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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돌아온 태권 황제 … ‘닥공 대훈’ 앞에 적수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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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주서 세계선수권 세번째 우승

64강전 이후 5경기 평균 25.6득점

공격적으로 바뀐 룰, 날개 달아줘

리우서 눈물 안겼던 아부가우시

결승 진출 못 해 ‘리턴매치’ 불발

중앙일보

금메달을 목에 건 ‘태권 황제’이대훈. [연합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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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가 돌아왔다. ‘미스터 태권도’ 이대훈(25·한국가스공사)이 세계태권도선수권 우승으로 세계랭킹 1위의 자존심을 되찾았다.

이대훈은 27일 전북 무주 태권도원 T1아레나에서 열린 2017 세계태권도연맹(WTF) 무주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 남자 68㎏이하급 결승전에서 황위런(대만)에 26-8로 승리했다. 지난 2011년 경주대회와 2013년 푸에블라(멕시코)대회에서 남자 63㎏이하급 정상에 오른 그는 세계태권도선수권 통산 세 번째 금메달을 거머쥐었다.

압도적이었다. 이대훈은 반칙승을 거둔 64강전 이후 5경기에서 평균 25.6득점을 올리며 ‘닥공(닥치고 공격)’ 태권도로 정상에 올랐다. 예라실 카이르베크(카자흐스탄)와의 32강전을 39-27로 마무리했고 에디발 폰테스(브라질)와의 16강전은 25-7로 끝냈다. 8강에서 아볼파지 야구비주이바리(이란)에 2라운드까지 10-11로 뒤지다 3라운드에 5점을 보태 15-11로 뒤집은 게 유일한 역전승이었다. 한숨 돌린 이대훈은 블라디미르 다라클리예프(불가리아)와의 4강전을 23-6으로 마무리하고 결승에 올랐다.

더욱 공격적으로 바뀐 경기 규칙이 이대훈에게 날개를 달아줬다. WTF는 이번 대회를 앞두고 1점이던 몸통 발차기 공격을 2점으로 올렸다. 수비에 치중하는 선수는 경고 없이 곧장 1점 감점을 준다. ‘발 펜싱(발로 콕콕 찌른다는 의미)’이라는 오명을 불러온 ‘앞발(상대의 공격을 차단하기 위해 한쪽 발을 드는 행위)’도 3초 이상 지속할 수 없도록 했다. 김종기 태권도대표팀 감독은 “ 이대훈의 뛰어난 적응력은 강한 체력에서 나온다. 공격을 강조하는 새 규정 아래에서도 최강자의 지위를 잃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결승전은 세계랭킹 1위의 위엄을 느낄 수 있는 승부였다. 세계선수권 결승 무대를 처음 경험한 스무 살 신예 황위런(랭킹 42위)을 맞아 이대훈은 시종일관 흐름을 리드했다. 공격을 성공시킨 직후에도 이렇다 할 세리머니 없이 차분하게 경기를 풀어간 그는 1라운드를 9-0으로 마무리한 뒤 2라운드에 17-4까지 스코어를 벌려 일찌감치 승부를 마무리지었다. 3라운드 종료 직후 이대훈은 환한 미소와 함께 황위런을 꼭 안아줬다.

관심을 모은 아흐마드 아부가우시(요르단)와의 리턴 매치는 다음으로 미뤄졌다. 아부가우시가 4강에서 황위런에게 4-9로 져 결승 진출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리우올림픽에서 이대훈은 8강에서 만난 아부가우시에게 패해 패자조로 밀렸고, 결국 동메달에 그쳤다. 경기 직후 승자의 손을 번쩍 들어올려 축하하는 이대훈의 모습이 ‘패자의 품격’으로 불리며 스포츠 팬들 사이에서 회자됐지만, 선수 자신에겐 깊은 아쉬움으로 남았다. 앞서 아시안게임과 아시아선수권, 세계선수권을 제패한 그는 ‘태권도 그랜드슬램’의 마지막 과제인 올림픽 금메달 도전을 2020년 도쿄올림픽으로 미뤘다. 이대훈의 국가대표팀 동료들은 “리우 대회 이후 이대훈의 눈빛이 달라졌다. 훈련량도 더욱 늘었다”고 입을 모았다.

이대훈은 시상식에서 우승자 자격으로 동메달리스트 아부가우시의 손을 한 번 더 들어줬다.

한편 여자 67㎏이하급에 출전한 김잔디(22·용인대)는 준결승에서 누르 타타르(터키)에 9-11로 져 동메달을 추가했다.

송지훈 기자 milkyman@joongang.co.kr

송지훈 기자 song.ji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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