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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강면욱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 돌연 사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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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대행에 사표 제출

임기 2년 못 채우고 중도하차하기는 처음

표면적으로는 일신상의 이유 내세워

하지만 해외대체투자실장 임용 취소에

주식운용실장 승진 인사 논란탓 추정

이사장, 기금본부장 동시 대행체제

중앙일보

올해 3월 전북 전주로 옮겨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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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8조원의 기금을 움직이는 강면욱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이 17일 돌연 사직서를 제출했다. 강 본부장은 이날 오전 사의를 표명한 뒤 곧바로 이원희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직무대행에게 사직서를 제출했다.

강 본부장은 내년 2월 15일 임기가 끝난다. 기금본부장이 임기 2년을 마치고 연임(1년)하지 못한 경우는 있어도 2년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중도하차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연금공단 관계자는 "강 본부장이 '일신상의 이유'를 사표 사유로 들었다"고 전했다. 하지만 주변에서는 인사 실패와 삼성합병 파동 후유증을 중도 하차 이유로 보고 있다.

강 본부장은 지난 6일 김재상 기금운용본부 해외대체투자실장을 전격 임명 취소했다. 5월 말 임명한지 1개월 반만이다. 해외대체투자실장 임용의 필수 요건이 투자실무 관련 경력 15년 이상인데, 임용 후 세밀하게 경력을 따져 보니 수개월이 부족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표면적인 이유이고 실제로는 정치권과 자산운용업계의 '정실 인사' 비판을 견디지 못했다고 공단 안팎에선 추정한다. 강 본부장이 메리츠자산운용 대표로 있을 때 상무였던 김재상씨를 해외대체투자실장에 앉혀 내년 2월 퇴임 이후를 대비해 측근을 심었다는 지적이었다.

지난 5월 말 강 본부장이 주식운용실 채준규 러서치팀장을 주식운용실장으로 승진 발령한 것을 두고도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채 실장은 홍완선(구속) 전 기금운용본부장 지시를 받고 삼성합병 찬성 보고서를 작성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최근 국민의당 채이배 의원은 "채준규 실장은 승진 대상이 아니라 문책 대상에 해당할 가능성이 크다"며 "보건복지부가 감사해서 조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정춘숙 의원은 "강 본부장이 사표를 낸 직접적 이유는 김재상 상무 건이지만 실제로는 채준규 실장 인사에 대한 부담감이 훨씬 컸을 것"이라며 "국민연금 바로서기를 위해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사표를 제출한 게 다행"이라고 말했다.

기금운용본부장 임면권은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에게 있다. 연금공단은 강 본부장의 사표를 당장 수리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업무 공백을 줄이기 위해 이원희 공단 이사장 대행이 기금본부장 대행을 임명한 후 수리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렇게 되면 이사장·기금본부장(기금이사)을 동시에 대행이 맡는 기묘한 상황이 이어질 전망이다. 이사장·기금본부장 둘 다 인사추천위원회를 구성한 뒤 공모해서 서류 심사-면접 등의 절차를 거치는 데 최소한 두 달 이상 걸린다. 게다가 해외대체투자실장마저 공석이기 때문에 578조원의 기금 운용에 차질이 빚어지지 않을지 우려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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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가 전북 전주시로 이전할 때 이삿짐을 나르는 모습.[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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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금운용본부 5명의 실장 중에는 이수철 운용전락실장이 선임이다. 하지만 이 실장에게 본부장 대행을 맡길지는 미지수다. 연금공단 측은 "강 본부장이 사표를 제출했기 때문에 오래 수리를 미룰 수는 없다"며 "5명의 실장 중에서 적임자를 대행으로 임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신성식 복지전문기자ss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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