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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명의에게 묻다] 참기 힘든 '입냄새'…건강 이상 신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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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속에 늘어난 나쁜 세균이 악취성 기체 만들어 냄새 유발

원인 90%는 구강 내 문제…올바른 칫솔질로 예방 힘써야

(서울=연합뉴스) 연세대 치과대학병원 구강내과 최종훈 교수 = 모든 것은 균형이 무너지면 문제가 생기기 마련이다. 입안도 마찬가지다. 자각하지 못하는 사이 심화하는 '입냄새(구취)'도 상당 부분 구강 속 세균의 불균형에서 기인한다. 나쁜 세균이 급격히 늘어나면 어느새 입에서 참기 어려운 냄새가 풍겨 나온다.

기본적으로 입 냄새의 원인은 85∼90%가 입안에 있다. 입속에는 수백 종의 세균이 살 수 있는데, 치아 표면에 붙어있는 치태 1g당 세균이 약 1천억 마리에 달할 정도다. 이 중에는 유익한 균도 있고, 유해한 균도 있다. 이들 세균은 구균(둥근 모양), 간균(막대 모양), 방추균(양 끝으로 갈수록 가늘어지는 모양), 나선균(빙빙 비틀린 모양) 등으로 종류도 다양하다.

칫솔질이 잘 안 되면 이런 세균의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증식하고, 구강 내 세균의 균형이 깨지면서 치주질환을 유발할 뿐만 아니라 악취성 기체를 만들어 입냄새의 원인을 제공한다.

입냄새와 치주질환의 대표적인 원인균으로 꼽히는 '포르피로모나스 진지발리스'는 공기가 없거나 적은 조건에서 잘 자라는 혐기성 간균으로, 잇몸 조직의 콜라겐을 분해하는 병원성 인자를 생산해 잇몸을 약하게 만든다. 또한, 공격적인 성향으로 잇몸의 염증을 심화시키고 치조골을 파괴하며, 동시에 입냄새를 유발하는 원인이 된다.

나쁜 세균들이 만들어 내는 입샘새의 성분은 주로 휘발성 황화합물이다. 사람이 맡았을 때 계란 썩는 듯한 냄새가 나는 물질이다. 물론 세부 구성 성분의 비율이 어떻게 다른가에 따라 배출되는 성분에 차이가 있다. 구취측정기를 이용하면 이런 휘발성 황화합물이 얼마나 많이 배출되는지 객관적인 수치로 알아볼 수 있다.

연합뉴스

현미경으로 본 구강 내 세균[연세대 치과대학병원=연합뉴스]



이외에도 나쁜 세균들은 약 400종 이상의 성분들을 생성하며 냄새를 만들어 낸다.

독한 냄새를 일으키는 세균들은 잇몸질환 등 구강 내 질병으로 이어지면서 구취를 더욱 심하게 한다. 가장 문제가 많이 발생하는 부위는 잇몸 아래 부위, 혀, 치아와 치아 사이 등이다.

질환은 그 자체로 냄새의 강도에 영향을 미치기도 하지만 나쁜 세균이 더 잘 증식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면서 악순환을 낳는다. 이를 해 넣은 지 오래됐거나 충치가 있는 경우에도 낀 음식물의 부패가 진행되면서 냄새가 더욱 심해진다.

입속의 유해균 중 특히 치주질환과 관련된 세균은 혈관을 타고 이동하면서 균혈증을 유발해 심혈관계 질환을 일으키거나 음식물 삼킴장애가 있는 노인들에게 흡인성 폐렴을 유발할 수 있다.

이외에도 만성 폐질환, 알츠하이머, 조산 등에도 영향을 끼친다는 연구결과들이 보고됐다.

최근에는 이런 구강 내 세균의 유전자를 검사하는 구강병원성미생물검사가 시행되면서 환자별로 어떤 나쁜 세균이 질환과 구취를 유발하는지 보다 면밀히 알 수 있게 됐다. 입을 헹궈 검체를 채취한 후 실시간 유전자 증폭장치(Real-time PCR)를 이용해 나쁜 세균들이 각각 어떤 종류가, 얼마나 존재하는지 알아보는 방식이다.

세균 증식에 따른 입냄새를 치료하는 가장 중요한 방법은 올바른 칫솔질이다.

나쁜 세균을 입에서 제거해낼 수 있도록 구석구석 꼼꼼히 닦아 주어야 한다. 특히 세균이 쉽게 증식하지만 잘 닦지 않는 혀 뒷면 등도 신경 써서 닦을 필요가 있다. 치아 사이를 잘 닦아주려면 치실이나 치간 칫솔을 사용하면 좋다.

양치 시에 사용하는 치약을 제대로 선택하는 것도 중요하다.

합성계면활성제가 포함된 치약은 입 마름을 유발해 세균이 더 살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만큼 식물성 계면활성제 등 이를 대체할 수 있는 성분이 들어간 치약을 쓰는 게 바람직하다.

필요하다면 항균 가글을 처방받아 사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만약 염증 등의 질환이 있다면 이에 대한 치료도 병행해야 한다.

나쁜 세균 외에도 침의 산성도, 침 분비율, 영양결핍, 약물치료 등이 구취의 성격이나 정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특히 침이 말라 입안이 건조한 상태가 되면 냄새는 한층 더 심해진다. 침이 적으면 그만큼 용해되는 휘발성 황화합물의 양이 줄어들어 냄새가 더 나고, 구취를 유발하는 세균도 더 쉽게 증식하는 환경이 조성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입안이 건조하다고 느껴지면 약간의 물을 섭취하는 것이 좋고, 음식을 먹은 후에는 오이와 같은 야채를 씹어 침샘을 자극하는 게 도움된다.

물론 구강 외부의 문제가 구취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

구취 원인의 10∼15%가량은 축농증, 기관지염, 위염, 콩팥질환, 당뇨병, 폐나 간의 이상 등 다양한 전신 질환에서 비롯된다. 이 경우 원인에 따라 냄새가 다르다.

예를 들어 장 기능 장애가 있는 사람에게서는 독하게 신 입냄새가 풍길 수 있고, 당뇨병이 있으면 구강건조증과 더불어 과일냄새와 같은 단내가, 신장질환이 있으면 암모니아 냄새와 같은 비린내 등이 날 수 있다. 입안에서 원인이 발견되지 않는 경우 이 같은 여타 질환을 발견하기 위한 진료와 검사를 시행해야 한다.

다만 입 냄새가 난다고 해서 모두 병적 입냄새는 아니다.

운동을 심하게 했을 때, 배가 고플 때, 오래 입을 열지 않았을 경우에는 생리적 구취를 누구든 겪을 수 있다. 평상시 바른 칫솔질과 정기적인 구강 검진을 통해 입냄새가 나는 시간대나 상황을 잘 관찰하면 불필요한 입냄새로 고생하거나 치료가 늦어지는 일을 피할 수 있다.

연합뉴스

연세대 치과대학병원 구강내과 최종훈 교수[연세대 치과대학병원 제공=연합뉴스]




◇ 최종훈 교수는 1988년 연세치대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연세대학교 치과대학병원 구강내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대한안면통증구강내과학회 회장으로 활발히 활동했으며 대한레이저치의학회 이사, 대한측두하악장애학회 이사, 국립과학수사연구소 자문위원 등을 역임했다.

지난해에는 세계 3대 인명사전 중 하나로 꼽히는 '마르퀴즈 후즈 후 인더 월드'에 등재됐다. 연세대학교 우수논문상, 연세대학교 우수업적 교수 표창, 연세대학교 치과대학 올해의 교수상 등을 비롯해 다수의 수상 경력이 있다.

bi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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