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19 (금)

정부, 소득재분배 본격 시동…법인·경유세 조정 여지 남겨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대기업·고소득·자산소득 과세 강화하되 중산·서민층 세제지원 확대

에너지세제 등 민감한 사안은 조세·재정개혁 특별위에서 논의

연합뉴스


국정기획자문위원회 박광온 대변인 [연합뉴스 자료사진]



(세종=연합뉴스) 민경락 이대희 기자 = 정부가 대기업·고소득자 과세를 강화하고 중산·서민층 세제지원을 확대하는 내용의 소득재분배 정책에 본격 시동을 걸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를 거치면서 부자 감세 정책으로 왜곡된 세제를 바로잡아 경제 선순환을 복원하겠다는 취지다.

법인세율·경유세 인상 추진 여부 등 민감한 사안은 조세·재정개혁 특별위원회를 설치해 신중하게 논의하기로 했다.

이는 명목세율 인상, 경유세 인상은 없다는 지금까지 정부 입장과 다소 차이가 있는 것이다.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29일 이런 내용의 새 정부 조세개혁 방향을 발표했다.

◇ "부자 감세 정책으로 왜곡된 세제 정상화하겠다"

국정기획자문위가 이날 발표한 소득재분배 강화를 골자로 한 조세개혁 방향은 지난 10년간 계속된 대기업·고소득자 감세 정책이 분배 악화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최근 계속된 경기 침체는 고소득층보다 주로 저소득층에 직격탄이 됐다.

지난해 소득 하위 20%인 1분위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144만7천원으로 전년보다 5.6% 감소하며 가장 큰 폭으로 줄어들었다.

반면 소득 상위 20%인 5분위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834만8천원으로 1년 전보다 2.1% 증가해 대조를 이뤘다.

결국 분배지표인 지니계수는 지난해 0.304로 전년(0.295)보다 악화했다.

2013년 기준 재분배정책으로 인한 국가별 소득재분배 개선율을 보면 한국은 10.1로 핀란드(47.1), 독일(42.5), 프랑스(41.7) 등 선진국과 비교하면 낮은 편에 속한다.

이런 이유로 지난 3월 발표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구조개혁평가보고서는 하위 20%인 1분위 가처분 소득 비중이 회원국 평균을 밑돈다면서 조세·사회이전시스템의 약한 재분배 효과를 원인으로 지적하기도 했다.

정부는 새 정부 정책 방향에 따라 소득재분배를 위해 일단 추진 가능한 세제 개편은 즉시 한다는 방침이다.

연합뉴스

[그래픽] 5년만에 소득분배 악화, 중산층도 감소



정부는 이를 위해 대기업 비과세 감면을 축소하고 빅데이터를 이용한 탈루 소득 과세를 강화하기로 했다.

현행 10%인 월세 세입자 세액공제율을 인상하고 폐업한 자영업자가 사업을 재개하거나 취업하며 재기할 때 체납액을 한시적으로 면제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등 중산·서민층지원은 확대한다.

◇ 법인세·경유세 인상 여지 남겨놔…조세·재정개혁 특별위서 논의

정부는 당장 추진이 어려운 법인세율, 수송용 에너지세제 개편 여부 등 민감한 사안은 특별위원회를 설치해 신중하게 논의하기로 했다.

사회적 이해관계가 첨예한 세제는 국민 합의를 거쳐 추진 여부를 결정한다는 것이다.

최근 정부는 미세먼지 절감 수단으로 경유세 인상을 고려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번 발표로 위원회 논의 결과에 따라 내년 이후 에너세제 조정을 추진할 여지를 열어둔 셈이다.

법인세 명목 세율 인상도 아직 고려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역시 위원회 논의에 따라 정책 추진 방향이 달라질 수 있게 됐다.

정부가 이런 사안을 논의하기 위해 올해 하반기에 새로 만드는 조직이 '조세·재정개혁 특별위원회(가칭)'다.

문재인 정부가 이 조직을 신설하는 것은 참여정부 시절 종합부동산세(종부세) 조세저항에서 얻은 교훈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2005년 1월 종부세 도입으로 저항이 커지자, 참여정부는 3월 '조세개혁특별위원회'를 뒤늦게 설치해 사회적 합의를 통한 조세개혁을 추진하고자 했다.

정부는 하반기부터 위원회 논의를 시작해 내년에 로드맵과 추진 방안을 담은 개혁보고서를 대통령과 국회에 보고하고 내실 있는 논의와 결정이 이뤄지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박광온 국정기획자문위 대변인은 "부동산 보유세 등 모든 문제를 중장기적으로 조세·재정개혁 특별위원회에서 논의한다고 보면 된다"라며 "위원회는 조세재정개혁 방안이 충분히 마련될 때까지 운영될 것"이라고 말했다.

rock@yna.co.kr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