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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아이폰 10년-③] 초연결 생태계 안착이 최우선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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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의 등장은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노키아는 마이크로소프트에 인수됐고블랙베리와 모토로라는 회생이 불가능할 정도의 타격을 입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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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사옥. 출처=위키디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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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바꿨나

아이폰은 모바일혁명의 총아로새로운 비즈니스의 발판이 됐다.IT매체 매셔블의랜스 울라노프 기자가 아이폰을 구동한 후 남긴 말은대단히 인상깊다.그는 "아이폰을 만졌을 당시 지구가 움직이는 것을 느꼈다"고 소감을 말했다

스마트폰으로 메일을 주고 받고카카오톡을 하며 페이스북을 즐기는 멀티태스킹의시작은 아이폰과 iOS에서 시작했다. 손 끝 하나로 모든 서비스를 즐길 수 있는 시대는 아이폰이 없었다면 불가능했다.데이터 접근성 확대도아이폰의 공로가 크다. 최초로 와이파이 기능을 탑재했기 때문이다.통신사의 서비스에 직접 접속해 고액의 요금을 내면서인터넷 서비스를 받을 당시아이폰은 데이터 접근의 평등주의를 극적으로 실현했다.

정치와 SNS의 참여도 아이폰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웹의 시대에서 모바일의 시대로 우리가 넘어올 수 있었던 것도따지고 보면 아이폰의 힘이 컸다.온디맨드와 온라인 및 오프라인 경계의 파괴, ICT 플랫폼 사업자의 등장 등 최근의 ICT 트렌드 모두 아이폰이 있기에 가능했다. 아이폰은 단순히스마트폰의 변화가 아니라 인류 생활 방식의 변화를 이끌어냈다.

물론강력한 경쟁자가 나타나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어 애플과 아이폰의 탄탄대로를 낙관할 수는 없다.강력한 경쟁자 중 하나가 구글이다. 구글은 2005년 7월 앤디 루빈이 설립한 안드로이드를인수했다. 구글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아이폰 쇼크가 한창이던 2007년 11월안드로이드를 오픈소스로 풀면서폐쇄적 생태계인 iOS와 정면승부를 벌이기 시작한다.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모두 관장하는 애플과 달리 구글은 운영체제인 소프트웨어만으로 경쟁했다. 구글은 최근에는 '메이드 바이 구글' 전략으로 하드웨어 수직계열화에 나서는 한편 안드로이드 레퍼런스 스마트폰인 넥서스를 포기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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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메이드바이. 출처=구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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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안드로이드 등장과 함께 하드웨어 동맹군의 핵심으로삼성전자도 부상했다.삼성전자는 애플 발(發) 아이폰 쇼크가 세계를 강타한2008년 스마트폰 사업에 뛰어들었다.삼성전자는 2008년 11월윈도 운영체제를 탑재한 하드웨어 고스펙 단말기 옴니아를 출시해 애플에 정면승부를 걸었다.

그러나 야심차게 출시한 옴니아1은 잦은 버그와 불완전한 소프트웨어 설계로 크게 흔들리고 말았다.10만대가 팔렸지만뭔가 2% 부족했다. 그럼에도 '그럭저럭 살아가던' 옴니아는 옴니아2에서 기어이 사달을 냈다. 삼성전자는 2009년아이폰3GS의 대항마로옴니아2를 발표했다.삼성전자는 아이폰3GS를 폄하하며 "이거 않되면 스마트폰 아니잖아요?"라는 도발적인 광고 문구로 이슈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아이폰의 AS가 허술하고 DMB가 지원되지 않으며 무제한 멜론 서비스도 불가능하다는 주장도 있었다.옴니아2가 지원하고 아이폰3GS가 지원하지 않는 기능을 쭉 나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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옴니아. 출처=플리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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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은 옴니아2를 철저히 외면했다. 쓸데없는 하드웨어 고스펙에 아몰레드 디스플레이의 허술함, 반복되는 버그에 통화불량이 원인이었다. 당시 언론들은 옴니아2를 '띄우기 위해' '옴니어천가'를 불렀으나 시장의 반응은 냉담했다.

삼성전자는 옴니아2의 강점이라고 자평한멜론 서비스 무제한 제공을 중단하는 '최악의 수'를 뒀다. 사람들은 옴니아를 '쓰레기'라는 뜻과 합쳐 '옴레기'라고 불렀고, 결국 옴레기가 된 옴니아는 쓸쓸히 시장에서 퇴장했다.

삼성전자는 포기하지 않았다. 1995년 이건희회장의 지시로 초유의 애니콜 화형식을 벌인초심으로 돌아갔다. 새로운 마트폰 실험에 나섰다. 운영체제도 저물어 가는 해인 윈도에서 벗어나 과감하게 구글 안드로이드로 옮겼다. 그렇게 등장한 게갤럭시S 스마트폰이었다.

갤럭시S 스마트폰이 처음 등장한 것은2010년 3월9일. 2009년의 아이폰3GS와 2010년 아이폰4의 중간 시점이다. 애플의 아이폰이 사실상 '4'로입지를 굳힌 것을고려하면 파격적인 승부수였다. 그리고 그것은 적중했다. 갤럭시 스마트폰은프리미엄 시장의 강자로 부상했으며삼성전자가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1위에 오른 원동력이 됐다.시장조사 회사 가트너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는 20.7%의 점유율로 1위를 차지했다.애플은 1.7%의 점유율로 2위로 밀렸다.

현재 삼성전자는 갤럭시S8, 갤럭시노트7(단종)까지 출시하고구글 안드로이드 동맹의 핵심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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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럭시S8. 출처=삼성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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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창조할까

아이폰에서 시작된 스마트폰과 모바일 혁명은 영원할까? '그렇지 않다'는 게중론이다. 스마트폰 시장에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데다 다른 세계가 열리고 있기 때문이다. 바로 초연결이다.

스마트폰 시장 자체는 포화상태에 도달해인도와 동남아시아 시장을 개척해야 하는 상황까지 몰렸다. 여기에 중국 제조사들을 중심으로 중저가 라인업의 강세가 시작되었고 기술상향표준화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전략의 진입장벽을 크게 낮추고 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 안술 굽타 책임 연구원은 “중국의 오포는 소매점으로 구성된 대규모 네트워크를 통해 지속적으로 판매량을 늘려일부 지역에서 기존 스마트폰 제조업체들을 앞질렀다”고 평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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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스콘을 방문한 팀 쿡. 출처=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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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아무리 애플이라고 해도피해갈 수 없는 현실이다. 잡스 사후 애플은 팀 쿡 체제로 전환하면서 생존을 위해 몸부림쳤고 그것은 현재 진행형이다.패블릿과 투톱 라인업의 아이폰을 공개하고 증강현실과 자율주행차에 집중하는 상황에서 초연결 생태계를 iOS를 중심으로 재편하려는 시도도 하고 있다.

물론상황은녹록하지 않다. 시장조사 회사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가 글로벌 스마트폰 제조사를 대상으로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을 조사한 결과 총 영업이익 122억500만달러 중 애플은 무려 83.4%인 101억8300만달러를 가져간 것으로 나타났다.이 조사만보면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애플만 웃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스마트폰 시장에서 재미를 보고있는 곳은 애플이 유일하다는 결론을 내리는 것은 무리가 있다. 먼저 애플의 생태계가 위협받고 있다. 앱애니 보고서에 따르면 애플 iOS 매출은 올해 약 400억달러가 예상된다. 그러나 구글 플레이 및 그 외 안드로이드 마켓은 올해 각각 210억달러, 20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예상된다. 외형상 410억달러로 애플을 앞선다.올해 구글 안드로이드 매출은 사상 처음으로 애플 iOS 매출을 넘어설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애플이 그동안 유지하던 '폐쇄적 생태계-높은 수익' 구도가 흔들리고 있다는 뜻이다.

앱 생태계 자체가 흔들리는 것은더 큰 위협이다. 텐센트의 위챗 생태계가 최대의 경쟁자다. 위챗은 샤오청쉬와 같은 '탈 앱스토어' 정책을 지향하는 한편, 운영체제와 디바이스를 넘나드는 나름의 독립적인 생태계를 꾸리고 있어 업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안드로이드와 iOS에 얽매여있는 것이 아니라, 위챗이라는 소프트웨어 생태계에 따라 이용자들이 모이는 특이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는 뜻이다. 애플의 iOS가폐쇄적 구조로 생태계의 중심을 잡았기 때문에 텐센트의 실험은 더 큰 위협이다.

초연결 생태계는 근본적인 물음을 던진다.애플은 지난달 5일WWDC 2017에서iOS11과 새로운 아이패드 프로 등 다양한 경쟁력을 공개하면서인공지능 시리의 솔루션 고도화와 음성인식 스피커 홈팟(Home Pod)도 전격 공개했다.

팀 쿡 CEO는 "아이폰이 스마트폰 시장을 평정한 것처럼홈팟은 집에서 음악을 즐기는 방식을 재정의할 것"이라고자신감을 보였다. 7개 스피커와 4인치 서브 우퍼를 장착한 홈팟은 팀 쿡 CEO의 말처럼 애플뮤직과의 연결성이 눈길을 끈다. 강력한 콘텐츠가존재하는 상황에서 집에서 음악을 즐기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공하겠다는 뜻이다. 인공지능 시리와 연결해 인공지능 스피커의 핵심을 잡겠다는 전략이다.

이 모든 게애플 뜻대로 되리라는보장은없다. 경쟁자들이 이미 시장을 선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강력한 경쟁자는아마존이다. 알렉사의 에코(echo)를 내세운 아마존은 글로벌 인공지능 스피커 시장의 71%를 장악하면서최강자로 군림하고 있다. 에코는 아마존의 특기인 이커머스 시장의 가두리 양식장 전략을 최전선에서 지휘하고 있으며, 그 자체로 통합된 스마트홈 시스템을 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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홉팟 공개. 출처=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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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소프트도 있다. 삼성전자가 인수한 하만카돈과 협력해 코타나가 구동되는 인보크(Invoke)를 개발하고 있다.홀로렌즈를 비롯한 다양한 경쟁력과 연동될 가능성이 높다. 또 일본의 소프트뱅크도플렌고어 로보틱스와 함께 인공지능 스피커 플렌 큐브를 공개할 것으로 알려져 있다.구글은구글 어시스턴트가 들어간 구글홈이 이미 시장에 안착하고 있다.

모바일 시대에서 초연결 시대로 넘어가는 시점에애플은 아이폰을 출시하면서 보여준 '파괴력'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차세대 플랫폼 경쟁에서 대부분 반 발정도 뒤쳐진 모습이다.갈수록 높아지는 아이폰 매출 의존도와하락하고 있는 점유율 추이도 애플의 고민을 깊게 만든다.

한국 인사이트 연구소의 김덕진 부소장은"애플은 경쟁자와 구분되는 뚜렷한 모멘텀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면서" 잡스가 애플을 떠난후 맥킨토시 저변 확대에 어려움을 겪던 당시와 분위기가 비슷하다"고 분석했다. 그는 "애플의 아이폰은 초기 스마트폰 시장을 주도하며 혁신의 대명사로 자리매김했으나 지금 애플에게 그 정도의 브랜드 파워가 있어 보이지는 않는다"고 지적했다.

김 부소장은 "애플은잡스가 복귀한 후 아이맥을 출시하고 나서야 간신히 어려운 상황을 바꿀 수 있었다"면서"증강현실과 자율주행차 등 다양한 ICT 실험을 하면서도갈피를 잡지 못한다면프리미엄의 가치를 원하는 소비자들에게큰 매력을 주기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애플은 글로벌 시가총액 1위 기업이자 인류의 생활방식을 바꾼기업이어서다양한 초연결 방법론을 통해 무난하게 초연결 생태계로 넘어갈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다만 10년 전 아이폰 당시 시대를 이끈애플과증강현실 및 자율주행차와 인공지능 고도화 사이에서 고민을 거듭하는애플 간에는 괴리가 있다.

최진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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