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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틴틴경제]스마트팩토리가 뭔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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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생산공정이 ICT기술로 연결

4차 산업혁명 시대 제조업의 '돌파구'

'지능형' 공정으로 생산량 품질 높이고

각종 서비스와 결합 '제조업의 서비스화'

지멘스·GE·화낙 등 독-미-일 선도

한국선 포스코·현대기아차 등 적극적

Q. 4차 산업혁명을 설명할 때 스마트팩토리가 뜬다, 기업들이 스마트팩토리에 사활을 걸었다는 이야기가 많이 나오던데, 스마트팩토리가 정확히 무엇이고 왜 필요한지 궁금합니다.

A. 틴틴 여러분이 매일 쓰는 스마트폰을 비롯해 스마트카·스마트홈·스마트빌딩·스마트팜(Farm)·스마트시티까지 요즘은 ‘스마트’란 말이 확실히 대세인 것 같습니다. 스마트가 붙는 말이 하도 많아서 아예 지금의 트렌드를 ‘스마트 X’라고 표현하기도 하니까요.

스마트팩토리(Smart Factory)는 말 그대로 ‘똑똑한 공장’입니다. 사람이 일일이 제품을 조립하고 포장하고 기계를 점검할 필요 없이 모든 과정이 자동으로 이뤄지는 공장이죠. 하지만 지금도 큰 공장들은 어느 정도 ‘자동화’가 이뤄져 있어요. 스마트팩토리는 완전히 새로운 개념이 아니라 공장 자동화가 한층 더 진화된 모습이라고 할 수 있어요.

각종 철강제품을 만드는 제철소를 예로 들어볼까요. 멀리 갈 필요 없이 전라남도 광양시에 있는 포스코 광양제철소로 가봅니다. 이곳에선 주로 자동차 강판과 더불어 선박용으로 쓰이는 두꺼운 철판(후판)을 만드는데, 한국의 대표적인 스마트팩토리로 꼽힌답니다.

우선 공장 곳곳에는 사물인터넷(IoT: Internet of Things) 센서와 카메라가 붙어 있어요. 이 센서와 카메라들이 현장의 크고 작은 모든 데이터를 수집합니다. 후판을 만들려면 우선 쇳물의 불순물을 없애고(‘제강’), 그 쇳물을 고체로 만든(‘연주’)답니다. 이 고체를 빙빙 돌아가는 두 개의 롤 사이로 통과시켜서(‘압연’) 원하는 형태의 강판으로 만들면 완성입니다.

이 3개의 공정마다 적게는 수백만개, 많게는 수백억개의 데이터가 모이는데, 공장은 이 어마어마한 데이터를 ‘포스프레임(Pos Frame)’이란 플랫폼을 이용해 저장도 하고 분석합니다. 이른바 빅데이터 분석이죠. 이렇게 분석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똑똑한 인공지능(AI : Artificial Intelligence)은 어디에서 불량품이 발생했는지, 어디에서 유해가스가 새는지, 어떤 기계나 설비에 이상 징후가 보이는지 파악합니다. 동시에 그렇다면 어느 시점에서 불량품이 다음 공정으로 흘러가지 않도록 할지 등도 판단해 전체 공정을 제어합니다.

지금까지의 공장은 각각의 공정별로만 자동화가 이뤄지는 탓에 앞뒤 공정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 수가 없었어요. 하지만 스마트팩토리는 모든 설비나 장치가 무선통신으로 연결돼 정보를 주고받고, 모든 공정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분석·판단해 최적의 생산 환경을 만든답니다. 말 그대로 ‘지능형 공장’인 셈이죠.

흥미로운 건 스마트팩토리가 우리 사회나 산업의 변천과 깊은 관계가 있다는 사실입니다. 나중엔 아마도 경영학 교과서뿐 아니라 사회 교과서에 ‘역사의 한 장면’으로 기록될 겁니다. 스마트팩토리가 4차 산업혁명과 함께 언급되는 것도 바로 그런 이유입니다.

스마트팩토리가 등장한 건 ‘팩토리(공장)’로 상징되는 제조업이 한계에 부딪힌 것이 근본적인 원인입니다. 산업혁명의 발전 단계를 살펴보면, 18세기 영국에서 시작된 증기기관으로 1차 산업혁명이 시작됩니다. 사람의 노동력을 기계가 대체하게 됐죠. 20세기 벽두를 연 미국의 포드 자동차처럼 전기를 사용해 표준화된 대량생산이 가능해진 것을 2차 산업혁명이라고 부릅니다. 그 다음이 바로 인터넷이 등장하면서 정보화 및 자동화 생산시스템을 이뤄낸 20세기 말 3차 산업혁명입니다.

그런데 21세기 들어 생산 현장은 벽에 부딪혔습니다. 일단 인구 고령화로 노동인구가 부족해졌고, 다년간의 경험으로 문제를 척 보면 해결책을 척 알아내는 숙련된 노동자들이 점점 줄어들었습니다. 공장에서 문제가 발생해도 제대로 대응하기가 어려워졌죠. 여기에 소비자들의 요구가 다변화·다양화하면서 제품의 수명주기는 점점 줄고, 맞춤형 대량생산이 필요해졌습니다. 무엇보다 경제 구조가 정보기술(IT)을 포함한 서비스업 중심으로 움직이면서 전통적인 제조업은 환영받지 못하는 처지가 됐습니다. 결국 제조업은 이런 위기를 기회로 삼아 대변혁, 즉 혁신에 나설 수 밖에 없게 됐습니다.

내용을 보면 자동차와 IT가 결합하고, 의료장비와 의료서비스가 결합하고, 통신장비들이 센서와 결합하는 이른바 ‘융합 산업’이 차세대 제조업으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이에 맞춰 공장도 비용 낭비를 최소화하는 것은 기본이고, 예전보다 훨씬 빠르게 변화에 대응하면서도 품질을 획기적으로 높이고 불량률은 줄이는 생산 체계로 바뀌고 있는 것이죠. 실제 글로벌 제조기업들은 스마트팩토리 도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습니다. 스마트팩토리 시장은 매년 8~9%씩 성장해, 오는 2020년 2847억 달러(약 321조원)로 커질 전망입니다.

스마트팩토리 시장을 선도하는 기업은 크게 두 분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우선 생산 로봇이나 장비를 만드는 업체들입니다. 일본의 화낙(FANUC), 독일의 쿠카(KUKA)가 대표적이죠. 둘째, ‘지능형 자동화’를 가능케 하는 소프트웨어와 플랫폼을 제공하는 업체들입니다. 독일의 지멘스와 SAP, 미국의 제너럴일렉트릭(GE) 등이 여기에 속합니다.

최근 삼성전자는 윤부근 소비자가전 부문 대표이사가 지멘스를 방문해 스마트팩토리 현황을 둘러봐 화제가 됐습니다.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하기 위해 광주공장 등 생산시설을 스마트팩토리로 바꾸기 위해서였죠. 이 지멘스라는 기업은 스마트팩토리를 통해 제조기업에서 IT기업으로 변신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지멘스는 암베르크 공장 내 설비를 1000여개의 사물인터넷 센서로 연결해 불량품이 발생하면 즉시 생산라인을 멈추고 부품을 교체할 수 있도록 합니다. 그 결과 20여년 전 100만 개 당 500개에 달했던 불량품이 10개로 줄어들었습니다. 사람을 더 쓰지 않았는데도 생산량도 8배 가까이 증가했습니다. 삼성전자는 2020년까지 광주공장을 이 같은 스마트팩토리로 완성할 방침입니다.

국내 굴지의 제조기업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앞서 살펴봤던 포스코는 물론 현대기아차·SK·한화·LG 등도 자사의 제조부문 계열사를 스마트팩토리 체제로 전환하려 힘을 쏟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올해부터 스마트팩토리 시장이 본격적으로 꽃을 피울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그동안 기업들은 제조 과정을 최고의 ‘기업 비밀’로 여겨 외부에 공개하는 것을 꺼려왔습니다. 자연스럽게 데이터가 많이 쌓이지 않았고, 외부와 연결되기가 어려워 스마트팩토리 도입에 걸림돌이 돼 왔죠. 하지만 최근 수년간 다양한 성공 사례가 등장하고 있고, 무엇보다 부분적인 자동화만 가지고는 변화하는 제조업 환경에 제대로 대응하기 어렵게 되면서 스마트팩토리가 앞으로 제조업과 관련산업의 ‘대세’가 될 전망입니다. 한국은 ‘한강의 기적’을 일군 제조업 강국이자, IT의 밑거름인 반도체 강국입니다. 스마트팩토리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우리 산업을 다시 한번 일으킬 촉매제가 되기를 바라봅니다.

이소아 기자 ls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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