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사도방(作舍道傍)이란 말이 있습니다. 길가에 집 짓는 이는 지나는 사람들마다 하는 말에 흔들려 제때 집을 짓지 못한다는 말입니다. 집이란 게 한 번 잘못 지으면 고치기 어려우니 짓는 내내 불안하거든요. 또 ‘남의 말 다 듣다간 목에 칼 벗을 날 없다’는 속담도 있습니다. ‘남들 다 하는데’ 하고 덩달아 하다 보니 그들 따라 감옥에 들어와 있습니다.
줏대 없이 남의 말에 솔깃해 이리저리 흔들리는 사람을 요즘 ‘팔랑귀’라고 합니다. 팔랑귀는 집에 없는 것이 없고 안 따라해 본 것이 없지요. 뉴스라면 모두 믿고 홈쇼핑 채널 앞에서 ‘어머, 이건 사야 돼’를 연발합니다. 의지와 소문을 담아두기엔 그릇도 깊지 못해 자기 계획과 남의 일까지 쉽게 말해버립니다.
단체대화방에서도 팔랑귀들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보고 들은 것을 여과 없이 열심히 퍼 나르는 사람, 그걸 생각 없이 그대로 믿고 욕하는 사람, 심지어 군중심리에 빠져 성희롱까지 동조하다 싸잡혀 피해자에게 고소당하는 사람들까지 다양합니다.
‘열 사람이 백 마디를 해도 들을 이가 짐작’입니다. 귀가 쫑긋할수록 불안한 동물이겠지요. 당신의 귀는 당나귀인가요, 코끼리인가요. 분별 있는 어른은 영화에 흥분해 망토 두르고 뛰어내리지 않습니다.
<김승용 | <우리말 절대지식>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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