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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트럼프 압박에 한미FTA 비상.."협상 늦추고 폭 줄어야"(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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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30일 이내 워싱턴서 공동위 개최 요구

"한미FTA 때문에 무역적자"..개정 압박

韓 "개정 앞서 무역불균형 원인 조사해야"

협상 파기까진 안 갈듯..관건은 협상 시기·폭

이데일리

[세종=이데일리 최훈길, 김성곤 기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통상 압박이 가시화됐다. 미국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로 무역적자가 심각하다며 이를 개정할 회의를 30일 이내에 개최할 것을 공식 요구했다. 우리 정부는 “FTA 개정협상에 응할 의무가 있는 게 아니다”며 개정협상에 앞서 미국 무역적자의 원인부터 조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우리 정부가 협상 시일을 늦추거나 개정 수위를 줄이는 게 관건이 될 전망이다.

◇美 “워싱턴서 30일 이내 회의 개최”

13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USTR(미국 무역대표부) 대표는 이날 새벽(한국 시간 기준) 주형환 산업부 장관에 보낸 서한에서 “(한미 FTA) 개정 및 수정을 포함해 협정의 운영에 영향을 미치는 사안들을 검토하기 위해 공동위원회 특별회기를 워싱턴 D.C.에서 곧 개최할 것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한미 FTA 협정문에 따르면 미국이나 한국이 이 같은 회의 개최를 요구하면 상대방은 30일 이내에 응해야 한다. 이에 여한구 산업부 통상정책국장은 이날 브리핑을 열고 “조속한 시일 내 국장급 관계관을 미국에 보내 USTR 측과 구체적인 의제 및 개최 시기를 조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문재인 정부 초기 통상조직이 갖춰진 뒤 회의를 열자는 입장을 전할 예정이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국회에서 정부조직법을 처리한 뒤 조직 개편이 이뤄지고 (회의에 참석할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이 임명된 뒤에 이 회의를 개최하는 게 옳다”고 말했다. 따라서 7월 임시국회 일정을 고려할 때 회의는 빨라야 이달 말에 열릴 전망이다.

하지만 회의가 열리더라도 양국 입장 차가 클 전망이다. 일단 한미 FTA 개정협상을 할지 여부를 놓고도 이견이 크다. 라이트하이저 대표는 “한미 FTA가 발효된 이래, 대(對)한 무역적자는 132억불에서 276억불로 2배 증가한 반면, 미국산 제품의 수출은 실제로 감소했다”며 개정협상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정부는 ‘선(先)조사, 후(後) 논의’ 입장이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대표가 언급한 것처럼) 미국의 한국에 대한 무역적자가 큰 것은 알고 있다”면서 “미국의 무역적자가 한미 FTA 때문인지, 다른 이유 때문인지 먼저 따져봐야 한다”고 밝혔다. 양국 실무진이 한미 FTA 시행 효과를 공동으로 조사·분석·평가한 뒤에 개정 협상 여부를 결정하자는 것이다.

실제로 한미FTA 협정문에 따르면 공동위원회와 이 협정에 따라 설치된 모든 위원회·작업반 및 그 밖의 기구의 모든 결정은 양 당사국의 합의로 정해야 한다. 여 국장은 “개정 협상을 하려면 양측의 합의가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만약 우리 정부가 끝까지 거부한다면 개정협상이 불가하다는 뜻이다.

◇관건은 협상 시기·폭..“서두르면 안 돼”

다만 이 경우 미국 측이 한미 FTA를 일방 파기할 수도 있다. 양국 합의에 따르면 협정 종료를 희망하는 당사국은 상대국에 언제든지 이를 통보할 수 있다. 협정은 통보일로부터 180일 되는 시점에 종료된다. 산업부는 “한미 FTA 파기 시 양측 업계 모두 피해를 입는다”고 밝혀, 양국이 극단까지 가지 않고 적절한 시점에 협상을 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앞으로 협상을 언제, 어떤 수위로 진행할지가 최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속도를 내면 오는 11월께 개정 협상에 돌입할 수도 있다. 미국으로의 수출이 많은 자동차, 철강 등이 논의 대상에 오를 전망이다. 여 국장은 “개정협상을 시작했는데 (협상 범위가) 커져서 크게 될 수도 있다”며 “모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철저히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재협상(renegotiation)이 아닌 개정(amendment)협상 표현을 사용한 게 협상 수위와는 무관하는 지적이다.

또 정부는 한미 FTA와 미국의 무역적자와는 무관하고 FTA로 상호 호혜적인 효과를 얻었다는 입장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ITC(미국국제위원회)는 “2015년에 미국의 무역적자가 238억달러였지만 한미 FTA가 없었다면 440억달러에 달했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전문가들은 협상을 늦추고 협상 수위를 낮추는 방안을 주문했다. 송기호 민변 국제통상위원장은 “이번의 미국의 개정 요구는 최종 통보가 아니다. 이번 개정 협의가 마무리되면 미국은 다시 NAFTA(북미자유무역협정) 새 모델을 한미 FTA에 장착시킬 것”이라며 “서두르지 말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북미자유무역협정은 오는 8월16일부터 개정협상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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