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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EW POINT] 경영을 잘한 것도 승계 위한 작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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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 이재용재판 쟁점 ◆

매일경제
"경영을 잘한 것도 전부 승계를 위한 작업이다."

지난 14일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뇌물 혐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삼성의 경영권 승계 작업이 '(삼성물산) 합병 등을 통한 이 부회장 지분 늘리기'와 '성공적인 경영을 통한 이 부회장의 리더십 강화하기'란 방법을 통해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이 중 문제가 되는 건 '경영활동을 잘하는 것도 승계 작업의 일환'이라는 주장이다. 김 위원장은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의 합병 추진에 대해 "부실 계열사가 이 부회장에 대한 시장의 평가를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중공업 등이 부실해져 인력 구조조정 등이 진행되면 이 부회장에 대한 여론이 악화되고 경영권 승계가 어려워질 것이기 때문에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을 되살리려 했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전장기업인 하만 인수나 바이오사업 진출도 승계를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경영 능력을 인정받기 위한 행위였다는 설명이다. 이런 프레임으로 바라보면 삼성의 모든 경영 행위는 비난 대상이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 실적이 사상 최대를 기록하면 '이 부회장의 승계에 필요한 리더십을 확보하기 위해 반도체에 힘을 실었기 때문'이라고 말하면 된다. 거꾸로 실적이 곤두박질치면 '승계 작업에만 전념하다 경영을 도외시한 결과'라고 비난할 수 있다.

재판부도 김 위원장의 시각을 이해하기 어려웠던 것 같다. 공판이 끝날 때쯤 김진동 부장판사는 경영 활동과 승계 작업의 연관성에 대한 김 위원장 주장을 수차례 다시 확인했다. 삼성의 경영 활동을 바라보는 김 위원장의 시각은 개별 경제학자로서는 문제 될 것이 없다. 그가 개인 자격으로 재판에 출석했다고 하지만 그는 기업 활동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수장을 맡고 있다. 공정위 수장이 '경영 판단의 뒤에는 늘 음모가 감춰져 있다'고 의심한다면 기업들의 경영 활동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

경영의 본질은 회사를 잘 경영해 먹거리를 많이 만드는 것이다. 구조조정을 하고 인수·합병도 하는 게 자연스럽다. 기업 경영을 잘해도 의심받는 나라에서 기업을 경영하고 싶어하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되겠는가.

[산업부 = 김동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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