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3 (화)

[MK포커스] 하나둘 사라지다…김성근 한화 In의 Out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지난 23일 3명의 베테랑이 독수리군단 유니폼을 벗었다. 조인성(42), 송신영(40), 이종환(31)은 웨이버 공시됐다. 셋 다 불과 몇 년 전 외부에서 영입했던 자원이다. 조인성은 2014년 6월 트레이드, 이종환은 2015년 5월 트레이드, 송신영은 2015년 11월 2차 드래프트를 통해 한화로 이적했다.

이들은 김성근(75) 전 감독과 맥을 잇는다. 김 전 감독의 작품이다. 김 전 감독이 2014년 10월 제10대 한화 사령탑에 오른 뒤 외부로 눈을 돌려 전력 강화를 꾀했다. 미래보다 현재를 택했다. 당장 전력에 보탬이 될 선수들을 영입했다.

그러나 이들의 한화 생활은 길지 않았다. 전력에 보탬이 되지 않았다는 방증이다. 그리고 세월 앞에 이겨낼 장사는 없었다. 조인성은 트레이드 이후 2년 10억원에 FA 계약까지 했으나 계약기간을 다 채우지 못했다. 조인성은 올해 16경기 출전에 그쳤다. 송신영과 이종환은 각각 5경기와 1경기뿐이다.
매일경제

2014년 12월 입단식에서 김성근 전 감독(왼쪽)의 장난에 활짝 웃는 송은범(오른쪽). 그 해 한화의 FA 계약 중 최고액이었다. 그러나 송은범은 3년간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사진=MK스포츠 DB


3명보다 먼저 이재우(37)와 이양기(36)도 방출됐다. 이재우와 이양기도 김 전 감독에 이끌려왔다. 2015년 11월 두산 보류선수 명단에서 제외된 이재우는 코치직 제의를 뿌리치고 한화로 갔다. 약지 부상으로 마음고생했던 이양기는 2016년 7월 은퇴의사까지 피력했으나 김 전 감독의 만류로 배트를 놓지 않았으며 2개월 후 정식선수로 전환돼 1군에 올라갔다.

하지만 이재우와 이양기는 올해 별다른 활약을 펼치지 못했다. 그리고 끝내 퇴출 수순을 밟았다. 이재우는 퓨처스 투수코치로 한화에 남았으나 이양기는 현역이든 코치든 새 팀을 찾지 못했다. 송신영도 은퇴를 선언한 가운데 조인성과 이종환의 새 직장 구하기도 쉽지 않다.

한화는 체질 개선과 가을야구를 이루기 위해 김 전 감독에 힘을 실어줬다. 막대한 자금을 쏟았다. 또한 외부 전력 보강에 열을 올렸다. 부임 초기 단순히 1군 감독이 아니었던 김 전 감독은 선수 영입에 적극적으로 관여했다. 그러나 하나둘씩 떠나고 있다.

매일경제

김성근 전 한화 감독(오른쪽)은 즉시 전력감 영입에 열을 올렸다. 수많은 베테랑이 한화에 왔지만 모두가 해피엔딩은 아니었다. 사진 왼쪽은 권용관. 사진=MK스포츠 DB


◆베테랑 수집, 그 결과는?

김 전 감독 부임 후 한화는 FA를 신청한 선수 8명과 계약했다. 집토끼였던 김경언(35·3년 8억5000만원), 김태균(35·4년 84억원), 조인성(2년 10억원)을 모두 붙잡았다. 그리고 권혁(34·4년 32억원), 송은범(33·4년 34억원), 배영수(36·3년 21억5000만원), 정우람(32·4년 84억원), 심수창(36·4년 13억원)이 김 전 감독을 바라보고 한화행을 택했다.

보상을 제외한 순수 계약 규모만 해도 287억원이다. 선수는 FA 대박을 쳤지만 구단은 FA 대박을 치지 못했다. 조인성은 떠났다. 매년 부상으로 힘든 날을 보냈다. 입지가 점점 좁아졌고 최재훈(28)의 영입으로 더욱 기회가 줄었다. 다른 FA도 투자에 비해 쏠쏠한 재미와 거리가 있다.

특히 3년간 4승만 거둔 송은범은 최악의 먹튀 후보에 오를 정도다. 패배(24)는 승리의 6배다. 한화 이적 후 평균자책점이 6.73(226이닝 182실점 169자책)이다. 올해만 두 차례 엔트리 말소된 송은범은 아직까지 1군 호출을 받지 못하고 있다.

완투승 포함 6승을 올린 배영수는 FA 계약 마지막 해에 힘을 내고 있으나 지난 2년간 크게 기여하지 못했다. 뒷문을 책임져야 했던 정우람도 이적 첫 해 몸값에 걸맞지 않은 활약이었다.

한화는 FA 외에도 베테랑을 영입했다. 전력 보탬 가능성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움직였다. 보류선수 명단에서 제외된 선수가 레이더망에 포착됐다. 그리고 이재우를 비롯해 임경완(42), 권용관(41), 오윤(36), 황선일(30) 등이 대전으로 왔다.

한화는 두터운 선수층과 치열한 내부경쟁 효과를 기대했다. 그렇지만 김 전 감독의 바람과 달리 성공사례는 없다. 기회가 아예 없지 않았으나 뚜렷한 활약을 펼치지 못했다. 이재우뿐 아니라 다들 짐을 정리했다. 차례대로 웨이버 공시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시즌 중 방출은 반복됐다. 외국인선수를 제외하고도 5명-6명-5명 등 총 16명이 아웃됐다. 그럼에도 선수단 규모는 여전히 크다. 김 전 감독 퇴진 이후 몸집 줄이기에 힘쓰는 한화다.

매일경제

2015년 5월 트레이드로 한화에 온 임준섭(오른쪽). 김성근(왼쪽) 전 감독이 적극 추진한 트레이드였다. 하지만 임준섭은 큰 활약을 펼치지 못했으며 팔꿈치 수술 후 군 복무 중이다. 사진=MK스포츠 DB


◆다 실패하지는 않았다

한화는 2015년 11월 2차 드래프에서 송신영을 비롯해 장민석(35), 차일목(36)을 지명했다. 김 전 감독의 의중이 다분히 반영됐다. 한화는 당시 “전체적으로 경험이 많고 즉시 전력감으로 기용할 수 있는 선수 위주로 지명했다”라고 설명했다.

투수, 포수, 외야수 등 필요한 포지션을 채웠다. 요긴하게 쓸 수 있다던 김 전 감독의 발언대로 2차 드래프트 성과가 그나마 나쁘지 않다. 우투수가 필요했던 팅 상황에서 송신영은 16경기 20⅔이닝으로 보탬이 되지 못했다. 그러나 차일목과 장민석은 나름 입지를 다졌다.

차일목은 지난해 조인성을 밀어내고 가장 많이 포수마스크(117경기)를 썼다. 올해도 백업포수(46경기)로서 역할을 다하고 있다. 장민석도 올해 확실히 눈도장을 찍었다. 외야수로 줄곧 나갔다. 70경기를 뛰었다. 지난 26일 최진행(32)의 엔트리 등록에 따라 자리를 내줘야 했으나 2군행은 ‘잠시’다.

장민석, 차일목, 송신영과 같이 2차 드래프트에서 유니폼을 갈아입은 다른 선수들을 봐도 한화의 선택이 최악은 아니다. 현재보다 미래를 택한 구단이 많았던 점도 고려해야 하나 1군에서 활약하고 있는 선수는 소수에 그치고 있다. 다만 한화는 장기적인 관점이 아닌 단기적인 관점에서 바라봤다. 앞으로 얼마나 더 활용할 지는 지켜봐야 한다.

김 전 감독은 트레이드가 FA보다 비용 및 효율성에서 더 높다고 했다. 한화는 김 전 감독 체제에서 3건의 트레이드를 성사시켰다. 6명이 나갔고 6명이 들어왔다. 성공작은 있으나 많지 않다.

2015년 4월 8일 넥센과 1대2 트레이트로 이성열(33)과 허도환(33)을 받았다. 좌타자와 포수 자원 확보였다. 허도환은 경쟁자가 많아지면서 경기수가 해마다 줄고 있다. 이성열이 올해 들어 타율 0.340 9홈런 25타점으로 가장 두드러진 활약을 펼치고 있다. 한화 이적 후 가장 페이스가 좋다. 하지만 공교롭게 이성열의 활약상은 김 전 감독이 떠난 뒤였다.

2015년 5월 6일에는 임준섭(28), 박성호(31), 이종환이 트레이드로 영입됐다. 김 전 감독은 임준섭을 눈여겨봤다. 그러나 몸 상태가 좋지 않았던 임준섭은 22경기 19⅓이닝에 그쳤다. 그리고 2016년 3월 팔꿈치 수술을 했다. 게다가 군 미필이라서 공익근무요원으로 활동했다.

박성호는 16경기만 뛴 후 2015년 11월 보류선수 명단에서 제외됐다. 그 뒤 육성선수로 전환된 그는 1군 무대를 밟지 못하고 있다. 이번에 방출된 이종환까지 더해 김 전 감독의 2번째 트레이드는 손실이 가장 컸다. 반면, KIA는 김광수(36)가 기대 이상 활약을 해준 데다 노수광(27) 카드로 김민식(28)을 얻어 포수 고민을 해결했다.

지난 4월 18일 두산과 1대1 트레이드 후 주전 포수로 자리매김한 최재훈은 지금까지 가장 성공한 경우다. 하지만 온전히 김 전 감독의 작품이라고 꼽기 어렵다. 프런트야구가 대두된 뒤 이뤄낸 성과다. 물론, 경기에 꾸준하게 내보냈던 것은 김 전 감독이다.

[rok1954@maekyung.com]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