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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두테르테 ‘마약소탕’ 1년… 값은 싸지고 공포만 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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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의자 3000여명 총맞아 숨졌지만 마약거래 여전히 성행 성과 논란

일각 “잔챙이만 잡고 거물은 놓쳐”

동아일보

그가 집권한 지 1년. 필리핀 뒷골목 풍경은 확 바뀌었다. 거리를 헤매던 청년들은 집안으로 꼭꼭 숨었고, 일부는 성당으로 몸을 피했다. 도시를 떠나 시골에 텐트를 치고 사는 젊은이도 있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최근 전했다.

범죄에 연루되지 않았어도 ‘마약과의 전쟁’에 나선 경찰에게 혹 흠이 잡힐까봐 많은 청년들이 전전긍긍하고 있다. NYT는 “사람들은 범죄용의자와 단순한 대화를 나누는 것조차 나중에 자신에게 치명적 결과로 돌아올 수 있다며 두려워하고 있다”고 전했다.

‘필리핀의 트럼프’로 불리는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사진)이 30일 취임 1주년을 맞는다. 취임 직후부터 대대적인 마약사범 소탕 작전을 벌인 결과 지난해 7월부터 지난달까지 11개월 동안 3155명의 마약사범이 총에 맞아 사망했다고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이 25일 보도했다. 경찰의 마구잡이식 체포 작전뿐 아니라 포상금(약 1억2000만 원)을 노린 킬러들까지 활개를 쳐 실제 사망자는 9000명에 이른다는 게 인권단체들의 주장이다.

두테르테 등장 후 필리핀은 ‘공포 사회’로 변했다. 총에 맞기 전에 자수를 택한 범죄용의자들의 행렬로 지난해 말 필리핀 전국 463개 구금시설에는 적정 수용 인원의 6배가 넘는 12만6946명이 구금돼 있다.

하지만 필리핀의 필로폰 가격은 지난해 6월 가장 저렴한 것이 g당 1200페소(약 2만7200원)였지만 지난달 1100페소(약 2만4900원)까지 떨어졌다고 데일리메일은 전했다. 그만큼 약을 구하기 쉽고 금전적 부담도 적어진 것이어서 마약과의 전쟁이 꼭 성공한 것만은 아니라는 평가가 나온다. 국제마약정책협력기구(IDPC) 관계자는 “가격이 떨어졌다는 것은 정부의 마약 억제책이 실패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잔챙이만 잡고, 거물 마약범은 놓쳤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민 상당수는 여전히 두테르테에게 높은 신뢰를 보이고 있다. 현지 여론 조사 기관 펄스아시아리서치의 최근 발표에 따르면 두테르테의 국정 지지도는 78%였다. 지난해 6.8%였던 경제성장률은 올해 7%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전통적 우방국인 미국과 거리를 두고 지난해 10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 135억 달러(약 15조3000억 원)의 투자를 약속받은 것은 실리외교의 성과로 평가받는다. 그러나 파이낸셜타임스는 23일 “중국이 향후 남중국해에서의 권리를 강하게 주장하고 나오면 필리핀 민족주의자들도 거세게 반발해 두테르테는 진퇴양난의 상황에 놓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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