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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면] 해양재난 대응역량 높이는 개혁과 제도 / 윤종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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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윤종휘
한국해양대 해양경찰학과 교수

지난 3월 바닷속에 잠겨 있던 세월호의 선체가 수면 위로 드러났다. 저렇게 쉽게 인양할 수 있는 것을 왜 3년을 끌었는지, 그리고 국내 업체가 아닌 중국의 상하이샐비지에 의해 선체 인양 작업이 진행된 것인지 의아해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침몰선박 인양 등의 구난 작업에는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고도의 전문인력과 적합하고 충분한 구난장비가 필수적인데, 우리나라의 구난 능력은 여전히 후진국 수준에 머물러 있는 현실이다.

구난 작업은 원칙적으로 사고선박 소유자와 구난업체 간의 계약에 의해 개시된다. 그러나 쌍방 간의 계약이 지체될 경우, 국가는 필요시 직접 긴급구난을 실시하거나 또는 구난업체를 선정하여 작업을 명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국가는 구난 전문성을 갖추어야 하고, 구난업체는 전문인력과 장비를 보유하여야 한다. 하지만 해양재난책임기관인 해양경비안전본부가 그동안 이 분야에 소극적으로 대응하다 보니 전문성이 결여된 상태다. 국내 구난업체도 영세한 규모, 불충분한 구난자원과 대형 구난 경험 부족으로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 관할수역의 대형 구난 작업은 어김없이 외국 구난업체가 주도하고 있다.

그러면 해양선진국의 긴급구난제도는 어떠한가? 영국은 1990년대 중반 두 차례의 대형 오염사고를 경험하면서 정부가 사고 초기 긴급구난 개입권을 행사하는 장관대리인(SOSREP) 제도를 도입하였다. 오스트레일리아는 지역별 특성에 맞춰 그에 적합한 예인선을 민간업체와의 계약을 통해 상시 배치 또는 필요시 긴급 동원하는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미국은 관할수역에 입항하는 모든 선박의 입항 전 유자격 구난업체와 계약체결을 의무화해 비상 대응태세를 확립하고 있다. 이처럼 해양선진국의 제도는 모두 비상 예인체제 상시 유지를 위하여 민간자원을 적극 활용해 결국 구난산업이 활성화된다는 공통점을 보여준다. 1일 1000척 이상의 선박이 입출항해 재난적 오염사고 가능성이 상존하고 있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지금껏 해양경비안전본부에서는 유출유 제거와 회수에 중점을 두었지만, 이제는 사고선박으로부터의 오염물질 유출 방지 조처와 국가 해양재난 대응역량 제고를 위해 민관의 공동 노력이 필요함을 인식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접근할 시기다. 구난사업 활성화를 통해 국가 해양재난 대응역량을 높이기 위한 몇가지 방안을 제시해본다.

먼저 민간 부문에서는 구난협회를 구성하여 회원 간의 정보 공유 및 협력을 확대하고, 업체 간 컨소시엄을 통한 공동 대응으로 경쟁력을 강화하여야 한다. 정부 부문에서는 첫째, 정부의 긴급구난 개입권과 구난작업 관리감독 등이 포함된 긴급구난시스템 제도화를 위한 법령의 제·개정이 필요하다. 둘째, 항만 및 연안역의 환경 특성을 고려하여 대형 사고에 대비하기 위한 비상예인선 배치와 최적 운용 방식을 모색하여야 한다. 셋째, 구난담당 부서를 설치하고 전문요원을 양성하여야 한다.

최근 해경안전본부에서 구난담당 부서를 신설하고, 구난역량 강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점은 다행스럽다. 앞으로 반복적인 우를 범하지 않도록, 이번에는 반드시 구난산업 활성화와 긴급구난 역량 강화를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에 최선을 다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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