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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칼럼] "스님이 어찌 살생을 할 수 있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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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투데이

황태영 대한북레터협회 회장, 희여골 대표, (주) 보림에스앤피 부사장 


학교에서는 어려운 이웃을 감싸고 양심을 지키며 바르게 살라고 한다. 그러나 사람들을 만나면 대부분 누가 고위직에 승진을 했고 누가 돈을 많이 벌었는가에만 관심을 갖는다. 그것은 나의 삶과 전혀 무관하다. 그의 높은 지위, 많은 돈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그가 그 지위에서 또 그 돈으로 무엇을 했는지가 중요하다. 자신을 위해 쓴 1,000억보다 남을 위해 쓴 1,000원이 더 크고 값지다.

이제는 겉모습만 보며 부러워하는 천박함에서 벗어나야 한다. 존경의 기준이 '재력과 높은 지위' 그 자체가 아니라 '세상에 유익함을 주었는가?'로 바뀌어야 한다. 불법, 탈법을 해서라도 돈만 벌은 사람, 권력자의 비위를 맞추며 출세만 한 사람들을 존경하는 세상은 희망이 없다. 사회에 유익함을 준 사람이면 돈이 많건 적건 지위가 높건 낮건 모두 존경을 받아야 한다. 평생 모은 재산을 장학 사업에 기탁한 김밥할머니, 재산은 없어도 부패와 불의에 물들지 않는 청백리는 자랑스럽고 존경스럽다. 꼭 돈이 아니라 유머 하나, 밝은 미소만으로도 세상에는 유익을 줄 수가 있다. 지조와 기개를 닮고 싶은 사람, 마음이 따뜻해서 숲길을 함께 걸어보고 싶은 사람들이 많아져야 살기 좋은 세상이 된다.

부관수천 두필대지 구수귀 족필리지(夫冠雖賤 頭必戴之 屨雖貴 足必履之), 갓은 비록 싼 것이더라도 반드시 머리가 그것을 이고 있고 신발은 아무리 비싸더라도 반드시 발이 그것을 신고 있다. 귀천은 돈이나 지위가 정하는 것이 아니라 지조와 품격이 정하는 것이다. 비록 상처 주며 돈을 벌고 아첨하여 높은 지위에 올랐더라도 천한 품성으로는 갓이 될 수가 없다. 드러내지 않아도 갓은 갓이고 화려한듯 뽐내어도 신발은 신발일 뿐이다.

돈과 지위가 많아도 마음이 막히면 암흑이 된다. 돈과 지위가 적어도 마음이 열리면 새날이 된다. 따뜻한 마음만 가진다면 이 세상에 풀 수 없는 문제는 없다. 서산대사께서 막 법당을 나서려는 순간 사명당을 만났다. 사명당은 날아가던 참새를 잡아 손에 쥐고 물었다. "대사님, 이 참새가 죽겠습니까? 살겠습니까?" 죽겠다고 하면 살려 줄 것이고 살겠다고 하면 죽일 것이기에 어느 쪽도 택해서 말하기가 어려웠다.

서산대사는 즉답대신 한발은 법당 안에 또 한발은 법당 밖에 딛고 서서 다른 질문을 했다. "사명당, 내가 밖으로 나가겠소? 안으로 들어오겠소?" 사명당은 난처해했다. 밖으로 나간다 하면 안으로 들어올 것이고 안으로 들어온다 하면 밖으로 나갈 것이다. 어떻게 답을 하건 무조건 틀리게끔 되어있다. 지식과 지혜를 총동원해도 정답을 맞힐 수는 없다.

사명당은 깊이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 서산대사의 마음이 따뜻하다는 깨달음이 왔을 때 웃으며 답했다. "밖으로 나오실 것입니다." "맞았소. 사명당이 먼 길을 오셨는데 이 고마움과 반가움 어찌 말로 다 표현할 수 있겠소. 내 어찌 밖으로 나가서 기쁘게 맞이하지 않을 수 있겠소." 사명당은 이겼다는 승리감에 도취되어 서산대사에게 재차 물었다. "대사님, 손안의 이 참새는 어찌 되겠습니까?" 서산대사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답했다. "스님이 어찌 살생을 할 수 있겠소." 따뜻한 마음보다 더 큰 지혜는 없다.

외형적 성공이 곧 행복을 가져다주지는 않는다. 재산이 없는 것을 탓하지 말고 영혼이 풍요롭지 못한 것을 탓해야 한다. 돈 많은 세상보다 눈물 많은 세상이 부럽고 또 아름답다.

글/황태영 대한북레터협회 회장, 희여골 대표, (주) 보림에스앤피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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