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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 폭우에 도심 절반 잠긴 청주 '천재지변' vs '인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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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축사 침수된 뒤 하천 수문 열고 농수로 물 빼"

기상청 고작 30∼80㎜ 예보…"호우특보도 늑장 발령"

(청주=연합뉴스) 심규석 기자 = "워낙 기록적인 폭우가 내렸으니 주택이 침수되고 차량이 빗물에 잠길 수 있었겠다 싶어도 당국이 대응한 걸 보면 절반의 원인은 천재지변이 아닌 인재라고 봅니다"

지난 16일 300㎜ 규모의 물폭탄 수준 비로 침수 피해를 본 청주 복대동의 한 주민은 당국의 늑장 대응에 분통을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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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중도시 된 청주[연합뉴스 자료사진]



지난 16일 새벽부터 쏟아진 비로 오전 9시께 청주시 복대동 죽천교 주변 주택이 침수됐고 차량이 빗물에 잠기면서 일대 교통이 마비되는 등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이 일대는 청주에서도 비 피해가 큰 상습 침수 지역으로 꼽힌다.

그 원인이 인재라는 것이 이 지역 주민들의 주장이다.

한 주민은 "도로에 고인 물이 빠지지 않아 주택이 잠기면서 아수라장이 됐는데, 죽천교 수문을 열자 한순간에 물이 빠졌다"며 "청주시의 늑장대응 탓에 피해가 커졌다"고 목소리를 키웠다.

이날 새벽부터 시작해 청주에 290.2㎜의 기습 폭우가 쏟아졌다. 1966년 기상관측이 시작된 이후 1995년 8월 25일(293㎜)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양이다.

특히 오전 7시 10분부터 1시간 동안 91.8㎜의 물폭탄이 떨어졌지만, 이때까지 청주시가 취한 조치는 없었다.

시민들에게 안전에 유의하라는 안내 문자 메시지가 발송된 것은 오전 8시 정각이다. 109.1㎜의 강수량이 기록되고 난 뒤였다. 이 역시 북이면·오창읍에 산사태 주의보가 발령됐으니 안전에 주의하라는 휴대전화 문자였다.

이날 청주에서 가장 심한 물난리가 난 복대동·비하동 일대의 위험성을 알리는 안내문자는 이날 오전 내내 단 한 차례도 없었고, 재난방송 역시 오전 10시가 넘어 나갔다.

주택가에 차량이 둥둥 떠다니고 주택·상가마다 물이 들어차는 난리를 겪었지만 청주시는 이런 위급 상황을 전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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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심천 범람…저지대 침수[연합뉴스 자료사진]



청주시 직원들에게 동원령이 내려진 것은 이날 오전 10시 10분이다. 청주의 젖줄로, 도심을 남북으로 관통하는 무심천의 청남교 지점 수위가 4.4m에 육박, 범람 위기에 놓이자 그제야 비상소집령을 내린 것이다.

직원 비상소집을 하고 난 뒤에도 청주시는 여전히 허둥거렸다. 비 피해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다리가 털썩 내려앉아 주민들이 통행할 수 없는 지경이 됐는데도 현장 상황을 제때 챙기지 않은 채 "현장에 나갔다가 주저앉은 다리를 봤다"는 말만 했다.

도심 곳곳이 침수돼 차량이 물에 잠겼고, 석남천 등 하천 제방이 유실된 데다 단수·정전으로 시민들이 불편을 겪어야 했는데도 이렇다 할 대응 없이 속수무책이었다.

농업용수 관할 당국의 늑장 대처로 축산농가가 큰 피해를 보기도 했다.

청주 오창 미호천 팔결교 부근 한 축산농민은 새끼오리 1만6천마리를 사흘 전 입식했으나 모두 폐사했다.

축사에 물이 잠길까 봐 애가 탄 이 농민이 16일 오전 6시부터 "축사 인근 농수로의 물이 넘쳐 축사를 덮칠 것 같은데 미호천으로 물을 퍼 올리는 배수펌프를 가동해 달라"고 요청했으나 묵살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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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붕만 보이는 비닐하우스[연합뉴스 자료사진]



"상부의 지시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농업용수 관할 당국은 비가 소강상태에 들어간 이날 점심때가 돼서야 펌프를 가동, 축사 주변의 물을 뺐다.

기상청도 이날 청주에 쏟아부은 강수량을 예측하는 데 실패했다.

기상청은 지난 16일 오전 4시 30분 충북 중북부 지역에 30∼80㎜의 비가 내릴 것이라고 예보했다.

실제로는 이보다 무려 최고 10배 가까운 290.2㎜의 폭우가 내리면서 이 예보는 한참을 빗나갔다.

청주에 호우경보가 내려진 시간도 오전 7시 10분이다. 시간당 최고 91.8㎜의 폭우가 퍼붓기 시작한 때에 맞춰 발령된 것인데, 신속한 예비 대처가 필요한 주민들로서는 하나 마나 한 '늑장 특보'였던 셈이다.

한 농민은 "어제 같은 폭우야 미리 알아도 손 쓸 도리가 없었겠지만, 당국은 하늘만 쳐다보고 있게 놔둔 게 전부"라고 울화통을 터뜨렸다.

k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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