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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차력 같다'던 북한 태권도, 직접 관람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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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포먼스 위주의 남한 태권도, 북한은 힘과 절도

10cm 두께 송판, 기왓장 90장 연속 격파에 탄성

이용선 ITF 총재 "두 태권도, 하나로 합치자" 제의

중앙일보

국제태권도연맹(북한) 태권도 시범단이 28일 국기원에서 시범을 보이고 있다. 김춘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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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태권도. 그리고 위력적인 태권도.

28일 서울 국기원에서 열린 세계태권도연맹(WTF)과 국제태권도연맹(ITF), 국기원의 태권도 시범단 합동 공연은 태권도가 지닌 서로 다른 두 가지 매력을 함께 즐길 수 있는 이벤트였다. WTF와 국기원 시범단의 화려한 고난이도 발차기에 열광하던 관중들은 ITF 시범단의 묵직한 격파술에 또 한 번 환호했다.

WTF 시범단의 첫 공연에 이어 ITF 시범단이 두 번째 공연을, 국기원 시범단이 마지막 순서를 각각 책임졌다. 20분 가까이 진행된 WTF 시범단은 화려한 퍼포먼스 위주의 구성으로 눈길을 끌었다. WTF 시범단과 국기원 시범단의 공연은 태권도 동작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는데 초점을 맞췄다. 공연 내내 음악과 조명을 적극 활용하고, 댄스 안무를 접목해 젊은 관중들의 호응을 유도했다. 고공점프와 5연속 킥, 540도 회전킥 등 고난이도 기술이 이어지자 관중들이 탄성을 내질렀다. 여성단원들이 선보인 군무는 절도 있고 섬세한 동작들로 채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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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태권도연맹(북한) 태권도 시범단이 28일 국기원에서 시범을 보이고 있다. 격파에 나선 김성일 7단은 북한에서 태권도 시범으로 인민영웅 칭호를 받은 전문가다. 김춘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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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분간 이어진 ITF의 공연은 무도로서 태권도가 갖는 가치에 초점을 맞췄다. 호신술과 격파술, 낙법 등을 선보이며 동작 하나하나에 힘을 실었다. 태권도 시범으로 북한에서 인민영웅 칭호를 얻은 김성일 7단이 기왓장 90장을 연속으로 격파하자 객석에서 환호가 쏟아졌다. 상의를 탈의한 시범단원들이 팔과 다리, 몸통으로 각목 격파를 버텨내는 장면에서는 비명에 가까운 탄성이 터졌다. '북한 태권도 시범은 차력쇼 같다'는 말이 근거 없는 낭설은 아님을 확인할 수 있는 장면이었다. ITF 시범단이 공연하는 동안 객석 일부에서는 한반도 티셔츠와 기를 든 응원단이 "우리는 하나다", "조국 통일" 등을 외치며 격려했다.

한편 ITF 태권도 시범단과 함께 방한한 장웅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과 이용선 ITF 총재는 태권도를 통한 남북 교류와 태권도 발전 방안에 대해 적극적으로 의견을 표명해 눈길을 끌었다.

장 위원은 태권도 시범단 합동 공연에 앞서 서울 양재동에서 열린 국기원 주최 ITF 태권도 시범단 환영 오찬에서 "WTF의 태권도는 기술적으로 성찰하고 고칠 게 많다"면서 "태권도도 축구처럼 관중들이 경기 상황을 재깍(곧장) 알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축구는 오프사이드인지, 페널티킥인지 경기 상황을 보면 관중들도 쉽게 구분할 수 있다"고 언급해 엇비슷해 보이는 발차기 공격에 대해 득점 인정 여부가 엇갈리는 올림픽 태권도의 점수 체계를 꼬집었다. 이어 "나는 태권도인 출신은 아니지만, 스포츠의 원리는 같다"면서 "개선이 안 되면 살아남기 힘들다"고 덧붙였다.

최근 국내 체육계의 관심사항으로 떠오른 평창올림픽 남북 단일팀 구성에 대해서는 "내가 결정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닌 만큼, 제안 받은 내용 그대로를 (북측에) 전달하겠다"고 거듭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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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태권도연맹(남한) 태권도 시범단이 28일 국기원에서 시범을 보이고 있다.김춘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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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선 ITF 총재는 태권도 시범단 축사를 통해 "이번 기회를 통해 남과 북 태권도인들이 서로의 마음을 잘 알게 되었다"면서 "국기원을 방문하리라고는 솔직히 생각 못 했지만, 좋은 시간을 보냈다"고 말했다. 이어 "모두가 아시다시피 태권도는 하나다. 한 뿌리에서 자라난 태권도가 둘로 갈라져 성장하며 덩치가 커졌다"면서 "하나로 합쳐지면 더 큰 하나라 될 수 있다"고 덧붙여 WTF와 ITF 통합 의지를 피력했다. 이 총재는 "더 커진 태권도가 지구촌을 무대로 종횡무진 활동하면 영향력이 100배가 될 것"이라면서 "하루라도 빨리 하나로 만들기 위해 손을 잡자"고 말해 박수를 받았다.

송지훈 기자 milkyman@joongang.co.kr

송지훈 기자 song.ji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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