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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공시족·직장인 북적…사시생 떠난 신림동 가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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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학원 대신 경찰·공무원 학원…저렴한 월세에 직장인들 입주 세련된 카페·술집 들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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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학원, 공무원 학원 등이 들어선 신림동 일대 /사진=남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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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시생들이 어디 가겠어요, 다른 고시 보려고 남는거지." (공인중개사 A씨)

54년 역사의 사법고시가 지난 24일 마지막 시험을 끝으로 사라졌다. 하지만 27일 찾은 '고시의 메카' 신림동(현 대학동) 일대는 여전히 '용꿈'을 꾸는 청춘들로 북적였다.

◇'사시족' 빈자리에 '공시족' 몰려…노량진 대신 신림동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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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동 소재 한 서점. 한 켠에 중고책들이 쌓여있다. /사진=남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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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고시가 폐지되기 전 신림동 학원가를 메웠던 사법고시 준비학원 이른바 '법학원' 자리에는 경찰학원과 공무원 시험 학원 등이 빼곡히 들어섰다. 서점 풍경도 달라졌다. 과거 서점 한가운데를 당당하게 지키고 있던 법률 서적들은 '헌책' 딱지가 붙은 채 책장 위에 쌓여있다. 반듯하게 정리된 서가에는 '세법', '회계학', '행정학' 서적들이 법전의 자리를 대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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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공무원, 노무사 등 다양한 종류의 시험을 준비하는 고시생들이 몰리며 사법고시 합격자 뿐 아니라 다양한 종류의 시험 합격자들이 배출되고 있다. /사진=남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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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시학원과 고시원이 몰려있는 신림동(과거 신림9동)의 한 서점 주인은 "확실히 법학 관련 서적 판매가 줄었다"며 "대신 공무원, 경찰, 회계사 수험서 판매가 많이 늘었는데 요즘은 공무원 채용이 확대된다는 얘기가 나와 관련 책을 찾는 사람들이 더 많아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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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시생들로 북적이는 노량진 주변(위)와 상대적으로 한적하고 조용한 신림동 고시촌 학원가 모습 /사진=남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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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시험 준비를 위해 최근 신림동으로 왔다는 김모씨(28)는 "노량진으로 가려했지만 방값이 너무 비싸 포기했다"며 "노량진에 비해 저렴한 방도 많고 물가도 싼 신림동으로 왔다"고 말했다. 고시생들 사이에선 시 외곽에 위치하고 조용한 신림동이 노량진에 비해 면학 분위기가 좋다는 평가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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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쿨 재학생들을 대상으로한 변호사시험 과외 광고문 /사진=남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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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고시가 폐지되며 법학(法學)은 고시촌의 왕좌를 내줬지만 여전히 변호사시험 준비생들에 의해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이 곳 '법학원'들은 사법고시 준비반에서 변호사시험 준비반으로 간판을 바꿔 달고 있다. 로스쿨 재학생 최모씨(29)는 "원래는 사법고시 합격에 도전했지만 방향을 바꿔 로스쿨 진학을 선택했다"며 "변호사시험 준비를 하고 있지만 시험 합격률도 50%가 안돼 사법시험 못지 않게 공부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저렴한 월세에 직장인들 몰려…세련된 카페·식당 속속 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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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림동의 한 카페 건물 /사진=남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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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고시생들이 빠져나간 자리를 채우는 이들은 다른 학생들 뿐만이 아니다. 신림동 고시원, 원룸의 저렴한 월세에 이끌린 직장인들이 신림동에 속속 모여들고 있다. 공인중개사 A씨는 "한동안은 고시생들이 빠져나가 집값이 떨어졌었다"며 "하지만 최근엔 강남으로 출퇴근하는 직장인들이 몰리면서 공실이 거의 없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중개업체 다방에 따르면 이날 현재 신림동 원룸·오피스의 평균 월세는 36만원, 보증금은 823만원으로 상도동(월세 40만원, 보증금 1192만원), 신대방동(월세 40만원, 보증금 984만원), 봉천동(월세 40만원, 보증금 1340만원)에 비해 10~20%가량 저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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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림동에 새로 들어서는 한 식당의 모습 /사진=남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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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끼 5000원 이하 저렴한 식사로 사랑받은 고시식당은 과거 30여개에 달했지만 현재 10여개로 줄었다. 하지만 고시생들이 빠져나간 동네에 상대적으로 경제적 여유가 있는 직장인들이 모이면서 '삼선슬리퍼'와 '츄리닝'과는 동떨어진 모습의 세련된 술집·카페·식당이 속속 들어서 '고시촌' 신림동의 변화를 실감케 했다.

신림동의 한 식당에서 일하는 이모씨(40)는 "오랫동안 오던 단골 고시생들은 많이 떠났다"며 "요즘은 저녁시간에 직장인들이 꽤 많이 온다"고 말했다. 한 택시기사는 "금요일 저녁이면 강남에서 신림동으로 오려는 직장인 손님이 많다"며 "서울대만 오갔던 과거와는 다른 모습"이라고 전했다.

모락팀 남궁민 기자 serendip15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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