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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6 (화)

김기춘 "망한 왕조서 도승지 한 꼴, 사약 마시고 깨끗이 끝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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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김기춘(78)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왕조시대 같으면 망한 정권, 왕조에서 도승지 한 꼴로 백번 죽어 마땅하다"며 "재판할 것도 없이 사약을 내리면 깨끗이 마시고 이 상황을 끝내고 싶다"고 했다.

2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황병헌 부장판사) 심리로 진행된 '블랙리스트' 사건 재판에서 피고인 신문 때 김 전 실장은 "제가 모시던 대통령이 탄핵을 받고 구속까지 됐는데, 비서실장이 잘 보좌했더라면 이런 일이 있었겠느냐는 점에서 정치적 책임을 통감한다"며 이같이 한탄했다.

특검 측이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잘못 보좌했다는 것이냐"고 묻자 김 전 실장은 "무너진 대통령을 제가 (잘못)보좌했는데, 만약 특검에서 '당신 재판할 것도 없이 사약 받아라' 하며 독배를 내리면 제가 깨끗이 마시고 이걸 끝내고 싶다"고 했다.

특검 측이 "피고인은 전혀 잘못한 바가 없고, 단지 비서실장으로 재직했기 때문에 잘못 보좌했다는 취지로 이해하면 되겠느냐"고 하자 김 전 실장은 "그런 취지로 이해하면 된다"며 '블랙리스트'와 무관하다는 지금까지 태도를 유지했다.

또 "어차피 정부에서 줄 보조금이나 예산은 한정돼 있는데 신청자는 많으면 누군가는 배제되고 지원금이 삭감되지 않을 수 없는 상황 아니냐"며 "말단 직원들이 자기 나름의 기준을 갖고 삭감한 게 과연 범죄인지는 의문"이라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김 전 실장은 자신의 건강에 대해 "우리 심장이 주먹만 한데 거기에 금속 그물망이 8개가 꽂혀 있어 상당히 위중하다"며 "매일 자기 전에 '오늘 하루 살아있게 해주셔서 감사하다'고 기도한다. 매일이 내 생애 마지막 날이란 생각으로 생활한다"고 울먹였다.

변호인이 "재판부에 할 말이 있느냐"고 묻자 김 전 실장은 "제 소망은 언제가 됐든 옥사 안 하고 밖에 나가서 죽었으면 하는 것"이라고 재판부를 향해 보석을 허락해 줄 것을 간청했다.

박태훈 기자 buckbak@segye.com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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