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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양지 #명품… 펑펑 질러야 욜로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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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아끼지 말자’로 해석되며

흥청망청 지출 뒤 후회 늘어

기업도 욜로 들먹이며 상술
한국일보

욜로삽화


“꼭 해외여행을 가야만 ‘욜로(YOLO)족’인가요?”

여행을 즐기지 않는 5년 차 직장인 최모(30)씨는 여름휴가 계획을 묻는 동료들에게 “집에서 쉬며 맛집투어를 할 예정”이라고 했다가 묘한 시선을 받았다. “욜로가 트렌드다”라며 “한번뿐인 인생 그렇게 썩힐 거냐” “지금이라도 여행지를 알아봐라”는 참견이 이어졌다. 두 배 가량 비싸진 성수기 여행비용을 부담스러워 하면서도 경쟁하듯 자신들 휴가지를 나열하는 동료들을 보며 최씨는 “남들 눈에 그럴듯한 화려한 삶을 사는 게 욜로라면, 그리 살고 싶지 않다”고 했다. “퇴근 후 맛있는 한끼 등 소소한 일상에 만족하며 사는 것도 욜로”라는 것이다.

‘인생은 한번뿐(You Only Live Once)’이라는 뜻의 욜로. 지난해 말 국내에 알려져 급속도로 퍼지더니 많은 이에게 이상적인 삶의 방식으로 자리했다. 17일 취업포털 사람인에 따르면, 2030세대 830명 대상 인식 조사에서 5명 중 4명 이상(84.1%)이 “(욜로는) 긍정적이다”라고 답했을 정도다.

그러나 ‘미래보다 현재 행복을 추구하라’는 의미가 ‘돈을 아끼지 말라’는 식으로 해석되며 사치∙낭비를 정당화하고 있어 거부감을 드러내는 이들도 덩달아 늘어나는 추세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타그램만 봐도 이국적 풍경을 자랑하는 휴양지, 각종 명품, 값비싼 음식 등을 찍은 사진이 ‘#욜로’라는 해시태그(특정 핵심어를 편리하게 검색)와 함께 올라와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한국일보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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욜로 열풍에 휩쓸려 돈과 시간을 낭비했다가 후회하기도 한다. 삶이 단조로워 고민하던 직장인 정모(28)씨는 “괜찮은 취미 하나 있으면 삶의 질이 높아진다”는 친구 조언을 따르려다, 취미를 찾는 데만 100만원 넘는 돈을 썼다. ‘돈 쓰는 걸로 고민하는 건 궁상’이라는 생각이 들어 ‘행복’을 핑계로 과소비를 정당화했다는 게 정씨 설명. 정씨는 “한두 번 치고 덮어둔 전자피아노(35만원), 퍼스널트레이닝(PT) 10회 이용권(48만원) 등이 남긴 건 행복이 아니라 한숨”이라고 했다. 취업준비생 강모(30)씨는 “얼마 전 술자리에서 술을 자제하는 모습을 보이자 친구들이 ‘욜로’를 외치며 ‘마시고 죽자’ 식으로 나와 황당했다”고 털어놨다.

기업들은 욜로를 들먹이며 소비를 부추기고 있다. ‘획일화된 디자인에서 벗어나야 욜로라이프’라며 최고급 수제화 구매를 권하는 등 아무데나 욜로를 갖다 붙이고 있다. “욜로족이라면 본인이 원하는 대로 얼굴을 바꿔야 한다”는 성형외과까지 등장했다. 주부 송모(28)씨는 “예전 웰빙열풍, 힐링열풍이 떠오른다”며 “욜로라는 말이 붙으면 (제값보다) 비싼 것 같아 구매가 꺼려진다”고 말했다.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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