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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가맹점에 카드 결제를 거부할 권리를 허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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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학회 여전법 19조 개정 목소리" 1만원 이하라도 거부 가능해야"..서민 역차별 비판도]

머니투데이

정부가 오는 8월부터 카드 수수료를 우대받는 영세·중소가맹점의 범위를 확대하기로 하면서 2011년부터 논란이 됐던 신용카드 의무수납제 폐지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의무수납제란 가맹점이 카드 결제를 거부할 수 없도록 규정한 여신전문금융업법(이하 여전법) 19조를 말한다.

여전법 19조로 인해 자영업자들은 1만원 이하 소액도 카드 결제를 거부하지 못해 수수료 부담을 안아야 하고 카드사에 대해 수수료 협상력도 가질 수 없다. 이 때문에 선거 때마다 정부가 개입해 카드 수수료를 인하하는 일이 반복되자 정부가 가격에 개입하느니 의무수납제를 없애고 수수료 자율화를 시행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논란의 여전법 19조…카드 거부 못 하는 자영업자=한국신용카드학회는 지난 22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가진 세미나에서 문재인 정부가 카드 수수료 인하보다 궁극적으로 카드 의무수납제 폐지를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여전법 19조에는 ‘가맹점은 신용카드로 거래한다는 이유로 신용카드 결제를 거절하거나 신용카드 회원을 불리하게 대우하지 못한다’고 명시돼 있다. 이로 인해 가맹점은 고객이 신용카드를 내면 설사 100원이라도 결제 거부할 수 없고 거부하면 1000만원 이하의 과징금을 부과받는다.

의무수납제를 시행하는 국가는 전세계적으로 한국이 유일하다. 정부는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소비를 늘리고 세수를 확보하기 위해 의무수납제를 도입했다. 이후 가맹점은 카드 결제를 거부할 수 없어 카드사에 대해 수수료 협상력을 잃어버렸고 정부는 가맹점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카드 결제의 원가를 계산해 카드 수수료를 정해주는 가격 개입을 법제화했다.

이에 대해 자영업자의 실질적인 부담을 덜어주려면 시장 질서에 어긋나는 가격 개입보다 궁극적으로 의무수납제를 손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건희 경기대 교수는 “가맹점으로 등록됐더라도 1만원 이하 소액 결제시 신용카드를 거절할 수 있도록 여전법을 개정해야 한다”며 당장 의무수납제 전면 폐지가 어렵다면 1만원 이하 소액결제에 한해 부분 도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대형 신용카드사들도 의무수납제 폐지에 동의한다.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10개 가맹점 중 8개 이상이 저렴한 우대수수료를 적용받고 있어 ‘우대’라는 표현마저 이제 어색해졌다”며 “의무수납제를 근거로 법에 정해진 가격 개입 정책에 따라 3년마다 수수료 인하 압박을 받느니 가맹점과 협상을 통해 자율적으로 수수료를 책정하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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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금 쓰는 저소득자 역차별…정부 장기과제로=반면 ‘동전 없는 사회’가 대세인 현 시점에 신용카드 의무수납제 폐지는 시대를 역행할 수 있다는 반론도 없지 않다. 2011년에도 금융위원회가 여전법 19조 개정을 검토했지만 소비자들의 불편을 초래한다는 논리에 뭇매만 맞고 물러섰다.

이 교수는 “신용카드를 안 받는 대신 현금 사용자에게 1~2%가량 가격을 할인해주면 현금 이용자에도 혜택이 돌아간다”고 지적했다. 여전법 19조의 ‘신용카드와 현금 이용자 차별금지’ 조항을 삭제하면 카드 수수료의 일부에 해당하는 금액만큼 현금 할인이 가능하다.

한 금융당국 관계자도 “카드 사용자가 편의성이라는 혜택을 누리는 반면 수수료 비용이 들어가지 않는 현금이용자는 아무런 혜택이 없다”며 “현금 이용자가 대개 저소득 서민이라는 점에서 역차별을 당하고 있는 건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현금영수증 제도가 도입돼 의무수납제 폐지로 인한 탈세 증대 우려도 크지 않다.

문재인 정부가 장기적으로 카드 의무수납제 폐지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으나 ‘넘어야 할 산’은 많다. 현금영수증이 카드만큼 세수 확보에 효과적인지 의문인데다 소비자 반발이 거셀 수 있어서다.

권화순 기자 firesoo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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