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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中, 류샤오보 사망 이틀 만에 火葬… 장례 기간마저 통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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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속 장례’ 국제사회 비난

중국 인권운동가이자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류샤오보(劉曉波)의 시신이 그가 숨진 지 이틀 만인 15일 화장돼 바다에 뿌려졌다고 신화통신이 16일 중국 선양(瀋陽)시 당국의 발표를 인용해 보도했다. 중국 당국이 가족들 반대에도 류샤오보 장례식을 서둘러 마무리한 것은 그의 죽음을 계기로 촉발된 중국 내 인권 논란 확산을 막기 위한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세계일보

중국 인권운동가이자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류샤오보의 장례식이 치러진 15일(현지시간) 홍콩 도심에서 류샤오보를 추모하는 시민 수천명이 촛불 행진을 하고 있다. 홍콩=AFP연합뉴스


글로벌타임스 등 중국 관영 언론에 따르면 류샤오보의 형 류샤오광은 지난 15일 중국 당국이 마련한 기자회견에서 “15일 오전 동생의 시신을 화장하고 몇 시간 후인 정오쯤 유해를 바다에 뿌렸다”고 밝히고, 중국 공산당의 인도주의적 배려에 감사를 뜻을 표했다. 중국 당국은 이날 류샤오보의 부인 류샤(劉霞) 등이 원형 유골 단지를 바다로 내리는 모습을 찍은 영상을 공개했다.

류샤오보의 친구와 지지자들은 중국 당국이 그의 유해를 바다에 뿌린 데는 그의 흔적을 지우려는 의도가 있다고 보고 있다. 류샤오보의 묘소가 민주화운동의 거점이 될 것을 우려한 때문이라는 것이다. 류샤오보 가족들은 그의 시신을 냉동보존하거나 매장하기를 희망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류샤오보의 장례 절차는 당국의 철저한 통제 속에 서둘러 끝났다. 보통 사흘 정도 진행되는 빈의관(殯儀館) 조문 절차가 생략됐다. 사망 7일째 음식을 준비해 넋을 위로하는 민간장례 풍속인 ‘두칠(頭七)’도 허용되지 않았다. 류샤오광은 동생의 견해에 반대해 그의 활동에도 비협조적이었던 인물이라고 류샤오보의 지인들은 전했다. 류샤오보 부부와 친분이 깊은 중국 반체제 인사 후자(胡佳)도 언론을 통해 “류샤오보가 장례기간에도 자유롭지 못했다는 게 가장 터무니없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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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인 향한 마지막 연서 류샤오보가 부인 류샤의 사진집 ‘류샤오보와 동행하는 방법’에 사용할 목적으로 남긴 서문. 류샤오보는 서문에 ‘얼음처럼 격렬한 사랑, 검정처럼 아득한 사랑’이라고 적었다.홍콩 개방망 캡처. 연합뉴스


중국 당국은 류샤오보 사망 이후 그의 가족에 대한 접촉을 통제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홍콩에 본부를 둔 중국인권민주화운동정보센터는 류샤가 류샤오보의 유골을 바다에 뿌리는 해장(海葬)에 동의하지 않았다고 이날 류샤의 친척을 인용해 밝혔다. 류샤는 중국 당국으로부터 류샤오보의 친필원고와 그의 서평이 담긴 서적 등 옥중 유품 일부를 넘겨받지 못해 이를 받아내려 노력 중이라고 전했다. 류샤오보는 수감 기간 많은 문학 평론과 산문, 시를 작성했고 많은 책을 읽고 표지에 서평을 남겼다.

현재 연금상태인 것으로 알려진 류샤는 우울증이 심각해졌다고 한다. 류샤오보 부부는 그동안 유럽이나 미국 등 외국으로의 이주를 희망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노벨상을 주관하는 노르웨이 노벨위원회는 지난 14일(현지시간) 한 외신에 보낸 성명에서 “류샤가 중국을 떠나기를 원할 경우 그렇게 할 기회를 거부하는 것은 정당화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류샤오보의 변호인인 국제변호사 재리드 겐서도 “지난 48시간 동안 류샤와의 모든 연락 채널이 끊긴 상태로 크게 우려스러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선양시 정부 신문판공실은 “중국 정부는 중국 시민으로서 그녀의 합법적 권리를 보호할 것”이라면서도 해외 이주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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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줌 재로… 중국 인권운동가이자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류샤오보의 동생 류샤오쉬안이 15일 랴오닝성 다롄 앞바다에서 형의 유골이 담긴 단지를 물속으로 내려보내고 있다. 선양시 제공. EPA연합뉴스


홍콩에서는 류샤오보를 추모하는 시민 수천명이 거리로 나와 도심 촛불행진을 벌였다. 일부 시민은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홍콩에서는 그동안 류샤오보 지지집회가 많이 열렸으나 그의 장례가 치러진 뒤 열린 이날 집회는 역대 최대 규모였다. 다양한 연령대의 집회 참가자들이 흰 국화를 들고 중국 연락사무소 앞에 설치된 임시 추모소에 찾아와 류샤오보에게 애도를 표했다.

베이징=이우승 특파원 ws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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