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의 앵커브리핑을 시작하겠습니다.
서울 덕수궁의 석조전은 우리나라 최초의 르네상스식 석조건물입니다. 1900년에 착공해 10년만인 1910년에 작업을 마쳤습니다.
아름답지만 조금은 생경했을 그 서양식 건물의 완공과 함께 앞에 놓인 작은 석상들이 시원한 물을 뿜어내기 시작했습니다.
서울 최초의 분수라고 알려진 덕수궁 석조전 앞 분수대의 모습입니다.
해방 후에 이 공간에서 미소공동위원회가 열렸다 하고 그날도 분수는 청명한 물을 뽑아 올리고 있었습니다.
때맞춰 모란이 만발했던 5월 어느 날의 일이었습니다.
최초의 그 분수 이후로…분수를 싫어하는 이가 있을까?
"대지의 중력을 거슬러… 물의 운명에 거역하여 하늘을 향해서 주먹질을 하듯이 솟구친다…가장 물답지 않은 물."
이어령은 그렇게 묘사했습니다.
그의 말처럼 분수는 폭포와는 달리 중력을 거스르는 즉, 우리가 가진 상식의 격을 파함으로써 그 의외성으로 사람들의 시각과 촉각을 행복하게 하는 존재임에 틀림이 없습니다.
내년도 최저임금 7530원.
천원이 넘는 인상폭에, 한쪽에선 반가움을 표했다지만 다른 한쪽에선 그것이 가져올 부작용을 걱정하고 있으니 최저임금 7530원은 어쩌면 중력에 순응하지 않은 물답지 않은 물일지도 모르지요.
그리고 그것은 지난 10년 간 기다려 왔던 낙수효과. 즉 그릇에 물이 차면 자연스레 물이 넘쳐 모두를 적셔준다던 믿음이 허물어진 것에 대한 반작용이었을 것입니다.
물의 운명을 거역하며 하늘로 솟구치는 분수처럼 이제는 세상을 거꾸로 적셔보려 한다는 논리.
우리는 이제 다른 방향으로의 실험을 시작했고 방향을 바꾸는 일은 결코 쉽지 않을 것입니다.
오늘 공정거래위원장은 4조원의 정부 보조금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반응에 역시 물에 비유하며 그것은 마중물이라 했습니다.
그렇게 되기를 바랍니다. 최초의 분수 이후 100년 넘는 시간동안 우리가 분수 앞에서 행복했던 것은 모두의 몸과 마음을 골고루 적셔주었기 때문이니까요.
오늘(17일)의 앵커브리핑이었습니다.
손석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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