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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TF프리즘] 여자골프와 유리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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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

박성현이 17일(한국시간) US여자오픈에서 우승한 뒤 트로피를 들어보이고 있다. / 게티이미지코리아 제공


[더팩트 | 최정식 선임기자] 박성현(24)이 17일(한국시간) 끝난 제72회 US여자오픈에서 우승했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신인인 박성현이 첫 타이틀을 메이저 대회에서 따낸 것도 대단하지만 상위 10명 가운데 8명이 한국 선수라는 점은 뭐라고 표현해야 할지 모를 정도다.

한국여자골프의 강세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어서 해외 언론도 '계속적인 지배(continue their domination)'라는 말을 당연하게 쓴다. 그런데도 주목할 만한 성과가 있으면 다시 질문이 던져진다. "도대체 왜 강한가?" 같은 물음이 반복된다는 것은 아직도 명확한 해답은 없다는 얘기다.

한국 여자선수들은 일본 투어도 석권하고 있다. 일본 골프계와 언론은 놀라움과 부러움이 섞인 시선으로 한국여자골프를 바라보며 묻는다. "왜 강한가?" 그래서 일본 투어에서 활동 중인 선수들을 관찰하고 직접 질문해 나름대로 이유를 찾고 있다.

그 하나는 강력한 롤 모델의 존재다. 일본 투어를 평정한 신지애, 김하늘, 이보미는 모두 1988년 생이다. 이들이 태어난 지 9년 뒤에 한국은 외환위기를 겪게 됐다. 그리고 그 어려운 시기에 박세리라는 국민적 영웅이 탄생했다. LPGA 참가 첫해인 1998년 US여자오픈에서 20세 9개월의 나이로 당시로서는 사상 최연소 우승을 차지했다.

이 모습을 보면서 신지애 등의 부모들도 딸을 박세리처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됐다는 것이다. 부모는 힘들더라도 자식의 골프 교육을 위해 지원과 헌신을 아끼지 않고, 딸들은 자신만의 성공이 아니라 가족의 꿈을 이루기 위해 필사적으로 운동에 매달린다는 것이다.

사실 이런 분석은 이전부터 나왔던 것으로 새로울 게 없다. 이미 국내에서도 그런 점들을 한국여자골프가 강한 이유로 봐 왔다. 한국의 여자골프 선수들은 초등학교 때부터 부모의 헌신적인 뒷바라지 속에 열정적으로 골프에 전념하며 실력을 키운다.

한국 선수들은 신체조건이나 장단점, 경기를 풀어가는 스타일이 서로 다르다. 그럼에도 각자 세계무대에서 통할 수 있는 실력을 갖출 수 있는 것은 치열한 경쟁이라는 환경이 바탕이 된다. 같은 꿈을 쫓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목숨을 걸 정도로 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 어릴 때부터 여러 단계의 투어를 통해 많은 대회를 소화하면서 경쟁에서 이긴 선수들이 LPGA에 도전할 단계에 이르면 이미 강자가 되어 있다. KLPGA나 국가대표 같은 공식적인 시스템뿐 아니라 사회문화적 환경 자체가 선수들을 단련시키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국내 골프계에서 여러 해 동안 일했던 한 외국인이 한국여자골프에 대해 흥미로운 말을 했다. 그 역시 선수들의 열정과 부모들의 헌신이 성공의 가장 큰 이유라고 보면서도 한국 사회에서 여성이 처한 환경도 관련이 있다고 생각했다. 여성으로서 사회에서 자신의 능력을 입증하기 위해서는 강한 멘털과 성취욕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환경에서 성장하면서 흔들리지 않는 정신과 성공에 대한 동기를 얻게 된다는 이야기다.

그러고 보면 골프뿐 아니라 많은 종목에서 여자선수들이 눈부신 성과를 거두는 일이 드물지 않다. 다른 분야에 비해 스포츠는 성별에 대한 편견이 적고 기회의 공정성이라는 면에서도 여건이 좋은 편이다. 골프로 최고가 되겠다는 꿈을 가질 만한 것이다. 사회적 장벽이 스포츠에서 세계의 벽을 넘어서는데 일조하고 있다고 봐야 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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