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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죽음을 앞둔 이들의 특별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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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가본 '있는 것은 아름답다' 사진전

【베이비뉴스 권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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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작가 앤드루 조지가 26일 오후 서울 중구 충무아트센터에서 열린 '있는 것은 아름답다' 사진전 리셉션에 참석해 관람객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죽음을 앞둔 사람들의 사연과 가치관을 사진으로 담아낸 앤드루 조지의 사진전은 8월 6일까지 충무아트센터 갤러리에서 진행된다. 최대성 기자 ⓒ 베이비뉴스


“인생은 절대로 무한한 것이 아닙니다. 살아보니 시간이 그 무엇보다도 귀중한 것이더군요.”

“나는 세상에서 가장 운 좋은 사람입니다. 사랑하고, 사랑해주는 아내, 아들, 딸, 손주, 증손주를 얻었으니 그 이상 바랄 게 뭐 있겠습니까?”

“여러분은 인생의 편도 티켓을 쥐고 있는 셈입니다. 허비하지 마세요.”

“인생은 기뻐하며 즐길 일이 가득한데도 우리는 제대로 즐기지 못하는 것 같아요.” ('있는 것은 아름답다' 사진전 작품 중에서)

단비가 내리던 26일 오후 3시, 충무아트센터 갤러리에서 진행된 '있는 것은 아름답다' 사진전(Right, Before I Die)' 환영회. 27일부터 시작되는 전시회를 앞두고 미리 공개된 사진작품 속 주인공들은 모두 죽음을 앞두고 있던 이들이었다. 렌즈를 바라보는 그들의 눈빛에선 두려움을 찾을 수 없었다. 오히려 평온한 모습이었다. 죽음은 누구에게나 찾아오지만 우리는 죽음을 인식하지 않고 살려한다. 탄생의 축복과 달리 죽음은 입에 올리는 것마저 꺼린다. 사진작가 앤드루 조지(Andrew George)가 죽음을 앞둔 이들의 사진을 담아낸 이유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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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작가 앤드루 조지가 26일 오후 서울 중구 충무아트센터에서 열린 '있는 것은 아름답다' 사진전 리셉션에 참석해 관람객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최대성 기자 ⓒ 베이비뉴스


◇ 죽음 앞에서 평화를 찾은 사람들

앤드루 조지는 “죽음을 직면하고 있으나 평화를 찾은 사람들을 사진에 담고 싶었다. 병이나 고통을 기록하는 게 아니라 언젠가 우리 이야기가 될 지극히 평범한 사람들이 우리보다 앞서 죽음을 맞이해 ‘살아오면서 숱한 어려움은 어떻게 극복했는지’, ‘지금 어떤 일들을 후회하고 있는지’, ‘어떤 꿈과 열정을 지금도 가지고 있는지’ 등 그들의 특별한 이야기, 지혜와 깨달음을 전하고자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20편의 사진 속 인물들은 모두 환자복을 입거나 평상복을 입고 정면을 응시하고 있다. 그들의 눈빛에서 두려움은 찾아볼 수 없다. 어떻게 죽음을 앞두고 저같이 평온한 표정이 나올 수 있을까. 작가는 이 프로젝트 제안을 유일하게 허락해준 의사에게 ‘죽음을 직면하고 있으나 평화를 찾은 환자를 찾아 달라’고 요청했다. "의사의 연락을 받으면 만사를 제쳐놓고 달려가는 행동하는 사진작가"라고 스스로를 칭했다. "그 분이 얼마나 더 살 수 있을지 모르기 때문에 아주 소중한 순간이었다"는 것.

이 같은 방식으로 스무 명의 사진을 찍는 데 2년의 시간이 걸렸다. 사진 촬영에는 3시간 이상이 걸렸다. 낯선 작가에게 환자가 마음을 여는 것이 중요했기 때문이다. 대면 인터뷰나 서면을 통해 지금 심정이 어떠한지 물었고 그 답변의 일부를 발췌해 사진과 함께 전시한 것이다.

취재를 하던 기자는 문득 얼마 전 인터뷰 차 호스피스 병동에 갔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 때 만난 한 수녀는 "환자가 죽음을 현실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부정하고 치료를 요구하는 분들을 보면 남은 시간이 얼마 없는데 죽음을 준비하는 시간을 보내지 못하는 게 안타깝다"고 말했다. 간혹 드라마나 영화에서 의사의 진단에 "그럴 일 없다, 뭔가 잘못된 것 같다, 왜 하필 나에게…"라며 부인하는 모습을 보게 된다.

이처럼 예기치 않았던 자신의 죽음을 받아들이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은 일인 것 같다. 모든 것이 결국 사라지는 존재라는 사실을 인정하는 데는 큰 용기가 필요하다. 특히 그 대상이 자신이라면 더욱 그럴 것이다. 두려움을 뛰어 넘고 죽음을 기다리고 있는 사진 속 주인공들의 모습은 그래서인지 우리를 숙연하게 만든다.

앤드루 조지는 “사진을 예쁘게 하려고 노력하지 않았다. 얼굴, 모공 등 더 자세히 담고 교감하고 싶었다. 출력할 때 중요하게 여겼던 건 관람객과 사진 속 주인공의 대화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바람에서 실제 머리 사이즈와 출력 사이즈가 같게 신경 썼다”고 말했다.

그래서 그랬을까? “당신은 어떻게 기억되길 바라나요?”, “다시 한 번 살고 싶은 삶이었나요?”, “후회한 적이 있나요?”, “기쁨을 느끼는 게 있나요?”, “인생이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나요?” 사진 속 인물들이 내게 이런 말을 걸어오는 기분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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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오후 서울 중구 충무아트센터에서 열린 '있는 것은 아름답다' 사진전 리셉션에 참석한 관람객들이 앤드루 조지의 작품을 감상하고 있다. 최대성 기자 ⓒ 베이비뉴스


◇ 부모님과 함께 찾아가볼까

전시된 작품들에서 공통점을 발견했다. 사진과 함께 전시된, 죽음을 앞두고 남긴 편지와 인터뷰에 빠지지 않는 내용이 있었는데, 부모님 특히 어머니, 그리고 자녀에 대한 언급이었다.

담담한 표정의 할머니 원더는 “난 괜찮다. 난 이제 84살이고 더 살아봤자 뭐하나 싶은 생각이 든다. 믿음, 다른 이에 대한 사랑, 자식들과 친구들이 있었기에 살아올 수 있었다. 내가 아는 한 난 최고의 엄마였다. 부모님도 정말 훌륭한 분들이었다. 난 정말이지 은총 받았다”고 적었다. 할아버지 랄프는 “어머니의 철학을 따르며 올바른 삶을 살려고 애썼다. 어머니의 모든 철학을 따르면 좋은 인생을 살 수 있다. 믿어보라, 정말이다”라고 말했다.

탄생과 죽음이 떼려야 뗄 수 없는 것이어서 그런 걸까. 죽음 앞에서 어머니의 이야기는 어쩜 당연한 것인지 모르겠다. 이들의 메시지를 통해 한 사람의 인생에서 어머니의 영향이 얼마나 큰 것인지 새삼 느낄 수 있었다. 대부분의 여성들은 아이를 출산하고 나면 어머니에 대한 마음이 각별해진다고 한다. 늘 가까이 있고 영원히 함께 할 것이란 생각에 소중함을 잊기 쉬운 어머니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이 전시회는 8월 6일까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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