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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日저가항공, 휠체어 승객에 "혼자 계단 올라야 탑승 허용"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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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아사히신문 캡처


일본의 저가항공사가 휠체어를 탄 장애인 승객이 탑승 계단에 오를 때 휠체어를 타지 못하게 하고 지인의 도움도 받지 못하게 해 장애인이 혼자 팔 힘으로 계단을 오른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되고 있다.

아사히신문은 28일 ANA 그룹의 저가 항공사 ‘바닐라에어’가 장애인 승객을 휠체어 없이 혼자 비행기 탑승 트랩을 오르게 한 일에 대해 사과했다고 보도했다. 이 승객은 오사카 도요나카시에 사는 기지마 히데토(44)로, 일본 장애인연구소 대표다. 그는 고교 시절 럭비 연습 중 척추를 다쳐 휠체어를 타게 됐다.

보도에 따르면 기지마는 지난 3일 지인 5명과 함께 간사이 공항에서 아마미 공항으로 가는 바닐라에어 항공편을 이용했다. 당시 간사이 공항 탑승 카운터 직원은 기지마에게 아마미 공항의 탑승 계단을 보여주며 “걷지 못하는 사람은 탈 수 없다”고 말했다. 간사이 공항과 달리 아마미 공항에는 휠체어용 탑승 브리지가 없었다. 이에 기지마는 “동행자의 도움을 받겠다”고 답했고, 아마미 공항에 도착했을 때 동행자가 휠체어를 탄 기지마를 들어서 탑승 계단을 내려왔다.

문제가 된 것은 지난 5일 간사이 공항으로 돌아가는 비행기에 탑승할 때였다. 바닐라에어로부터 업무 위탁을 받은 공항 직원은 “휠체어를 들어서 계단을 이용하는 것은 회사 규정 위반”이라며 “자력으로 계단을 오를 수 있어야 탑승할 수 있다”고 했다. 동행자가 기지마를 휠체어에 태운 채로 옮기려 했지만 직원이 저지했다. 결국 기지마는 휠체어에서 내려 계단에 앉은 채 오로지 팔 힘으로 한 계단씩 이동했다. 직원은 이 역시 막으려 했으나 기지마는 3~4분에 걸쳐 끝까지 계단을 올랐다.

기지마는 그동안 158개국을 방문하며 수많은 항공사를 이용했지만 “걸을 수 없다는 이유로 탑승이 거부된 적은 없다”고 말했다. 바닐라에어 관계자는 “협상 중에 승객이 자력으로 계단을 올라 직원이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면서 “이런 형태로 탑승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본의가 아니었다”고 변명했다. 그러면서 “아마미 공항에만 휠체어 리프트 시설이 없으며, 휠체어를 들어 옮기거나 업어서 오르내리는 것은 위험해 허용하지 않았다”고 했다.

바닐라에어는 ANA 홀딩스의 산하 회사로 일본 국내선과 국제선 각 7개 노선을 운한하고 있다. 바닐라에어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지난 14일부터 아마미 공항에서 앉은 상태로 휠체어를 옮길 수 있는 장비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자동 계단 승강기도 29일부터 도입하기로 했다.

[권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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