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3.19 (화)

[앵커브리핑] '삼남사람 연 흥부는 가고…'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고정관념의 통쾌한 무너짐. 세상이 바뀌었다는 것은 결국…

뉴스룸의 앵커브리핑을 시작합니다.

어쩌면 우리의 고전 소설이 바뀌어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흥부는 연 씨가 아닌 장 씨"다.

"흥보만보록" 최근에 공개된 가장 오래된 흥부전에 따르면 흥부의 성은 우리가 알고 있었던 연 씨가 아닌 장 씨. 고향은 경상, 전라, 충청을 일컫는 삼남이 아닌 평양 서촌이었다고 합니다.

더구나 파리 한 마리 못 잡을 것 같았던 주인공 흥부는 무과에 급제하여 덕수 장 씨의 시조가 되었다는데…그렇다면 그동안 우리가 알고 있었던 삼남 사람 연흥부는 어디로 간 것일까…

한때 유행했던 노래 가사처럼 '흥부가 기가 막힐' 일이었지요.

고정관념…오랜 동안 체득되어 잘 바뀌지 않는 인식…

그것이 무너질 때 사람들은 당혹감을 느끼기도 하고 때로는 통쾌함을 느끼기도 합니다.

몇 년 전에 차를 타고 청와대 앞 검문소를 지날 때였습니다.

"어디 가십니까?"

불쑥 묻는 경찰의 질문에 "시내로 간다"고 했다가, 그 시내가 어디냐고 다그쳐 묻는 바람에 곤혹스러웠던 기억이 납니다.

왜 이 사람에게 나의 행선지를 시시콜콜하게 말해야만 하는 것일까…결국 특정 지명까지 말하고서야 풀려났던 기억…

요즘 그 질문은 "안녕하십니까"로 바뀌었습니다. 물론 청와대 앞길도 24시간 개방됐지요.

권력 앞에서는 괜히 주눅 들던 고정관념의 통쾌한 무너짐.

원전이야말로 최고의 전력원이라는 그 오래된 고정관념을 깨고 원전은 멈춰 서거나 신규건설이 중단되었고… 가정용 전기는 쓸수록 돈을 더욱더 많이 내야 한다던. 서민에게 억울하고도 잔인했던 그 원칙 역시 "가정에만 적용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판결이 내려졌습니다.

세상이 바뀌었다는 것은 결국 그것으로 인해 우리의 권리가 침해받았던 과거로부터의 고정관념이 깨어져 가는 과정이 아닐까…

그리고… 시민으로서의 4대 의무를 다하고 있는 우리야말로 그 통쾌함을 즐길 수 있는 자격이 있는 것이겠지요.

삼남 사람 연 흥부가 가고, 평양사람 장 흥부가 등장했다는 소식에 깜짝 놀라 '흥부가 종북이야'를 외칠 것만 같은 몇몇 사람들은 빼고 말입니다.

오늘(28일)의 앵커브리핑이었습니다.

손석희 기자

JTBC, JTBC Content Hub Co., Ltd.의 모든 콘텐트(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Copyright by JTBC, JTBC Content Hub Co., Ltd. All Rights Reserved.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