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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해외서만 열리는 지갑···내수 부진 발목 잡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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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그래픽] 소비자심리 6년5개월내 최고


【서울=뉴시스】강세훈 기자 = 가계 여유자금이 3개월 사이 5조원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 소비 회복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신규 주택구입과 함께 해외 소비를 중심으로 나타난 현상이어서 국내 소비 회복을 확인할 만한 지표로는 부족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특히 소비경기 선행지표인 소비자심리지수는 새정부에 대한 기대감 등으로 6년 5개월만에 최고치로 치솟는 등 내수 개선 신호가 나타나고 있지만 실제 소비 회복으로 이어질 지는 여전히 두고 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지난 28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7년 1분기 중 자금순환(잠정)' 자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가계 및 비영리단체의 금융거래 여유자금(자금조달-자금운용) 규모는 14조1000억원으로 지난해 4분기 19조2000억원보다 5조1000억원 줄었다.

금융거래 여유자금은 예금이나 보험, 연금, 채권 등으로 굴린 돈(운용자금)에서 금융회사 등으로부터 빌린 돈(조달자금)을 뺀 것이다. 일반적으로 잉여자금이 줄어든 것은 그만큼 가계가 소비를 해서 쌓아둔 돈이 적어졌다는 의미다.

신규 주택 구입을 위해 쓴 돈이 많아진 데다 노후 경유차 세제 혜택에 따른 신차 구매, 그리고 해외여행을 중심으로 소비가 증가한 것이 가계 여유자금이 줄어든 원인이라고 한은 측은 설명했다.

한은 관계자는 "해외를 중심으로 한 소비 증가와 자동차 등 내구재 소비가 증가한 게 가계 여유자금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며 "국내 소비 쪽은 아직 좋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실제 지난 3일 한은이 발표한 국민계정에서는 1분기 국내 거주자가 해외에서 쓴 금액은 7조8462억원으로 지난해 4분기보다 11.3%(7966억원) 늘었지만 국내 거주자가 국내 소비로 지출한 금액은 186조8607억원으로 지난해 4분기(188조4854억원)보다 0.9% 줄었다.

가계의 소비가 해외에서 주로 늘어나고 있지만 국내 소비는 회복되지 않고 있는 셈이다.

지난 27일 발표된 소비자심리지수는 111.1로 6년 5개월만에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세부 내용을 놓고서는 해석이 분분하다.

지수 구성 항목을 살펴보면 경제상황에 대한 인식 정도를 나타내는 현재경기판단CSI가 전달에 비해 11포인트 올라 상승세가 두드러졌지만 가계 소비 심리인 현재생활형편(+2), 소비지출전망(+3), 생활형편전망(0), 가계수입전망(+1) 등으로 반등폭이 상대적으로 작았다.

소득이 늘어나도 노후 등을 생각할 때 소비할 형편은 못 된다고 판단하고 있다는 것이다. 소비 성향이 늘어나는 대신 저축률이 급격히 치솟고 있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올해 1분기 총저축률은 36.9%로, 지난 1998년 3분기(37.2%) 이후 약 19년(74분기)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래에셋대우 이준기 연구원은 "경기 전망 보다는 가계의 소비 형편에 대해 덜 낙관적인 셈"이라며 "소비 지출이 늘어나도 재화의 구매 보다는 여행, 취미, 외식 등 서비스의 구매에 더욱 많은 지출이 발생할 확률이 높다"고 설명했다.

하이투자증권 진용재 연구원은 "실제 소비를 예상하기 위해서는 소비자심리지수보다 세부항목 중 하나인 소비지출전망을 보는 게 더 합리적"이라며 "소비지출전망이 3포인트 상승해 2015년 12월 수준밖에 회복하지 못해 소비 욕구가 살아나고 있음을 확인하는 정도"라고 설명했다.

1360조원에 달하는 가계부채 문제가 소비 회복의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진 연구원은 "가계부채 문제가 해결되기 쉽지 않다는 점이 소비자심리의 위험 요인"이라며 "8월에 가계부채 관리방안이 발표될 때 소비자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면 소비 심리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kangse@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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