 없어

"완성도 높으나 대중성 떨어져"

연합군 병사들의 머리 위로 항복을 종용하는 나치 독일의 '삐라'가 춤추며 쏟아져 내렸다. 2차 대전 초기인 1940년 5월 프랑스 북부 해안 소도시 덩케르크(프랑스어 표기법으로는 '됭케르크'). 연합군은 바다를 등진 채 독일군의 공세를 가까스로 버텨냈다. 모래사장엔 철수를 기다리는 영국·프랑스·벨기에 병사 40만명이 끝없이 줄지어 있다. 오직 살아남겠다는 생각뿐인데 배는 오지 않고, 가까스로 오더라도 독일 U보트의 어뢰에 속절없이 폭침됐다. 과연 살아서 돌아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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덩케르크 철수 작전의 현장 지휘관인 영국 해군‘볼튼 사령관’(케네스 브래너)이 병사들로 꽉 찬 선박 접안 시설 위에 서서 해협 건너 영국 쪽을 바라보고 있다. 20일 개봉하는 영화‘덩케르크’는 독일군에 포위 섬멸될 위기에서 약 34만명의 연합군을 구해낸 기적의 전쟁 실화를 다룬다.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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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개봉하는 크리스토퍼 놀런(47) 감독의 '덩케르크'는 올여름 대작 시즌의 첫 타자다. '다크나이트' '인터스텔라'의 놀런은 국내 관객이 유독 편애하는 감독. 이번에는 사상 최대 철수 작전을 다룬다. 영국군 22만6000명과 프랑스·벨기에군 11만2000명을 바다 건너 영국 땅으로 철수시켰던 민간 선박들의 목숨을 건 연합군 구출 작전. 이 기적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에는 세 가지 장점과 세 가지 약점이 있다.

덩케르크의 세 가지 장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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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①다큐멘터리를 닮은 현장감이 있다. 굉음을 내며 하늘에서 내려오는 나치 폭격기는 덩케르크 해변의 사신(死神)이다. 무방비 상태로 폭탄 세례를 받은 병사들. 살아남은 이들은 전우의 시신을 치우고, 살기 위해 다시 줄을 선다. 이미 수많은 죽음을 지켜본 이들의 표정이 너무 담담해 오히려 초현실적이다. 어뢰 피격으로 물 찬 선실을 빠져나가려 발버둥칠 때, 침몰하는 배의 기름 때문에 바다 위가 불바다가 될 때, 관객은 마치 참극 한가운데 있는 현장감으로 몸서리를 친다. 놀런 감독은 "대부분 영국인처럼 나도 패배의 문턱에서 승리를 움켜쥔 덩케르크 이야기를 들으며 자랐다. 그 시간 그 해변에 관객이 실제로 가 있는 듯 체험토록 하고 싶었다"고 했다. 또 하나는 ②땅·바다·하늘의 입체적 이야기 진행. 한 이야기를 단선적으로 따라가는 대신 이 육·해·공의 공간에서 진행되는 서로 다른 길이의 이야기를 병렬 혹은 교차시킨다. 병사들은 포위된 해변에서 7일을 보내고, 그들을 구하러 가는 민간 선박 속 사람들은 바다에서 하루를 견디며, 엄호에 나선 영국 공군 파일럿들은 하늘 위에서 몇 시간 동안 생사의 경계를 넘는다. 서로 다른 의지와 결의, 생존 열망과 희생정신이 각자의 시공간에서 엇갈리다 하나로 만나 맞물린다. 영화음악 거장 한스 치머(Zimmer)는 배의 엔진 소리, 시계 초침 소리 등을 차용한 ③긴장감 넘치는 음악으로 자칫 무미(無味)해질 수 있는 이야기에 힘을 불어넣는다.

덩케르크의 세 가지 약점

다큐멘터리적 현장감이라는 말은 뒤집어 말하면 극적 재미를 추구하지 않았다는 뜻. 잔혹한 전투와 인간미 넘치는 이야기를 동시에 보여준 '라이언 일병 구하기' 같은 작품과는 전혀 다른 전쟁 영화다. 우선 '덩케르크'에는 ①유혈 낭자한 근접 전투가 나오지 않는다. 연합군을 위협하는 것은 지상 방어선 건너편의 독일군, 바닷속 U보트, 하늘 위 폭격기처럼 '보이지 않는 적'이다. '라이언…'처럼 잔혹한 전투 장면을 그대로 보여주면서 그 속에서 고통받는 인간을 클로즈업하지 않는다. '유혈'은 대부분 관객의 머릿속에서 상상할 뿐이다. ②독보적 주인공도 없다. 관객이 감정이입할 대상을 찾기 쉽지 않다는 건 상업 영화로서는 약점. 톰 하디, 킬리언 머피 등 이름난 배우들이 나오지만, 영화가 끝나도 극 중 이름을 기억하기 어렵다. 해외 평단도 "튀는 캐릭터가 하나도 없어(zero distinctive character)" 관객의 호불호가 갈릴 것으로 전망한다. ③극적 과장도 없다. 눈물 쏙 빼는 휴먼 스토리도, 감정을 끌어올리는 클라이맥스도 없다는 뜻이다. 놀런 감독은 "감독 의도 대로가 아니라 관객들 스스로의 시선으로 역사를 체험하길 바랐다"고 했다. 정지욱 영화평론가는 "놀런 감독다운 세계를 보여주는 완성도 높은 영화지만, 상업적 성공을 거둔 전작들과는 결이 달라서 대중적 영화로 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이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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