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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역사왜곡 강화하는데…연구서 한권 안낸 동북아역사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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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반기에 독도 소책자만 출간…학계 "보여주기식 행사 몰두" 비판

연합뉴스

동북아역사재단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중국의 역사 왜곡과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에 대응하기 위해 설립된 정부 출연 연구기관인 동북아역사재단이 올 상반기에 단 한 권의 연구서도 출간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중국이 2007년 '동북공정'(東北工程)을 끝낸 뒤에도 고구려와 발해를 자국 역사에 편입하는 작업을 계속하고, 일본 정부는 독도 영유권 왜곡 교육을 의무화한 학습지도요령을 서둘러 적용하는 상황에서 재단의 연구 성과가 미미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7일 동북아역사재단에 따르면 2017년에 간행된 도서는 지난 2월 출간된 '한일 역사 속의 우리 땅 독도'뿐이다. 이 책은 독도에 관한 역사적·지리적 사실을 간단하게 정리한 56쪽 분량의 소책자로, 연구서는 아니다.

지난 2006년 닻을 올린 동북아역사재단은 10여 년간 300권 넘는 책을 편찬했다. 해마다 30여 권을 내놓은 셈이다. 일반 교양서뿐만 아니라 번역서, 논문집, 도록 등을 꾸준하게 출판했다.

그러나 동북아역사재단의 출판 실적은 현 김호섭 이사장이 2015년 9월 취임한 직후 급격히 줄어드는 추세다. 2014년 18권에서 2015년 14권으로 감소했고, 지난해에는 11권만 출간됐다. 동북아역사재단이 하반기에 책을 많이 내는 경향이 있지만, 올해도 이런 흐름은 변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동북아역사재단 측은 "올해 '외국인을 위한 고조선사', '포스트 동북공정 중국의 고구려사 연구동향 분석' 등 20권을 펴낼 계획"이라며 "자체 출판에서 위탁 출판으로 출판 방식을 바꾸고, 출판 수량보다는 우수한 연구 성과 발굴에 중점을 둔 결과"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재단으로부터 받은 출판 계획에 따르면 6권만 출판사가 정해졌고, 나머지 14권은 협의 중인 상태다.

문제는 연구서가 간행되지 않으면 학자와 일반인들이 성과를 공유할 수 없다는 것이다. 재단의 주요 기능에는 '동북아시아 역사와 영토 문제의 홍보·교육·출판 및 보급'이 명시돼 있다.

게다가 김 이사장은 작년 9월 재단 출범 10주년 기념식에서 '역사·영토 연구의 중심기관', '동북아 역사와 독도 관련 분야의 학술적 토대 구축'이라는 비전을 선포했지만, 실제로는 이에 역행하는 길을 걷고 있는 셈이다.

재단 사정을 잘 아는 학계 관계자는 "연구서 발간은 동북아역사재단이 해야 할 주된 임무인데, 한 해에 10여 권을 내는 것은 너무 저조한 실적"이라며 "재단이 6개월에 한 번꼴로 공개하는 중국의 한국사 연구동향 자료를 보면 지금도 중국 학자들이 한국 고대사를 매우 적극적으로 연구하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10주년을 맞은 재단이 연구 패턴을 바꿨을 수는 있지만, 새로운 형태의 연구가 활발히 이뤄지는 것 같지는 않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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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섭 동북아역사재단 이사장. [연합뉴스 자료사진]



역사학계 안팎에서는 이 같은 변화가 김 이사장이 연구를 내실화하기보다는 보여주기식 행사에 치중한 결과라고 보고 있다.

김 이사장이 재단에서 역점을 두고 추진하는 사업은 국제학술행사 개최와 재단 독립청사 건립으로 알려졌는데, 이는 재단 본연의 업무와는 거리가 있다는 평가다.

동북아역사재단은 1월에 일본 도쿄에서 게이오대학과 '트럼프 신정권과 동아시아의 행방'을 주제로 심포지엄을 열었고, 2월에는 미국 샌프란시스코 UC버클리대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동아시아 정책'에 대해 논의하는 콘퍼런스를 개최했다.

이어 3월에는 북미아시아학회(AAS)가 캐나다 토론토에서 진행한 콘퍼런스에 재단 직원 10명이 참가하기도 했다. 이 행사에 재단이 참여한 이유는 한국과 재단의 인지도 제고였다.

그러나 이런 학술대회는 동북아시아 역사나 영토 문제와 직접적 관련이 없고, 김 이사장의 전공 분야인 정치학과 가깝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역사학자는 "올해 초 국정 역사교과서 편찬 심의위원에 포함된 사실이 알려져 편향성 시비에 휘말렸던 김 이사장이 상반기에만 대여섯 차례 해외 출장길에 올라 재단 안에서도 입길에 오르내렸다고 들었다"며 "재단이 이사장 개인의 취향에 따라 운영되는 것 같다"고 안타까워했다.

psh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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