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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장애인 열쇠수리공 “공간 내준 대학 배려에 보답” 전 재산 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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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청각장애 1급 신기환씨 부부

경일대, 교내 23년째 무상 제공

1억3600만원 … “장학금 써달라”

중앙일보

집과 땅 등 자신의 전 재산을 경일대 장학금으로 기부한 신기환·송춘연씨 부부. [사진 경일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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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경일대 학생회관 내 6.6㎡(2평) 남짓한 공간에서 20년 넘게 열쇠수리점을 하는 50대 장애인이 집과 땅 등 전 재산을 학교에 기부했다. 학생들의 장학금 등으로 사용해달라면서다.

주인공은 언어·청각장애 1급인 신기환(52)씨다. 그는 1994년 경일대가 대구시 동구 효목동에서 현재 경산시 하양읍으로 이전하던 해 대학 측의 배려로 임대료 없이 학생회관 내에 작은 열쇠수리점을 열었다. 학교에서 당시 하양읍에 살던 장애인 신씨를 배려하는 차원에서 무상으로 작은 공간을 내어준 것이다.

학교와의 인연은 이랬다. 신씨는 당시 학교 이곳저곳을 다니며 구두를 닦거나 수선하는 일을 했다고 한다. 그러다 한 교직원이 그를 봤고, 학교에 “학교 인근 하양읍에서 어렵게 사는 젊은 장애인인데, 우리가 좀 도와주면 좋겠다”고 의견을 냈다. 그때부터 신씨는 23년간 교내에 작은 공간을 얻어 열쇠와 도장 제작을 하면서 가족을 챙겼다. 그의 부인 송춘연(47)씨도 같은 언어·청각장애 1급이다. 신씨는 아직 아이가 없다.

지난 3월 신씨가 대학본부를 찾아왔다. 그러더니 수화를 통해 “경일대의 배려가 없었으면 장애인 신분으로 지금의 행복을 누릴 수 없었을 것”이라며 “가진 재산이라고는 작은 집이 전부이지만 모두 학교에 기부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거주 중인 경산시 하양읍 자택(건물면적 51.52㎡)과 대지(180㎡) 일체를 기부하겠다고 약속했다. 공시지가 기준으로 건물은 6700만원, 대지는 6900만원. 총 1억3600만원이다.

신씨는 “청년취업이 다들 어렵다고 말하는데, 경일대 학생들만큼은 어려운 일을 척척 해결하는 만능열쇠 같은 훌륭한 인재로 성장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기부를 결심하게 됐다”고 했다. 그의 부인도 반대 한번 없이 “우리를 도와준 경일대 학생들을 위해 모두 쓰자”며 흔쾌히 남편의 뜻을 따라줬다고 한다.

대학 측은 신씨의 뜻을 받아 최근 부동산 기부 절차를 완료했다. 단, 신씨가 아직 거주 중인 집이어서 그가 희망하는 기간까지 지금처럼 자택에서 그대로 살 수 있도록 했다.

경일대는 ‘신기환’이라는 이름으로 장학금을 오는 9월부터 신설한다. 장학기금은 1억3600만원. 여기에 다른 기부금을 계속 받아 전체 장학금 규모를 늘려나가기로 했다. 또 매년 신씨 부부에게 무료 건강검진을 선물하기로했다. 내년 2월 신씨에게 사회복지 명예학사학위도 수여할 예정이다. 신씨에 대한 예우로 본관 로비에 있는 학교발전기부금 명판에 당당히 이름까지 써넣었다.

학교 측은 신씨 부부의 후견인 역할을 해주기로 했다. 교직원들이 가족처럼 신씨 부부의 노후까지 세심하게 챙긴다는 의미라고 학교 측은 설명했다.

정현태(65) 경일대 총장은 “장애인을 비롯해 사회적 약자를 지원하고 보호하는 것 역시 대학의 책무다. 이렇게 고마운 사람이 세상 어디에 있겠느냐”며 “기부 자산은 신씨의 뜻처럼 학생들을 위해 모두 사용하겠다”고 말했다.

경산=김윤호 기자 youknow@joongang.co.kr

김윤호 기자 kim.you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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