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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프란치스코 교황 측근’ 펠 추기경 성범죄 혐의로 기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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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오스트레일리아 가톨릭 교회 최고인사

교황청 재정 총책임자, 바티칸 서열 3위

경찰 “역사적인 성폭행 범죄에 연루 혐의”

펠 추기경 “난 결백”, “경찰이 인격 살해”

교황 “그의 정직성 인정”…계속 두둔


한겨레

오스트레일리아 빅토리아주 경찰에 의해 기소된 조지 펠 추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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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레일리아 가톨릭교회의 최고위직인 조지 펠(76) 추기경이 성범죄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바티칸의 재정을 책임지며 ‘가톨릭교회 서열 3위’로 불리는 인사라는 점에서 프란치스코 교황도 적잖은 타격을 입게 됐다.

오스트레일리아 빅토리아주 경찰은 29일 “펠 추기경을 역사적인 성범죄 혐의로 기소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 혐의와 관련한 여러 건의 고소가 있다”고 해, 추기경이 여러 사람을 상대로 성범죄를 저지른 혐의가 있음을 시사했다.

경찰은 혐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공개하지는 않았다. 오스트레일리아 정부는 가톨릭 사제들이 교회와 학교, 고아원 등에서 상습적으로 성범죄를 저질렀다는 비난이 쇄도하자 2012년 조사에 착수했다. <아에프페>(AFP) 통신은 1950~2010년의 아동 대상 성범죄 4444건이 교회에 신고됐으며, 오스트레일리아 가톨릭 사제들의 7%가 연루된 것으로 조사됐다고 전했다.

펠 추기경은 멜버른과 시드니에서 대주교를 할 때 사제들의 범죄를 은폐하거나 무마하려 했다는 이유로 비난을 받아왔다. 기소 내용에 포함됐는지는 불분명하나, 현재 40대인 남성 두 명은 1970년대 말 수영장에서 펠 추기경한테 성추행을 당했다며 고소했다. 펠 추기경은 한 차례 출석 조사와 두 차례 영상 조사에서 사제들의 성범죄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는 점을 인정했다.

바티칸에 머물러온 펠 추기경은 기소 발표 직후 기자회견에서 “난 결백하다”고 말했다. 기소에 대해서는 “무자비한 인격 살해”라고 했다. 그는 다음달 18일 멜버른 법원 출석을 앞두고 교황한테 휴가를 얻었다고 했다. 펠 추기경은 2014년 프란치스코 교황이 바티칸은행 부패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신설한 경제사무국의 총책임자로 임명됐다.

측근인 펠 추기경의 기소로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미지 타격이 불가피하다. 미국, 캐나다 등 세계 각지 교회의 성범죄 문제가 불거진 가운데, 프란치스코 교황은 사제들의 성범죄를 교회의 가장 큰 숙제라며 무관용 정책을 펴겠다고 말해왔다. 이날 교황청은 아동 성범죄를 이유로 한 이탈리아 신부를 파면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해 펠 추기경 관련 의혹에 대해 “언론에 의한 재판이나 가십에 근거한 재판은 피해야 한다”며 그를 두둔한 바 있다. 교황청은 펠 추기경의 기소 소식에 “유감”이라며 “오스트레일리아의 사법 시스템을 존중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프란치스코 교황은 “펠 추기경이 지난 3년간 보여준 정직성을 인정한다”고 대변인을 통해 밝히며 그에 대한 여전한 신뢰를 표명했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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