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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국산 맥주 맛없다는 오해, 토종 효모가 씻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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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생물자원관, 누룩에서 효모 균주 23개 발굴

풍미 탁월한 사카로마이세스 균주는 특허 출원

캐러멜향 내는 화합물 기존 효모의 8.6배 생산

"수입 균주 대체, 맥주 제조사에 기술 이전도"

중앙일보

한 대형마트에서 개최한 '세계맥주 페스티벌'에서 모델들이 세계맥주를 소개하고 있다. 최정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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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이 더 뛰어난 맥주를 빚는 데 활용할 수 있는 효모 균주가 국내 전통 누룩에서 발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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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에서 술을 빚는 데 사용했던 전통 누룩. [사진 국립생물자원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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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생물자원관은 지난해 11월 강원도 삼척에서 수집한 양조용 전통 누룩에서 23종류의 토종 효모를 발굴, 이 가운데 향미가 탁월한 맥주를 생산할 수 있는 균주(菌株)를 찾아 최근 특허 출원했다고 29일 밝혔다. 국립생물자원관은 한경대 김계원 교수, 경희대 박천석 교수와 공동 연구를 해왔다.

효모(酵母)는 이스트(yeast)로 불리는 작은 균류로 곰팡이 종류다. 맥아·물 등 다른 원료와 더불어 맥주 품질에 큰 영향을 미친다. 단세포 생물인 세균과 다세포 생물인 일반 곰팡이의 중간적 성격을 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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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모의 현미경 사진. 가운데 막대에 표시된 막대의 길이는 10 마이크로미터(㎛, 1㎛=1000분의 1㎜)에 해당한다. [사진 국립생물자원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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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찾아낸 23개 균주는 ▶맥주 양조 때 많이 사용되는 사카로마이세스 세레비제(Saccharomyces cerevisiae) 종(種)에 속하는 5개 ▶사카로마이콥시스 피불리제라(Saccharomycopsis fibuligera) 균주 13개 ▶피치아 자디니아이(Pichia jasinii) 균주 4개 ▶위케라모마이세스 아모말루스(Wicjerhamomyces anomalus) 균주 1개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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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천 배지에 배양한 맥주 효모. [사진 국립생물자원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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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 가운데 사카로마이세스 균주 가운데 하나(S.cerevisiae NIBRFGC000498868)는 발효 과정에서 바나나·사과·포도 등 과일 향과 캐러멜 향, 장미 향 등을 내는 화합물을 기존 효모보다 훨씬 많이 생산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캐러멜 향을 내는 물질(2,3-디하드로-3,5-디하드록시-6-메틸-4-수소-파이-4-론)은 859%(8.59배)나 더 생산했다.

또 바나나 향을 내는 물질(2-메톡시-4-비닐페놀)은 121%, 장미 향을 내는 벤젠에탄올은 49.5%, 사과 향을 내는 헥사노익산에틸에스터는 22%를 더 생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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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크에 맥주 효모를 배양한 모습. 효모의 배양 과정에는 맥주 발효 과정과 동일한 원리가 적용된다. [사진 국립생물자원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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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균주는 기존 상업용 맥주 양조에 흔히 사용되는 효모인 사카로마이세스 세레비제 균주들과 같은 종(種)이지만 일부 유전자 구조가 다른 것으로 확인됐다.

백운석 국립생물자원과장은 "이번에 확보된 토종 효모 균주를 활용하면 풍미가 더 나은 맥주를 제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며 "맥주 제조 업체에 기술 이전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국립생물자원관은 국산 효모로 맥주 양조용 수입 효모를 대체함으로써 나고야 의정서 발효(2014년 10월)에 따른 양조 주권 확보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생물다양성협약에 따른 나고야 의정서는 유전자원 이용에 대한 사전 승인과 함께 이익을 생물자원 보유국과 공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맥주 양조용 효모와 같은 미생물도 이익 공유의 대상이 된다. 효모 수입국에서 균주 수출국에 맥주 생산으로 얻은 이익을 나눠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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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트·편의점에서 판매되고 있는 수입 맥주. [사진 BGF리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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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는 발효에 이용되는 효모의 종류에 따라 상면(上面)발효 맥주(에일, ale)와 하면(下面) 발효 맥주(라거, lager)로 구분된다.

상면발효 맥주는 섭씨 10~25도의 실온 이상의 온도에서 발효를 해서 제조하며, 발효시 효모가 표면으로 따오른다.

하면발효 맥주는 섭씨 5~10도의 저온 발효를 통해 제조하며, 발효가 끝나면 효모가 아래로 가라앉는다.

상면발효에는 주로 사카로마이세스 세레비제(S. cerevisiae)가, 하면발효에는 주로 사카로마이세스 칼스베르젠시스(S. carlsbergensis)가 이용된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강찬수 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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