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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사설]청와대 회동 거부 홍준표, 제1야당 대표 맞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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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19일 만나자는 문재인 대통령의 여야 대표 오찬 회동 제의에 불응하고 있다. 어제는 전병헌 청와대 정무수석이 당사로 찾아와 참석을 요청했지만 홍 대표는 이마저 거부했다. 문 대통령이 한·미, 한·중 정상회담과 주요 20개국(G20) 정상외교 결과를 설명하는 자리에 제1야당의 대표가 홀로 불참하겠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 취임 후 첫 여야 대표가 만나는 자리가 반쪽이 될 처지다.

홍 대표는 문 대통령의 회동 제의를 거부하며 여러가지 이유를 들었다. 처음에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처리 때 민주당이 (당시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를) 극렬하게 비난한 일 때문에 이번 회담을 하면 얼굴을 붉힐 수밖에 없다”고 했다. 당 대표 대신 원내대표들과 만나는 게 바람직하다는 주장도 폈다. 그러더니 그제는 페이스북을 통해 다른 이유를 댔다. “뱁새가 아무리 재잘거려도 황새는 제 갈 길을 간다. 저들이 1·2·3중대를 데리고 정치쇼를 벌여도 우린 갈 길을 간다”고 했다. 처음부터 불참하기로 입장을 정해놓고 이런저런 핑계를 대고 있음을 자인한 것이다. 해외순방을 마친 대통령이 여야 각당 대표를 만나 결과를 설명하는 것은 오랜 관례다. 안보를 우선시한다는 당의 대표가 외교안보 현안을 논의하는 자리를 거부한다는 건 설득력이 없다.

정치인에게 대화는 기본이자 의무다. 특히 지금과 같은 여소야대 정국에서 여야 간 대화는 시민의 지상명령이다. 진정 국정의 동반자를 자처하는 제1야당의 대표라면 대화하는 것 자체를 거부하는 일은 피해야 한다. 설령 자신이 원하는 방식이 아니라 해도 공동체의 이익을 앞세운다면 회담장에 나가야 한다. 따질 일이 있다면 만나서 따지면 된다. 그럼에도 불참하는 것은 자신의 정치적 위상을 앞세우기 위한 것으로 의심할 수밖에 없다.

당 대표가 이러고 있으니 한국당의 지지율이 오를 리 없다. 한국당 지지율은 반년째 한 자릿수 안팎에 그치고 있다. 이대로 가면 한국당은 내년 지방선거에서도 유권자들의 선택을 받기 어려울 것이다. 한국당은 당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 성찰할 줄 알아야 한다. 그건 누구보다 당을 이끌고 있는 홍 대표가 앞장서서 해야 할 일이다. 홍 대표는 지금이라도 생각을 바꿔 대통령의 대화 제의에 응하는 것이 좋다. 제1야당의 존재감은 반대를 위한 반대나 거친 말로 부각되는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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