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39198173 0012017071739198173 09 0902001 5.17.5-RELEASE 1 경향신문 0

[학교의 안과 밖]대학 수시, 현실 직시

글자크기
여름방학이 다가왔다. 고 3이 수시 지원 전략을 짜는 시기이다. 입시 준비는 미래를 예측하는 불확실한 과정이다. 수시전형은 정성평가가 반영되고 지원 기회도 많아 이맘때면 저질 컨설팅이 판을 친다. 불안한 학부모들의 심리를 자극해 무리한 지원을 유도하고, 과장된 자기소개서를 작성하도록 하는 등 피해는 크다. 일부 특기자 선발을 제외하면 내신 성적과 교내 활동, 수상 실적 등으로 합격 가능성은 드러난다.

경향신문
자기소개서 역시 생활기록부에 없는 주관적 요인을 중심으로 작성하는 만큼 결정적인 합격 요인도 아니다. 그러나 주술에 휘말린 학생을 설득하기는 어렵다. 높은 비용을 지불해 얻은 정보이므로 집착하기 때문이다.

가능한 최선의 결과를 얻기 위해 우선 자신의 현실을 냉정하게 진단한다. 내신 성적과 모의고사로 지원 가능한 학교와 학과를 찾자. 정시로 지원 가능한 대학이 마음에 들지 않아도 엄연한 현실이니 이를 토대로 수시 지원 계획을 짜야 한다. 범학생부전형의 경우 자신이 다니는 고교의 진학 실적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가능하면 선배 지원자의 교내 수상 실적이나 비교과 활동도 확인한다. 원론적인 말이지만 담임 선생님을 괴롭히는 학생이 되어야 한다.

자기소개서를 작성하는 경우 몇 가지 유의 사항이 있다. 첫째, 빨리 써라. 자기소개서는 생활기록부에 기록되기 어려운 과제수행의 과정이나 심리적 변화 등을 얻기 위해 요구하는 서류이다. 응시자의 주관적 속성이 드러나므로 이를 잘 쓴다고 부족한 내신성적이나 비교과를 뒤집기는 어렵다. 따라서 4주 정도 기간을 둔 뒤 항목별로 집중해 작성한 뒤 피드백을 받고 끝낸다. 잘 써야 한다고 생각하면 부담이 늘고, 속으로 앓다 시간을 낭비해 수능 준비에 심각한 차질을 빚는다. 수능 100일 앞이다. 둘째, 직업과 학업을 분리하라. 많은 학생들이 직업에만 맞춰 지원동기나 학업계획을 작성한다. 의대나 교·사대, 경찰행정 등은 해당이 되겠으나 대다수 학과에서 요구하는 지원동기는 학문적 관심사이다. 언론학부는 아나운서 양성 학원이 아니며, 재료공학과는 반도체 회사 직원 합숙소가 아니다. 자신이 공부할 해당 학문 분야의 전공과정에 대한 이해도를 넓히며 자기소개서를 작성하라. 셋째, 심리적 반응을 잘 담으라. 3년 동안 노력한 과정이나 급우들과의 갈등 해소, 감동받은 책의 소감을 술회하다 보면 인간적 성숙이 드러난다. 노력해서 성적을 잘 받았다는 식의 진술은 아쉽다. 생활기록부 반복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못하는 수학 3년간 노력하며 내가 올라선 나만의 봉우리에서 본 경치가 무엇인지 설명하라. 이건 나밖에 못한다. 어떤 책을 읽은 뒤 집을 나서는데 거리와 세상이 다르게 보이는 감동 역시 상세하게 기술할 자는 나밖에 없다. 갈등해소 과정 역시 로맨틱하게 끝난다면 거짓에 가깝다. 갈등이 일어난 원인을 냉정하게 분석하고, 해소 과정에서 내가 노력한 부분과 나조차 빠진 오류 등을 덤덤하게 담아낸다면 한 인간의 사회적 성장이 나타날 것이다.

미래는 예측하기 어렵다. 냉정한 자세로 현실에 충실하면 예측의 신뢰도는 높아질 것이다. 이에 덧붙여 낙관적으로 대응하라. 영어 회화 배우듯 ‘단어 몰라도 됩니다. 문법책 버리세요. 나를 따라 말하면 영어가 쑥쑥’! 결심했다면 주저 말고 실행하라. 이제 주술에 매혹될 시간이다. 가능한 최고의 결과가 기다릴 것이다.

<정주현 | 논술강사>

▶ 경향신문 SNS [트위터] [페이스북]
[인기 무료만화 보기]
[카카오 친구맺기]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페이스북 공유 트위터 공유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