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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단독]백남기 농민 쏜 살수차, 수압제한 장치 고장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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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조종요원 중 한 명 경리업무 담당

집회현장·야간 살수 경험 전무

“출동 전날 운용지침 처음 봤다”

경찰, 차량 수리 맡겼을 때

수리업체 “낡아서 고칠 수 없다”

‘청문감사 보고서’ 법원 제출하면서

살수차 관리·운용체계 부실 드러나


한겨레

지난해 11월 5일 오전 서울 중구 명동성당에서 열린 백남기 농민 장례 미사를 마친 운구행렬이 노제가 열리는 서린사거리를 향해 행진을 시작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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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5년 11월 민중총궐기 집회 당시 백남기 농민을 쓰러뜨린 경찰 살수차의 수압제한 장치가 고장 나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살수차를 조종했던 경찰관 중 한명은 경리업무 담당 직원으로 살수차 운용지침을 출동 전날에야 처음 봤다고 진술하기도 했다. 서울지방경찰청이 사고 직후 작성한 ‘청문감사 보고서’에는 살수차 관리·운용체계의 허점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28일 경찰과 백남기투쟁본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등의 설명을 종합하면, 당시 백 농민에게 물대포를 쏘았던 살수차(충남 살수 9호)는 최대수압 제한 기능이 고장나 ‘경찰 장비의 사용기준 등에 관한 규정의 살수차 사용 지침’이 허용한 최대 수압(15bar)을 낼 수 있는 펌프회전수(3000rpm)를 넘길 수 있는 상태였다. 경찰은 이를 바로 잡기 위해 이 차량 수리를 맡겼지만, 수리업체는 ‘낡아서 고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사고 직후 이런 사실을 파악한 서울지방경찰청 청문감사관실은 ‘백 농민에게 최대 수압을 넘겨 살수한 것이 아닌지’를 살수차 운용 경찰관에게 집중적으로 물었다. 하지만 해당 경찰관은 “(펌프회전수)2800rpm을 넘어가면 몸이 느낄 정도로 살수차에 무리가 가기 때문에 2800을 넘기지 않았다. 계속해서 rpm을 주시하고 있었다”고 답변했다. 이런 사실은 서울지방경찰청이 지난 23일 법원에 ‘청문감사 보고서’를 제출하면서 알려졌다. 검찰 수사가 진행중이라는 이유로 법원에 제출을 거부하던 보고서를 최근 경찰은 태도를 바꿔 법원에 제출했다.

운용 요원들의 살수차 조종 경험이 일천했던 점도 드러났다. 당일 살수차 조작을 담당했던 경찰관 중 한명은 집회 현장에 처음 나갔고, 야간 살수도 처음이었다. 이 경찰관은 “살수차 운용지침을 집회 전날인 11월13일 처음 봤다”는 진술도 했다. 민변은 “경찰이 ‘살수차 운용지침을 준수하고 살수차 운용 교육을 충실히 해왔다’고 설명해왔지만 살수차 운용 및 관리체계가 제대로 작동되고 있었던 것인지 의문이 생긴다”고 밝혔다.

부실 감사 의혹도 나온다. 경찰은 살수차를 운전한 경찰 두명에 대해 질의 응답 형식의 조사만 했을 뿐, 살수 현장을 목격한 제3자는 조사하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검찰 조사가 시작돼 감찰을 마무리하지 못한 것이지 부실 감찰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허재현 기자 catalunia@hani.co.kr ▶ 한겨레 절친이 되어 주세요! [신문구독] [주주신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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