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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핸들 뜨거워 장갑 끼고, 쓰레기통 녹아내린 '살인 더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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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애리조나州 연일 40~50도… 車 문열다 화상 입는 사람 속출

더위에 강한 선인장도 죽어

미국 애리조나주(州) 전역에서 섭씨 43.3도를 오르내리는 폭염이 연일 계속되면서 불볕더위로 인한 각종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고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 등이 26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인디펜던트와 기상 전문 사이트 아큐웨더에 따르면 애리조나주는 낮기온이 48.3도로 역대 최고 기록(지난해 46.7도)을 경신한 지난 20일부터 살인적 더위가 수일간 지속됐다. 일부 지역은 한때 50도를 웃돌기도 했다. 지역 매체인 AZ센트럴은 "너무 더워서 모든 게 녹아내리고 있다(everything's literally melting away)"고 했다.

조선일보

섭씨 43.3도를 웃도는 폭염이 일주일째 미국 애리조나주(州)를 태우고 있다. 한 운전자는 오븐 장갑을 끼고 운전대를 잡은 사진을 소셜미디어에 올렸다(왼쪽 사진). 기록적인 고온에 플라스틱 쓰레기통이 녹아내리기도 했고(오른쪽 위), 사막에서 자라는 선인장마저 불볕더위에 맥없이 고개를 떨구고 있다(오른쪽 아래). /트위터·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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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리조나의 뜨거운 열기를 이기지 못하고 녹아내린 우체통, 쓰레기통, 담벼락 등의 사진들이 지난 일주일 사이 소셜미디어에 속속들이 올라왔다. 도로 표지판 글씨도 태양열에 녹아 흘러내렸고, 더위에 강한 식물인 선인장마저 말라 죽었다. 일부 가게에선 화상을 막기 위해 철제로 된 매장문 손잡이에 오븐 장갑을 씌워놓기도 했다. 더위로 스마트폰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사례도 여럿 나왔다.

일부 시민은 차량 운전석 앞 대시보드에 계란과 쿠키 등을 올려놓고 태양열에 익히는 실험을 하는 동영상을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에 올리고 있다. 차량 대시보드 위에서 쿠키를 완전히 굽는 데 걸린 시간은 90분도 안 됐다. 한 네티즌은 트위터에 "집에 도착해 트렁크를 열었더니 마트에서 산 물건을 담았던 비닐 봉지가 녹아있었다"면서 "이것은 요즘 애리조나에서만 가능한 현상일 것"이라고 했다.

케빈 포스터 애리조나 화상센터장은 "고열에 달궈진 승용차 문 등을 열다가 화상을 입은 부상자가 속출하고 있다"면서 "작년 이맘때보다 화상 환자가 3배 가까이 늘었다"고 말했다.

데일리메일은 고온 현상에 주 정부 당국도 비상이 걸렸다고 보도했다. 특히 43도가 넘는 환경은 사람의 체온 조절 기능을 망가뜨려 건강에 치명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한다. 애리조나주 피닉스시는 냉방 시설이 갖춰진 대피소 47곳을 서둘러 개장했다. 이번 폭염으로 애리조나주 전역엔 산불주의보가 내려진 상태다. 아큐웨더의 켄 클락 기상예보관은 "이번 주부터 폭염이 다소 주춤하겠지만, 기온은 예년보다 훨씬 높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선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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