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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불통에 등 돌린 국민들… '게을렀던 보수' 예견된 몰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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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 외면… 기득권 유지 급급 / 보수성향 국민들조차 등돌려 / 한국당·바른정당 정비 계기 / 새로운 보수혁신 요구 거세 / 낡은 이념 가치 정립도 절실

세계일보

자유한국당 9%, 바른정당 7%. 한국갤럽이 6월 넷째주(20∼22일·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조사한 대한민국 보수정당의 성적표다. 보수 정당이 이렇게까지 국민들의 외면을 받은 적은 없었다. 중도 진영은 물론 보수 성향 국민들도 이들 정당에 고개를 돌린다는 데 심각성이 있다. 갤럽 조사에 따르면 보수 성향이라고 밝힌 응답자의 25%만이 한국당을, 15%가 바른정당을 지지한다고 답했을 뿐이다. 보수 정당의 몰락은 견제와 균형을 원칙으로 하는 민주주의 발전에 큰 장애가 된다. 한국당과 바른정당의 체제 정비를 계기로 새로운 보수 혁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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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 대통령 5년 단임제 개헌 이후 보수와 진보는 공교롭게도 10년씩 번갈아 가며 정권을 맡았다. 9년 만에 진보 진영에 정권을 넘겨준 보수는 한국당과 바른정당으로 갈라져 있다. 한국당은 다음달 3일 전당대회에서 새 지도부를 출범하고, 바른정당은 지난 26일 이혜훈 대표를 선출했다. 한국의 보수세력이 대통령 임기를 다 채우지도 못하고 조기 실시된 대선에서 정권을 내놓은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김주성 전 한국교원대 총장은 28일 “박근혜 전 대통령은 70년대 정부의 시장개입주의 방식의 국정 운영으로 정경유착이라는 부작용을 낳았고, 구시대적 권위주의 리더십에 따른 소통부재는 정권교체는 물론 보수의 추락으로 이어졌다”고 총평을 했다. 조성빈 성균관대 교수는 “한국엔 보수세력이 엄연히 존재하는데 보수를 대변하는 정당이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했다”며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 불신이 커졌고 이는 응징으로 연결됐다”고 분석했다. 보수세력이 분열한 것도 패인의 하나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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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국회에서 열린 바른정당 원내대책회의에서 전날 당대표로 선출된 이혜훈 의원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서상배 선임기자


무엇보다 보수를 ‘몰락’의 수준까지 끌어내린 가장 큰 요인은 시대 흐름을 따르지 못하고 혁신에 게을렀던 보수 정당, 정치인들의 행태다. 대구·경북(TK) 부산·경남(PK) 지역정서에 안주하며 기득권 유지에만 급급했던 결과다. 전문가들은 보수의 이념적 가치를 재정립하고 ‘신보수주의 운동’을 전개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홍성걸 국민대 교수는 “도덕성, 책임성, 철학과 비전을 가진 리더십이 안 보인다”며 “리더는 누가 만들어 주는 것이 아니라 병아리가 알을 깨고 나오듯 스스로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전 총장은 “능력이 있고 국민에게 어필할 수 있는 새 지도자가 등장해야 한다”며 영국의 보수당 등을 벤치마킹할 것을 제언했다.

황용호 선임기자 drago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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