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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낯설지만 유쾌한 변화 ‘2017 서울국제도서전’ 독자와 책 사이에 ‘인연’이 존재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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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에서 책을 읽으며 잠을 자고, 맥주를 마시며, 수다를 떨 수 있는 시대다. 활자로 된 책 자체도 충분히 매력이 있지만, 소비자들에게 ‘남다른 체험’은 언제든 매혹적으로 들리는 요소다. 독서환경이 변화함에 따라, 출판업계는 도서와 독자간의 긴밀감 형성을 위해 매번 다양한 소통 방식을 시도하고 있다. 그리고 지난 18일, 성황리에 마친 ‘2017 서울국제도서전’은 이러한 흐름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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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성’ ‘소통’ ‘발견’… 변신을 꾀하다

23회를 맞이한 ‘2017 서울국제도서전’, 올해의 슬로건은 바로 ‘변신’이다. 그동안의 서울국제도서전이 저자와 책의 콘텐츠 자체에 중심을 뒀다면, 올해는 출판사와 서점, 독자들이 각각의 주체가 되어 자신의 자리에서 ‘직접 행사에 개입’하는 퍼포먼스를 중심에 두었다. 강연과 콘퍼런스 중심의 행사 대신, 도서(혹은 저자)와 독자간의 벽을 허물고 보다 책을 발견하는 재미를 느끼게 한 것. 특히 이번 도서전에선 출판에 존재하는 독립서점과 소형출판사들이 한 자리에 모인 특별기획전 ‘서점의 시대’와 ‘책의 발견전’이 주목을 받았다. 스테디셀러와 베스트셀러를 비롯해 상상력 넘치는 책들이 매대에 놓여있고, 작가들과 독자가 스스럼없이 마주해 소통할 수 있는 시간도 마련됐다. ‘읽는 존재에 그치지 않는 독자와 쓰는 존재에 그치지 않는 작가, 그들은 책을 통해 좀 더 섬세하게 교류할 수 있을까.’ 이러한 고민에서 시작한 이번 전시는 색다른 변신을 통해 독자들과 책을 만들고 다루는 사람들의 즐거운 축제를 만들었다는 평이다.

◆ 올해의 서울국제도서전 특별기획전 ① ‘서점의 시대’

독립출판물, 디자인, 사진, 음악, 고양이, 그림책, 미스터리 등 남다른 큐레이션을 통해 최근의 서점 창업 붐을 앞장서서 이끌고 있는 20개 독립서점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었던 특별기획전. 이웃들이 찾는 동네 사랑방, 비슷한 관심사의 사람이 모인 아지트, 지역의 명소 등 주목 받고 있는 개성 있는 동네서점들이 모여, 각 서점에서 만나볼 수 있는 추천 도서 5종 등을 도서전 관람객들에게 선보였다. 서울 통의동에 위치한 더북소사이어티, 강원도 속초에서 3대를 거치며 운영 중인 동아서점, 홍대 앞에 자리한 큐레이션 서점 땡스북스, 음악을 주제로 하는 산문과 소설 등으로 채워진 라이너노트 등이 참석했다.

2017 서울국제도서전 참여 독립서점 정보 • 더북소사이어티(서울 통의동) • 동아서점(강원 속초) • 땡스북스(서울 홍대) • 라이너노트(서울 연남동) • 무인서점(서울 연남동) • 미스터리 유니온(서울 신촌) • 미스터버티고(일산 백석동) • 봄날의책방(경남 통영) • 비플랫폼(서울 합정동) • 사슴책방(서울 연남동) • 사이에(서울 연남동) • 사적인서점(서울 홍대) • 숲속작은책방(충북 괴산) • 슈뢰딩거(서울 대학로) • 스토리지북앤필름(서울 해방촌) • 얄라북스(서울 대학로) • 위트앤시니컬(서울 신촌) • 유어마인드(서울 홍대) • 이라선(서울 서촌) • 이상한나라의헌책방(서울 녹번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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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의 서울국제도서전 특별기획전 ② ‘책의 발견전’

중소 출판사들을 위주로 테마가 있는 출판사를 초대하여 구성한 특별기획전이다. 각 출판사별로 각각의 개성을 확연히 드러내보일 수 있는 단 7종만의 책을 선정하여 특색 있게 디스플레이하도록 가이드를 마련했다. (특별기획전 참고 자료: SIBF2017)

▶책과 사람의 낯선 조우, 그리고 깊은 연결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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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분 정도 분량의 글을 영수증 재질의 종이에 인쇄해주는 ‘짧은 문학 자동판매기’. 기자는 윤동주의 ‘자화상’을 만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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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사람 사이엔 ‘인연’이란 게 있고, 최근엔 사람과 고양이 사이에 ‘묘연’이라는 말도 생겼다. 그럼 사람과 책 사이에도 인연이란 것이 있을까? 그동안 책은 매개체로서, 예를 들어 역사서는 독자가 과거의 어느 시점을 학습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여행서는 낯선 나라를 소개해주는 역할을 했다. 하지만 이번 도서전을 찾은 기자가 느꼈던 점은 바로 도서 자체와 독자간의 인연, 즉 ‘좋은 책을 발견할 때’ 느끼는 희열이 어떤 관계 못지 않다는 것이었다. 독자 개개인이 느끼기에 최고의 책(최근엔 소위 ‘인생 책’이란 단어를 많이 쓴다)을 만날 때 느끼는 벅참은 어떤 감정 이상으로 크게 작용한다. 이번 도서전은 출판사도, 서점도 단순히 ‘할인’ 행사란 거품에만 기대서 독자들을 만나지 않았다. 독자들이 책을 가장 잘 즐길 수 있는 방법을 제안했고, 방문객들 역시 SNS 등을 통해 도서전 구석구석 만날 수 있는 보물들을 입 소문 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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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2017 서울국제도서전에선 각 부스마다 도서의 폭을 넓힐 수 있도록 다양한 장르의 책들을 전시했고, 애독자들이라면 손 들고 반기는 유명 작가의 신간 소식을 알리며, 그들의 대표작을 길게 진열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좀처럼 찾기 힘들었던 책들이나, 책과 독자를 단단히 엮는 다양한 방식들이 곳곳에 눈에 띄었다. ‘특별기획전’인 ‘책의 발견’에 참여한 50개의 출판사들은 각자 뚜렷한 존재의 이유를 보여주는 곳들이었다. 베스트셀러가 아니라는 이유로 서점 매대에서 찾기 어렵지만, ‘만드는 이들의 뜻’ 즉 저자와 출판사, 서점 등의 뜻이 분명하게 드러난 책들을 소개했다. 대다수가 아닌 소수의 독자들도 충분히 즐거워하는 책을 발견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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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클리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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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게 맞는 도서를 처방해드립니다

2017 서울국제도서전 개막 전부터 많은 주목을 받았던 코너 ‘독서클리닉’. 만약 재미있는 책을 찾아 계속 서점을 헤맨 경험이 있거나, 또는 남들이 좋아하는 베스트셀러를 읽어도 와 닿지 않거나 독서에 취미를 들이기 힘든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이곳의 문을 열어보길 추천하고 싶다(비록 전시 내 단발성 프로그램이지만, 이런 공간은 언제든지 환영이다).

‘독서클리닉’은 글쓰기, 장르문학, 과학 분야 등 5개의 서점 공간을 마련, 각각의 전문가를 섭외하여, 사전 프로그램을 신청한 독자들이 1:1 독서 클리닉을 받도록 준비한 프로그램이다. 다양한 분야의 작가들과 대화를 나누고 책을 함께 고름으로써 ‘또 다른 재미’를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5일간 열린 도서전, 그 한 편에 마련된 책 노마드를 위한 (마치 유목민 텐트 같은 모양의) 부스. 그 앞에선 사람들이 저마다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전부 무슨 책을 읽어야 할지 모르는 이들일까? 현장 관계자의 설명에 따르면 실제로 ‘책에 관심은 있지만 책을 고르거나 읽는데 어려움을 느끼는 독자들이나, 이전에 읽지 않았던 장르의 책에 발을 들이려는 대다수의 사람들이 일찌감치 신청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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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독서클리닉 서점 공간 중 하나인 ‘사적인 서점’은 그야말로 ‘현재의 나를 위한 책’을 골라주는 장소였다. 사적인 서점은 사전 신청자들의 사연과 이야기를 모집, 참여 작가들이 이를 읽고 일부를 선별해 그들의 이야기를 직접 듣는 시간을 마련한 것이다. ‘회사 생활에 적응하기 힘들어요’, ‘꿈이 없어요’ 등 독자들의 현실적인 고민들을 나누며 작가들은 그들에게 맞는 책을 골라준다. 사전 신청에 실패한 기자는 비록 뒷모습이지만, 그들의 모습을 살펴봤다. 여러 개의 책이 올려진 책상을 사이에 두고 작가와 독자들이 마주했다. 무슨 이야기를 나누는 걸까. 사뭇 진지한 표정을 짓기도 하고, 어떨 때는 오랜만에 만난 친구처럼 웃으며 긴 대화를 이어가는 모습이다. 그들은 그곳에서 마음에 맞는 책을 발견할 수 있었을까.

[글과 사진 이승연 기자 일러스트 포토파크]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585호 (17.07.04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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