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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북한 휴대전화 사용자 324만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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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밑바닥에서 도도히 흐르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 있다. 장마당 시대에서 자유롭게 돈을 벌며 살게 해 달라는 요구이다. 이는 사람살이의 보편적 요구이다. 나는 이를 법치의 요구라고 부르고 싶다. 북한은 법치의 문턱 바로 앞에 서 있다. 이 요구에 응하여 협력하는 것이 한반도 평화에 매우 중요하다. 당면한 과제가 개성공단 재개와 나선경제특구의 국제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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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 법치가 가능하냐고 반문할 것이다. 북한의 법치는 필요하고 또한 가능하다. 북한을 떠나온 사람들이 한결같이 전하는 말은 북한 사람들이 더 이상 일상생활에 필요한 의식주 등을 배급으로 해결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북한 연구자들은 종합시장인 장마당을 비롯해 골목시장, 야시장 등 시장이 북한 사람들의 생활 수요의 80% 이상을 해결한다고 분석한다. 어떤 연구자는 90% 이상일 것이라고 추정하기도 한다.

그러나 2010년에 제정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기업소법’에 의하면 기업소, 즉 회사를 만들 수 있는 곳은 행정기관이나 인민위원회 등이다. 개인은 기업을 만들 수 없다. 그러나 지금 북한에서는 이미 수많은 사람들이 사실상 회사 조직을 만들어 생활 필수품을 만들고 판매한다. 그리고 사람들의 생활 경제를 해결한다.

이와 같이 장마당 경제와 북한 실정법이 서로 어긋나는 현실은 계속될 수 없다. 북한의 장마당 경제가 커지면 커질수록 북한 사람들에게는 더 많은 자유가 필요하다. 소유권이 확립되지 않는다면 누가 장사를 하겠는가? 거주 이전의 자유가 없는 상업 발전을 상상할 수 있을까? 신체의 자유는 또 어떠한가? 상업이 발달할수록 신체의 자유가 필수적이다. 열심히 영업 활동을 하는 사람들이 함부로 잡히고 갇힌다면 상업이 발달할 수 없다. 법률에 처벌할 수 있는 죄목을 미리 정해 놓고, 이를 어기지 않는 한 국가로부터 처벌받는 일은 없어야 한다. 이를 ‘죄형법정주의’라고 한다.

북한의 법치는 가능하다. 법치의 바다를 건널 것이다. 북한은 경제발전을 위한 법제 변화를 가장 먼저 선택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한국은 개성공단을 포함한 나선경제특구 등을 통해 북한에 경제 발전을 위한 법제도 도입의 선택 폭을 넓혀줄 필요가 있다. 북한의 선택이 체계적이고 합리적인 쪽으로 되도록 협력하는 것이 지금의 남북관계에서 매우 중요하다. 이를 북한법제발전론이라고 부를 수 있다.

햇볕정책의 의의를 인식하면서도 이제 그 한계를 넘어서야 한다. 햇볕정책의 결과가 핵무기 개발이냐는 일부의 반문은 무지의 소산이다. 국제원자력기구가 북한이 이곳에서 플루토늄을 생산해서 숨겼다는 의혹을 조사하기 위해 특별 사찰을 북한에 요구한 때는 1992년이었다. 햇볕정책은 북한 핵개발의 원인이 아니다.

햇볕정책의 한계를 극복해야 한다. 북한과의 경제교류협력이 늘어난다고 하여 저절로 북한의 변화가 오는 것은 아니다. 햇볕정책은 남북경제협력이 북한의 변화를 구체적으로 실현시키고 매개하는 중간고리인 법치 발전 부문의 중요성을 소홀히 했다.

법치의 바다를 건너야 하는 북한은 경제발전을 위한 법제 변화를 가장 먼저 선택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한국은 개성공단과 나선경제특구 등에서 북한에 경제 발전을 위한 법제도 도입 선택 폭을 넓혀줄 필요가 있다. 북한의 선택이 더 체계적이고 합리적인 쪽으로 되도록 협력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햇볕정책의 한계를 넘어 북한과의 경제 협력 교류에서 북한 법치 변화에 대한 계획성 있는 접근이 필요하다. 북한 내부의 법치 요구에 터 잡아 북한의 단계적이고 자발적인 선택에 협력하는 체계적인 과정이 필요하다.

당면 과제는 개성공단을 다시 여는 것이다. 개성공단은 유엔 제재 속에서도 가능하다. 우리의 의지 문제이다. 그리고 나선경제특구의 국제화이다. 북·중·러 주도에 머물지 않고 미국과 일본도 참여하도록 한국이 적극 나서야 한다. 신냉전을 허무는 법치와 평화의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2015년 기준 북한의 휴대전화 가입자는 324만명에 이르렀다. 아직 휴대전화가 없는 약 2000만명의 북한 사람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야 한다.

<송기호 |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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