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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스트라이크 존, 후반기에는 더 좁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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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김양희 기자의 맛있는 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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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8일 오후 경기도 수원 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케이티 위즈와 기아 타이거즈의 경기에서 기아가 3회초 12득점을 뽑아낸 뒤 전광판 모습. 기아는 7월5일 에스케이 와이번스전에서도 5회초 12득점의 괴력을 뽐냈다. 기아 타이거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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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프로야구 개막 한 달간은 이랬다. “어? 이게 스트라이크야?” 하지만 6월 이후 반응은 이렇다. “응? 이게 이젠 볼이야?”

올 시즌 개막 전 프로야구는 극심해진 타고투저 완화를 목표로 스트라이크 존을 확대한다고 발표했다. “규정된 범위 안에서” 라는 단서가 붙었다. 스트라이크 존이 위아래로 확대되면서 지난해까지만 해도 ‘볼’로 선언됐던 높은 공이 ‘스트라이크’가 됐고 간혹 좌우로 공 반개 쯤 빠진 공도 ‘스트라이크’로 인정됐다. 타자들은 타석에서 고개를 갸우뚱댔고 주심에게 공개적으로 항의해 퇴장을 당하는 경우도 있었다.

4~5월만 하더라도 몇 년동안 두들겨 맞기 바빴던 투수들이 힘을 얻는가 했다. 실제로 최근 4년 개막 두 달(개막~5월31일)간 팀 평균자책을 보면 2017시즌(4.50)이 제일 낮았다. 팀 평균타율(0.276)도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0.09 떨어졌다. 스트라이크 존 확대의 효과가 드러나는 것 같았다.

하지만 6월 이후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 월별로만 따져보면 6월 팀 평균자책(5.64)은 5월(4.63)보다 1점 이상 상승했다. 7월 팀 평균자책은 5.83. 월별 팀 평균타율로만 놓고 봐도 7월 팀 타율(17일 기준)은 최근 10년간 최고 수치(0.305)를 기록중이다. 날씨가 더워지면서 투수들의 구위가 떨어졌다고 하지만 정도가 심하다. 타고투저가 절정에 달했던 지난해 7월 팀 타율도 0.289였다. 개막 전 타고투저 완화 노력을 비웃는 결과라고 하겠다. 최근 경기에서는 두자릿수 득점 경기도 심심찮게 나온다. 기아는 한·미·일 최다 연속 경기 두자릿수 득점 신기록(8경기)을 세우기도 했다.

야구 전문가들이 늘 말하는 “타격 기술이 나날이 향상되고 웨이트 트레이닝 등으로 타자들의 힘까지 강해진 반면 투수들의 기술 발전은 더디기 때문”이라고만 보기에는 설명이 부족하다. 현장 지도자들과 해설위원들은 한 목소리로 “스트라이크존이 4~5월 때보다 좁아졌다”고 말한다. 한 해설위원은 “심판마다 고유의 존이 있기 때문에 차이는 있으나 높은 공의 경우 개막 초와 비교해 공 한 개 정도는 안 잡아주는 것 같다”고 했다. 여기에 투수들의 심리적인 위축까지 더해지며 상황이 더 나빠졌다고 말한다.

심판들도 개막 초기와 비교해 좁아진 스트라이크존은 인정한다. 김풍기 심판위원장은 “스트라이크존이 4월에 과하게 넓었던 탓에 다음어지는 과정에서 어느 정도 조정이 된 것”이라면서 “존 확대는 잘 지켜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타자들이 원체 잘 치고 투수들이 힘이 없다고 한다. 선수들이 더 공격적이 되면서 타고투저가 되는 것 같다”는 설명을 곁들였다.

문제는 ‘일관성’이다. 시즌 진행 과정에서 스트라이크 존이 변하면 투수들이 큰 혼란에 빠지게 된다. 한 투수코치는 “4~5월에는 ‘스트라이크’로 잡아주던 공을 지금은 ‘볼’로 선언하면서 투수들이 더욱 헷갈리게 됐다”면서 “달라진 스트라이크 존 때문에 심리적으로 동요하고 있다. 시즌 전 존 확대 설명에서 스트라이크라고 설명했던 코스의 공까지 지금은 볼로 판정한다”고 볼멘소리를 했다. 일각에서는 최근에 심판과 구단 고위 관계자간의 돈 거래 사건이 드러나면서 심판들이 위축돼 후반기에는 스트라이크 존이 더욱 좁아질 것을 우려한다.

후반기를 앞둔 현재 2점대 평균자책 투수는 단 4명 뿐. 시즌 초기(4월30일 기준) 1점대 평균자책 투수 5명을 포함해 1~2점대 평균자책 투수들이 13명이나 됐던 것과 비교하면 차이가 크다. 지금과 같은 추세라면 2점대 평균자책 투수가 단 1명뿐이었던 2015, 2016시즌과 비슷한 수준으로 시즌이 마감될 확률이 높다.

‘스트라이크 존 확대’ 처방의 약효가 떨어지면서 규정 내에서 투수 마운드를 높이거나 공인구의 반발력을 낮추는 것도 점차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공이 뜨기만 하면 넘어간다”는 말까지 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 무대 경기력 저하, 신인 투수 발굴 토양 마련 등의 스트라이크 존 확대의 궁극적인 이유도 다시금 곱씹을 필요가 있다. 잔뜩 움츠린 투수들의 기를 펴줘야 하지 않겠는가.

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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