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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최저임금 대폭인상 '간섭의 악순환' 출발점 되지 말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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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투데이
시장에 대한 정부의 간섭은 소위 시장의 보복을 불러온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가격통제에 따른 품귀현상이다. 구(舊)소련에서 가난한 사람도 고기를 사먹을 수 있게 하려고 육류 가격을 시장가격 이하로 통제했더니 쇠고기의 경우 무게는 많이 나가는 뼈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살이 별로 없는 쇠고기가 유통됐고 뼈 무게가 별로 나가지 않는 토끼고기는 시장에서 사라지는 현상이 빚어졌다. 쌀의 경우처럼 시장가격보다 비싸게 사주면 팔리지 않은 재고가 쌓이게 된다.

만약 구소련에서 뼈가 대부분인 쇠고기 판매를 정부의 의도를 거스른 괘씸한 행위로 보고 쇠고기를 판매할 때 뼈 무게가 일정 비율 이상이 되면 처벌하면 어떻게 될까? 아마도 토끼고기처럼 시장에서 사라질 것이다. 쇠고기가 시장에서 사라지면 빈곤층은 아예 쇠고기 맛을 볼 수 없다. 그래서 이 정책은 의도와는 무관하게 빈곤층을 지원하는 결과를 만들어내지 못한다.

내년부터 우리나라는 최저임금이 올해 시간당 6470원에서 7530원으로 16.4% 인상된다. 종전의 7%대 인상률을 두 배 이상 높였다. 이 협상에 참여했던 협상 이후 노조 측은 최저임금을 시간당 1만원으로 인상하지 못해아쉽다고 했지만 어쩌면 '1만원으로 인상을 고집해서 당장 많은 기업들에서 심각한 문제가 터져 나오게 하지 않는 수준에서 최선의 협상을 해냈다'고 생각하고 있는지 최종결정 후 노조 측 협상대표의 얼굴은 매우 밝았다.

사실 이들은 웃을 수 있다. 노동자 대표로 최저임금협상을 한 한노총이나 민노총은 그 조합원들이 최저임금과는 무관한 고임금 근로자들이지만, 이 협상에서는 미취업자나 최저임금을 받는 미숙련 취업자들을 포함한 모든 노동자를 대변해서 협상에 참여한 것이다. 미숙련 취업자들의 최저임금을 올렸으니 일단 이들로부터 환영을 받을 것이다. 사실 최저임금이 높을수록 노동시장에 진입하는 숫자가 제한되기 때문에 고임금 취업자에게도 유리하다.

문제는 노동자 가운데 최약자인 미취업자들이다. 내년부터 시급을 7530원보다 적게 주거나 받으면서 고용관계를 맺는 행위는 불법이다. 벌써 편의점 등을 운영하는 영세자영업자들과 중소기업들로부터 장사를 접겠다는 아우성이 터져 나오고 있다. 그렇게 되면 자영업자뿐만 아니라 편의점에 근무하는 청년들도 경제적 곤궁에 빠진다. 그렇지만 이들은 인터뷰에서 더 받고 싶지만 아쉽다고 하는 것을 보면 아직 실직 위험에 대한 인식은 높지 않은 것 같다.

아마도 시급 7530원이 아니라 7000원에도 근무할 의사가 있었던 친구들도 실직의 위기에 처한다. 이런 문제를 인식했는지 정부는 곧바로 조치를 취했다. 김동연 부총리가 최근 5년간의 최저임금 평균인상률 7.4%를 넘어서는 부분에 대해 정부가 재정으로 지원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이것이 궁극적인 해결책이 아님은 물론이다. 육류가격을 통제했더니 뼈가 대부분인 쇠고기가 등장했다. 정부의 재정투입 정책은 마치 육류가격을 통제한 다음 다시 판매자들에게 가격통제로 인한 손해를 세금으로 보전해준 셈이다. 그럴 재정이 있었다면 처음부터 가격통제로 인한 문제를 만들어내지 말고 가난한 사람들에게 돈을 더 주면 되는데 그럴 재정이 없어서 가격통제를 한 게 아닌가.

미국은 2차대전을 치르기 위해 전시인플레이션을 일으켰고 이에 따른 물가상승을 막기 위해 강력한 임금통제를 실시했다. 그래서 일부 기업들은 유능한 인재를 뽑기 위해 임금 대신 의료보험을 제공했다. 다른 기업들이 이를 따라하고 정치권이 근로자들의 표를 얻기 위해 그 의료보험에 대한 면세 경쟁을 벌이자 의료보험이 적용되는 범위가 대폭 확대됐다. 근로자들로서는 자신의 돈이 거의 들지 않는 의료소비를 과도하게 하게 되면서 의료보험료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그 결과 미국인들이 직장을 잃는 순간 너무 비싼 의료보험에 들기 어려운 처지가 되었다.

미국의 '너무 비싼' 의료보험료는 시장에 대한 간섭이 또 다른 간섭을 불러와 빚어낸 결과다. 최저임금의 전폭적인 인상이 이런 간섭의 악순환으로 이어지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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