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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갤럭시S8 `벚꽃액정` 4차례 교환 잔혹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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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럭시S8 '벚꽃 액정' 4번 교환 르포

매일경제

디스플레이 분량 판정을 받고 반품을 위해 초기화 중인 갤럭시S8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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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와이] 다섯 번째 갤럭시S8+(이하 갤럭시S8)의 전원을 켰다. 네 번의 액정 불량 판정, 네 차례의 제품 교환 끝에 받은 기기다. 화면에 '갤럭시S8' 로고가 떠오른다. 로고를 가만히 보고 있자니 지난 두 달의 기억이 스쳐 지나간다. 이것은 수기(手記)다.

◆벚꽃 에디션과의 첫 만남

지난 4월 갤럭시S8+ 128GB 모델을 예약 구매했다. 출고가가 115만5000원에 달하는 최고가 모델이었다.

'벚꽃 액정' '장미 액정' 이슈는 갤럭시S8의 AMOLED 디스플레이가 붉은색을 띠는 문제다. 갤럭시 노트7에서도 동일한 문제가 발생했지만 배터리 문제가 '터졌던지라' 큰 이슈가 되지는 못했다. 벚꽃 디스플레이는 크게 세 가지 경우로 나눌 수 있다. △단순히 설정이 잘못된 경우 △디스플레이 패널 전체에 붉은 기가 도는 경우 △가장자리나 상단 등 디스플레이 패널 일부분에만 붉은 기가 도는 경우다. 첫 번째는 블루라이트 방지모드, 화면 모드 등 설정 변경으로 해결할 수 있다. 두 번째는 색 온도 영역인 탓에 디스플레이 최적화를 통해 어느 정도 조정할 수 있다. 문제는 세 번째 경우다. 화면 일부분의 색감만 달라 색감 조정과 최적화로는 해결이 어렵기 때문이다.

내 '벚꽃 에디션'은 세 번째 경우였다. 액정 윗부분으로 갈수록 붉은 기가 돌았다. 사실 기기 하나만 봐서는 변색 여부를 알아채기 어렵다. 와이프와 회사 후배가 동일한 모델을 구매했던 터라 비교해볼 수 있었다.

기기를 구매한 대리점에 문의하니, 기기 구매일로부터 14일 이내에 삼성전자 서비스센터를 내방해 전문 인력으로부터 불량 판정을 받으면 교환 처리가 가능하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점심 식사를 포기하고 지하철 2호선 이대역 인근에 위치한 삼섬전자 서비스센터 마포지점을 찾았다. 첫 갤럭시S8은 '메인화면 N2-S/W' 불량 유형에 'RR-착하판정'을 받았다. 판정 소견에는 "화면 붉은 색감 관련 조정 후에도 변화가 없어 교품 처리"라고 적혀 있었다. 확실한 불량 판정에 기분 나쁘게 기뻤던 이날은 4월 25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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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불량 판정서와 동일모델 디스플레이 색감 비교. 양쪽 모두 동일한 흰색 이미지에 화면 밝기 최대 상태. 왼쪽이 필자의 갤럭시S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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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 에디션, 미워도 다시 한번

불량 제품을 받은 것도 우울한데 직접 발품까지 팔아 '불량을 입증해야' 하는 상황이 억울했지만 교품 신청 과정 자체는 간단했고 처리 속도도 빨랐다. 대리점 측에 불량 판정서를 팩스 혹은 이메일, 문자 등으로 전달한 뒤 담당자와 통화한 직후 교환 절차가 시작됐다.

며칠 뒤 두 번째 갤럭시S8을 받았다. 두 번째 갤럭시S8 역시 벚꽃 에디션이었다. 노래 가사처럼 '봄바람 휘날리며↗ 흩날리는 벚꽃잎이↗' 모두 내 액정으로 떨어진 것 같았다. 두 번째 폰을 부여잡고 회사에서 그나마 가까운 삼성전자 서비스센터 용산지점을 찾았다. 이때까지만 해도 이곳을 앞으로 네 차례 더 방문하게 될 것이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한 번은 대기 인원이 너무 많아서 그냥 돌아왔다).

"어유 고객님, 이건 뭐 바로 불량 (판정이) 나오네요." 센터 직원의 판정은 얄미울 정도로 시원시원했다. 다행스럽게도 대리점 측은 '구매일로부터 14일' 교품 조건은 교환받은 새 기기를 기준으로 리셋된다고 했다. 5월 2일의 일이다.

삼성전자 측은 4월 27일 와이파이(WiFi) 접속 개선과 벚꽃 에디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시행했다. 디스플레이의 흰색 톤(색온도)을 조절할 수 있는 '전체 화면 색상 최적화' 기능과 외곽 부분의 색감만 조절할 수 있는 '화면 가장자리 색상 최적화'가 추가됐다. 설정-디스플레이-화면 모드에 진입하면 해당 기능을 이용할 수 있다. 이 두 가지 기능으로 상당수의 벚꽃 에디션 이용자들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됐다. 나만 빼고.

삼성전자 측은 기능 추가에 대해 "색감에 대한 고객들의 요청에 따라 보다 넓은 범위까지 조정할 수 있는 기능을 강화한 것"이라며 "백라이트를 사용하는 LCD와 달리 화소 하나하나 빛을 내는 OLED의 특성상 균일하게 색을 내는 것이 어렵다. 그래서 품질 관리에 더 신경 쓰고 있으며, OLED 특성을 살려 선호하는 색상으로 쉽게 조정할 수 있도록 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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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럭시S8 설정 중 디스플레이, 화면 모드 설정 화면.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로 흰색 톤을 조정하는 기능과 가장자리 색상 최적화 모드가 추가됐다. 오른쪽은 불량 판정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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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 에디션, 한국인은 삼세번

두 번째 불량 판정 이후 이틀이 지났다. 5월 4일 세 번째 갤럭시S8을 오토바이 퀵서비스로 받았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제품을 켜 봤지만 아니나 다를까 또 벚꽃 에디션이었다. 이번엔 디스플레이 상단이 아닌 오른쪽 에지 부분에만 붉은 기가 도는 불량이었다.

불량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가장 확실한 방법은 흰색 화면을 띄워놓고 다른 정상 제품과 비교하는 것이다. 전화번호 다이얼 화면에서 *#7353#라고 입력하면 테스트 모드로 진입할 수 있다. 이 중 8번 항목인 'TSP Dot Mode'를 선택하면 액정 전체가 하얗게 되면서 색감 확인이 용이해진다. 화면 밝기를 최대로 설정하고 다양한 각도에서 살펴보면 도움이 된다.

세 번 반복된 불행에 자기 자신을 의심하는 마음마저 들었다. 지나친 걱정과 스트레스로 인해 없는 불량도 만들어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스스로를 되돌아보기도 했다. 하지만 나와 함께 덩달아 액정 감별사가 된 회사 동료들은 모두 입을 모아 불량이라며 힘을 실어줬고, 5월 6일 방문한 서비스센터 직원 역시 불량 판정을 내렸다.

◆4쿠라네? 4쿠라야!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치러지는 제19대 대통령 선거를 하루 앞둔 5월 8일. 대한민국 현대사의 중대한 변곡점을 앞둔 시점에 나는 네 번째 갤럭시S8을 수령했다.

그리고 이번 S8도 또 액정 불량이었다. 주변에서는 "로또 구매를 추천한다" "총통(고스톱에서 같은 달 4장이 패에 포함된 경우)이 떴다"며 놀리기도 했다. 대리점 측에서는 유감을 뜻을 전하면서도 "이번에 교환하면 대리점 차원에서 해줄 수 있는 기기 교환 횟수를 다 쓰게 된다"고 했다. 다음부터는 불량이 확인되더라도 지금처럼 '묻지마 교환'은 불가능하고 삼성전자 서비스센터의 교품 및 수리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얘기다.

◆벚꽃 에디션과의 이별

다섯 번째 갤럭시S8의 전원을 켰다. 네댓 번의 AS센터 방문, 네 번의 액정 불량 판정, 그리고 네 차례의 제품 교환 끝에 받은 기기다. 화면에 '갤럭시S8' 로고가 떠오른다.

미묘했다. 붉은 기는 돌았지만 지난 사례들보다는 옅었고, 전반적인 색감의 문제인지 일부분의 문제인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 업무도 바쁜데 시간만 뺏기고 해결되는 건 없었다. 피로감이 엄습했다. 주변 사람들에게 "이제 교환이니 뭐니 그만하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결론적으로, 다섯 번째 갤럭시S8은 벚꽃 에디션이 아니었다. 서비스센터의 직원은 디스플레이의 색감 및 색온도 초기 값 설정을 변경할 수 있는 모드를 통해 색상을 조정했고 그 결과 '정상 작동 범위'라는 판정을 내렸다.

해당 모드에 진입하려면 전화번호 입력 화면에서 *#15987#이나 *#159874#을 입력하면 된다. *#15987#으로 진입할 수 있는 컬러 밸런스 테스트 모드에서 레디시(Reddish·붉은 기) 조절이 가능하다. 0부터 3까지 단계별로 디스플레이의 붉은 기를 미세하게 조절할 수 있다. *#159874#은 보다 미세한 조정이 가능한 모드다. 레디시 조정 외에도 5개의 항목을 선택해 가장자리의 색감도 조정할 수 있다. 삼성전자 측은 이에 대해 "해당 모드는 전문 엔지니어가 세밀한 조정을 위해 사용한 것으로, 자칫 잘못 사용할 경우 치명적인 영향을 제품에 줄 수도 있다"면서 "기존 설정에 있는 색상 최적화 기능을 사용하길 권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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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플레이 불량 판정을 받고 반품을 기다리는 4대의 갤럭시S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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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열하게 무력하게, 벚꽃이 지다

벚꽃 에디션 이슈는 빠른 속도로 잠잠해지고 있다. 거듭된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등으로 색상 조정이 가능해졌고, 색감에 대한 선호도에는 개인차가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국의 최대 소비재 전문 월간지 컨슈머리포트는 지난 4월 갤럭시S8과 갤럭시S8+ 모델을 8대 구입해 테스트를 진행한 뒤 붉은 액정 이슈에 대해 "샘플 8개 중 4개의 화면이 다소 붉었지만, 눈에 띄게 왜곡되지 않았으며 2대의 기기를 나란히 놓고 보지 않으면 알 수 없었다. 사용자가 쉽게 색상 밸런스를 조정할 수 있어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긍정적인 평가를 내놨다.

이번 벚꽃 에디션 문제는 선호하는 '색온도'의 문제라는 주장도 있다. 색온도란 광원의 색을 절대온도(K)로 표시한 것으로 흰색의 색감(화이트 밸런스)의 기준점을 설정할 때 쓰인다. 붉은색과 노란색 계통의 광원일수록 색온도가 낮아지고, 푸른색 계통의 광원일수록 색온도가 높다. '서양에서는 낮은 온도의 색온도(6500K 이하)를 선호하고 동양권, 국내 사용자들은 높은 색온도(9300K)를 선호한다'는 주장도 있으나 아직까지 의학적으로 검증된 바는 없다. 표준 색온도인 6500K에 맞춰서 출시된 모바일 기기의 '누런 화면'을 오줌액정이라며 쓴소리를 듣는 경우도 상당수가 기기의 불량보다는 색온도에 대한 호불호가 원인인 경우가 많다. 하지만 화면 전체가 아닌 일부분만 색감이 다른 기기는 삼성전자 서비스센터에서도 인정했듯이 분명한 디스플레이 불량이며, 색감에 대한 선호도와는 무관하다.

나는 지금 다섯 번째 갤럭시S8을 사용 중이다. 미세 조정으로 어느 정도 색감 문제도 잡혔고, 무엇보다 눈에 익으니 쓸 만했다. 적어도 다른 부분에서는 만족하며 사용하고 있다. 볼륨 조절할 때마다 눌리는 빅스비 버튼만 빼고.

하지만 여전히 불만은 남는다. 전문가용 고급 모니터도 색감 문제를 완전히 해결하지 못해 기기마다 색깔이 다르고 주기적으로 교정해줘야 하는 것도 알고 있다. 하지만 그동안 삼성전자는 갤럭시S8의 디스플레이인 슈퍼아몰레드(Super AMOLED)가 색 표현력이 더 풍부한 디스플레이라고 자랑해 왔다. 다른 디스플레이보다 색 차이가 더 선명하고 미세한 색 변화에 더 민감하다고 말해 왔다. 그런 디스플레이라면 더 엄격한 검사 기준과 색감 조정이 필요했던 것 아닌가.

"갤럭시S8은 공장 출하 시 색감을 조정하는 전수교정 단계를 거치고 있으나 고객마다 선호하는 색감과 민감도가 다를 수 있다. 색상 최적화 기능을 추가한 것도 그 때문이다." 삼성전자가 내놓은 입장은 이렇다. 한마디로 디스플레이가 붉게 보이는 현상은 소비자의 민감한 눈 때문이니 색상 최적화 기능으로 충분히 조정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들의 말마따나 내 눈이 '예민보스'인 것일까. '색상 조정으로도 해결이 되지 않는다'는 사유로 4차례 불량 판정을 내린 전문 엔지니어들의 판단은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그저 운이 없었다고 하기에는 너무 귀찮고, 쓸데없이 치열했고, 끝내는 무력한 경험이었다.

공무원 시험도 아닌데 4전5기 끝에 온전히 내 것이 된 애증의 갤럭시S8을 만지작거렸다. 눈치도 없는 빅스비가 켜졌다. 아오.

[홍성윤 기자]

*원래 갤럭시S8의 디스플레이에는 '액정(Liquid Crystal)'이라는 표현을 쓸 수 없다. 갤럭시S8의 디스플레이는 액정을 이용하지 않는 OLED(Organic Light Emitting Diode·유기발광다이오드)이기 때문. 다만 스마트폰 등 모바일 기기 디스플레이에 대해 관용적으로 '액정 화면'이라고 명기해온 바, 이 글에서도 일부 병용했음을 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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