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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기자칼럼]4차 산업혁명 거부하는 원전집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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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즈 하나 내보자. 다음 중 어울리지 않는 것은 무엇일까.

① 자율주행자동차 ② 인공지능 ③ 3D프린팅 ④ 태양광발전 ⑤ 원자력발전

정답은 ⑤번. ①~④번은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기술이다. 하지만 원자력발전은 아니다.

경향신문

원자력발전을 미래에너지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미안하지만 착각이다. 미래학자 중에 원자력발전에 주목하는 사람은 없다. 그들의 눈에 원자력발전은 코닥사의 필름카메라와 같은 사양산업이다.

6년 전 <3차 산업혁명>을 쓴 제러미 리프킨은 석유·석탄·원자력 등 기존의 에너지가 태양광·풍력 등 재생가능에너지로 바뀌면서 새로운 산업이 촉발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에너지 전문가인 토니세바 스탠퍼드대 교수도 저서 <에너지혁명 2030>을 통해 원자력의 종말을 예고했다. 그는 태양광과 전기자동차, 자율주행자동차가 기존산업을 파괴한다고 봤다. 그러면서 2030년이 되면 원자력은 물론이고 석유도 태양광으로 대체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의 전망이 맞다면 태양광시대는 고작 13년이 남았다.

신고리원전 5, 6호기 건설 중단이 현실화되자 공대교수 471명이 원전중단 반대 기자회견을 가졌다. 일자리를 위협받는 원자력 전문가들의 반발은 이해할 만하다. 하지만 이해관계가 없는데도 원전수호에 동참한 공대교수가 있다면 절망이다. 4차 산업혁명이 어디로 흘러가는지 가늠조차 못하는 기술전문가임을 스스로 자임하는 꼴이기 때문이다.

원전은 한국의 산업발전에 엄청난 기여를 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산이 높으면 골도 깊다. 원전에 대한 맹신은 신재생에너지를 폄훼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독일은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1998년 4.7%에서 2014년 25.8%로 높였다. 하지만 한국은 그때나 지금이나 1%를 넘지 못하고 있다.

최근까지 아시아개발은행(ADB)에 근무했던 기재부 관계자의 얘기다. “ADB가 지원하는 사업의 80%가량이 태양광과 관련된 사업이더라. 2000년대 초반 내가 산업예산담당할 때 태양광은 보조금으로 간신히 명맥을 이어가는 에너지였다. 내가 ‘비효율적인 사업에 너무 많이 투자하는 것 아니냐’고 하니까 ADB 직원의 눈이 휘둥그레지더라. 무슨 뜻인지 이해 못하겠다는 의미였다. 나중에 따로 자료를 찾아보다 깜짝 놀랐다. 태양광발전은 예전에 내가 알던 그 수준이 아니었다. 세상이 바뀐 걸 나만 몰랐던 거다.”

그러면서 그는 이 말도 덧붙였다. “박근혜 정부 시절 70여회 범부처 회의에 참석했는데 단 한차례도 태양광에 대해 언급한 적이 없었다. 그래서 태양광발전이 지금도 15년 전 그대로인 줄 알았다.”

태양광발전의 성장은 놀랍다. 2000년대 초반 1㎾h당 1300원대이던 단가는 2015년 160원대까지 떨어졌다. 이 기간 원전 발전단가는 30원대에서 60원대로 올랐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은 2023년쯤 둘의 단가가 같아질 것이라 전망했다. 차기정권 중반부다.

원전이 전문가들 주장처럼 거의 사고가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을 인정한다고 해도 원전은 그 자체로 사양산업이다. 미국과 일본의 대표기업이던 웨스팅하우스와 도시바가 그냥 망했을까.

신고리원전 5, 6호기 건설을 중단하더라도 기존 원전은 설계수명 30년이 다할 때까지 더 가동된다. 기존 점포는 운영하되 신규점포 출점만 막자는 것이다. 사양산업이 뻔한데도 신규점포를 내는 바보 경영자는 없다.

2000년대 후반 한국은 2G폰에 매달리다 스마트폰 시장을 놓칠 뻔했다. 전력시장이라고 다를 것 같은가. 몇 년의 차이로 애플이 될 수도, 노키아가 될 수도 있다. 우리는 원전을 죽이느냐 살리느냐는 기로에 선 게 아니다. 4차 산업혁명시대로 갈 것이냐 말 것이냐, 그 길목에 서 있다.

<경제부 | 박병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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