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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르포] 사드 갈등 1년…"1∼2년 더 걸려도 싸울 수밖에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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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심 둘로 나뉜 성주…"정부 방침 따라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보수단체 회원·배치 반대 주민 충돌 빚기도…해결 실마리 안 보여

(성주=연합뉴스) 박순기 기자 = "오늘이 사드철회 투쟁한 지 꼭 1년이 되는 날인데 앞으로도 1∼2년 더 걸린다고 하니 답답합니다. 그래도 싸울 수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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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기지 입구에 대규모 경찰 긴급배치
(성주=연합뉴스) 최수호 기자 = 경찰이 12일 오전 사드(THAAD) 기지 입구인 경북 성주군 초전면 소성리 마을회관 부근에 경찰 1천300여 명을 긴급 배치했다. 사드기지 내 사고가 난 한국군 트럭을 견인하기 위한 것이라고 군 측은 설명했다. 2017.7.12.



12일 오전 경찰이 대규모 경찰력을 긴급 배치했다는 소식을 듣고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기지 입구인 경북 성주군 초전면 소성리 마을회관 앞에 나온 주민 이재동(50대)씨는 이같이 말했다.

13일은 국방부가 사드 기지로 성주군 성주읍 성산포대를 발표한 지 1년, 성주 주민이 사드철회 집회를 연 것도 1주기를 맞는 날이다.

1년의 세월이 지났지만 사드체계 일부분만 소성리 성주골프장에 배치한 채 아직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그동안 성주는 사드배치를 찬성하는 주민과 반대하는 주민은 둘로 쪼개졌다.

사드 반대 주민은 계속 집회를 열고 있고 보수단체들도 최근 소성리에서 잇달아 배치를 촉구하는 집회를 벌이는 등 당분간 갈등은 끝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국방부는 지난해 7월 13일 성주읍 성산포대(한국군 미사일기지)를 사드배치 용지로 공식 발표했다. 이틀 후 황교안 국무총리가 성주군청을 찾아 주민설명회를 열었다가 성난 주민에게 막혀 한동안 움직이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 사태로 제3후보지가 거론됐고 1개월여 후 김항곤 성주군수가 성산포대를 뺀 제3의 장소를 결정해달라고 요청함에 따라 국방부는 현장 답사를 거쳐 9월 30일 3개 후보지 가운데 성주골프장을 사드기지로 확정해 발표했다.

사드철회 성주투쟁위원회는 성산포대 발표 때부터 성주군청 앞마당에서 거의 매일 촛불집회를 열다가 성주골프장 입구 격인 소성리 마을회관 등에서도 촛불집회와 수요집회를 열어왔다. 소성리 마을회관 주변 곳곳에는 '사드 가고 평화 오라' 등 문구가 적힌 현수막이 내걸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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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 성능 점검하는 미군
(성주=연합뉴스) 김준범 기자 = 미군이 4일 오후 경북 성주골프장에 배치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발사대를 하늘로 향해 배치(왼쪽)했다가 발사대를 다시 접은 장면(오른쪽)이 목격됐다. 이날 오후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에 성공했다는 보도가 나온 뒤 미군은 사드 발사대를 점검했다.



올해 들어 3월 6일 미군이 C-17 수송기로 오산기지에 사드 발사대 2기를 공수한 데 이어 4월 26일 새벽 성주골프장에 X-밴드 레이더, 사드 발사대 2기, 주전력 장비, 냉각 장비 차량, 통제 차량 등을 배치해 운용에 들어갔다.

사드 1개 포대는 발사대가 6기이고, 나머지 4기는 사드 장비가 성주골프장에 반입하기 하루 전 경남 김해시 중앙고속도로에서 이동하는 모습이 언론에 포착된 바 있다. 현재 국내 미군기지에 보관 중인 것은 확실하지만 군사보안이라서 장소는 비밀에 부쳐져 있다.

북한이 지난 5월 14일 중장거리탄도미사일(IRBM)를 발사했을 때 사드기지 X-밴드 레이더가 이를 탐지하기도 했다.

그러나 사드기지에 유류가 원활하게 공급되지 않아 24시간 정상 가동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소성리 주민들은 성주골프장에 사드 발사대를 배치한 뒤부터 마을회관 앞에 간이 검문소를 마련해 기지 안으로 들어가는 차를 검문하고 있다. 사드 운용에 필요한 유류나 장비를 반입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이를 제지하려는 경찰과 몇 차례 충돌을 빚었으나 최근까지도 계속해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게다가 보수단체들이 지난달 18일부터 소성리 마을회관 부근에서 사드찬성 집회를 열기 시작했다.

최근 장마 때문에 보수단체들은 집회를 띄엄띄엄 열었지만, 앞으로 집회와 가두행진을 본격화할 예정이라서 사드반대 주민과 마찰을 빚을 것으로 우려된다.

정부가 환경영향평가 등 법적 절차를 거친다는 방침을 세움에 따라 앞으로도 1년여간 사드배치를 둘러싼 지루한 공방전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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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성리 마을회관에서 열린 보수단체의 사드찬성 집회. [연합뉴스 자료사진]



초전면에서 조금 떨어진 월항면에 사는 김모(60)씨는 "솔직히 이제 사드배치 문제에 관심이 없다. 동네 사람도 사드 이야기는 잘 하지 않는다"며 "이 문제로 오래 시간을 끈 만큼 정부가 어떤 식으로든 해결하지 않겠나"고 말했다.

성주군 측은 사드배치 터가 성주골프장으로 결정이 난 뒤 사드에 주민 관심이 많이 떨어졌다고 했다.

군 관계자는 "정부 정책에 지자체가 특별한 의견을 밝히긴 곤란하다"며 "정부 방침에 맞춰 따라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주민 배모(40·여)씨는 "사드배치가 불법이라서 반대하는 게 아니고 우리나라에 필요 없으므로 반대한다. 참가 인원이 적어 보이지만 일이 바빠 못 나올 뿐이고 관심이 떨어진 게 아니다. 아직 반대여론이 높다"고 주장했다.

성주투쟁위는 12일 주민 300명이 모인 가운데 성주군청 앞 공영주차장에서 '성주촛불 365일차 평화음악회'를 열고 13일 저녁에는 같은 장소에서 150명이 모인 가운데 사드철회 투쟁 1년을 회고하는 1주기 기념 '단결과 연대의 밤 행사' 촛불집회를 한다. 1년간 투쟁기를 담은 책(촛불일기)도 발간한다.

성주투쟁위 박수규 상황실장은 "북한이 핵과 미사일을 고도화하는 과정에서 배치된 사드를 빼는 게 쉽지 않아 보인다"며 "주민 처지에서는 사드 가동은 절대 안 되고 이를 막기 위해 끝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했다.

parks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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