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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카타르 월드컵… '사막의 신기루'로 끝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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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낮 50도 '폭염 월드컵' 우려에 덜 더운 11월·12월에 연다는데 이와중에 '개최지 선정 비리' 보도

FIFA 직원의 10살짜리 딸에게 의문의 200만달러 송금…

"개최지 바꿔야" 요구 거세져

말도 많고 탈도 많은 '2022 카타르 월드컵'이 대형 부패 스캔들에 휘말렸다. 개최지 선정 과정에서 거액 뇌물이 오갔다는 의혹이다. 2022년 월드컵 개최지 선정을 두고 경쟁했던 미국과 호주 등에선 "이참에 개최지를 공정하게 다시 뽑아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2010년 12월 개최지로 선정된 이후 7년간 크고 작은 논란을 일으켰던 카타르 월드컵이 벼랑 끝에 몰린 모습이다. 한국도 당시 유치전에 참가했지만 3차 투표에서 탈락했고, 결국 개최권은 카타르로 돌아갔다.

카타르 월드컵은 선정 때부터 '비상식적 결정'이란 비판에 직면했다. 카타르는 중동의 사막 국가다. 한여름 낮 최고기온이 50도까지 올라간다. 전 세계 축구계에서 "대체 어떻게 축구 경기를 하느냐"는 말이 끊이지 않았다. 카타르 측에선 '에어컨을 완비해 운동장 온도를 낮추겠다'는 입장이었지만, 실현 가능성은 작아보였다. 국제축구선수협회(FIFPro)는 "여름 대회를 강행한다면 월드컵에 참가하지 않겠다"는 성명을 내기도 했다.

조선일보

2022년으로 예정된 카타르 월드컵이‘비리 의혹’으로 위기에 몰리고 있다. 애초 개최지 선정 과정부터 거액의 뇌물이 오갔다는 FIFA 내부 보고서가 폭로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카타르 알 바이트 스타디움의 건설 현장 모습. 사막 한가운데에 덩그러니 뼈대가 올라가고 있다. /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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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자 FIFA는 '겨울 월드컵'이란 고육책을 제시했다. 조금이라도 기온이 내려가는 11~12월에 월드컵을 치르겠다는 얘기였다. 매년 이 시기 한창 리그를 진행하는 유럽 축구계가 즉각 반발했다. FIFA는 지난 2013년 겨울 개최안을 확정했지만 아직도 유럽 주요 리그는 강경한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카타르는 최근 '테러 조직을 지원한다'는 이유로 사우디아라비아 등 주변 7개국으로부터 단교당했다. 카타르 월드컵엔 바람 잘 날이 없었다.

급기야 대형 비리 사건이 터지면서 카타르 월드컵 개최의 정당성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 월드컵 유치 자체가 부당했다는 증거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27일 독일 빌트(Bild)지는 '2018·2022 월드컵 개최지 선정에 관한 비리 의혹 조사 보고서' 원본을 입수했다고 보도했다. 빌트에 따르면 월드컵 개최지 투표 직전 FIFA 간부 3명은 카타르 축구협회 소속 전용기를 타고 브라질 리우에서 열린 파티에 참석했다. 개최지 선정을 앞두고 FIFA 한 직원의 10살짜리 딸에겐 200만달러(약 22억원) 거액이 송금됐다. 카타르가 표를 매수하려 FIFA 간부들에게 접근했다는 주장도 있다. 빌트가 조만간 전체 보고서를 공개하면 충격은 더 번질 전망이다. 이 보고서는 FIFA 윤리위원회의 독립조사관 마이클 가르시아가 2014년 작성했다. 관련자 75명을 인터뷰한 뒤 20만건 이상 문서를 바탕으로 총 403쪽짜리 보고서를 만들었다. 하지만 FIFA는 이 보고서를 10분의 1 수준인 42쪽으로 요약·편집해 발표했고, 비리는 모두 무혐의 처리했다.

3년 만에 수면 아래에 있던 원본 보고서가 공개되면서 카타르 월드컵은 뿌리부터 흔들리게 됐다. FIFA가 이번엔 어떤 반응을 내놓을지 세계 축구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태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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