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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英메이 "검은돈 1.4조로 정부 지지 샀다" 비판 직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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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당 정부 출범 위해 북아일랜드 민주연합당 지지 얻는 대가로 지급

스코틀랜드와 웨일스 분권정부들 "우리는 안주고?" 비난

연합뉴스

英 보수당 소수정부 출범…민주연합당과 협상 타결



(런던=연합뉴스) 황정우 특파원 =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보수당 소수정부 출범을 위해 북아일랜드 지역 정당인 민주연합당(DUP)과 타결한 협상을 둘러싸고 영국내 분권정부들에서 비난이 일고 있다.

보수성향 일간 더타임스는 27일(현지시간) 협상 타결 소식을 전하면서 '메이가 검은돈 10억파운드(약 1조4천500억원)에 지지를 샀다'는 제목을 달았다.

민주연합당이 보수당 소수정부를 지지하는 대가로 2년간 북아일랜드에 10억파운드를 추가로 지출한 것을 꼬집은 것이다. 북아일랜드 주민 1인당 354파운드(약 51만원)에 해당하는 돈이다.

메이 총리는 알린 포스터 민주연합당 대표와 협상을 타결지은 뒤 전날 총리실 앞에서 비판적인 시선을 의식한 듯 두 정당은"많은 가치를 공유한다"며 합의는 "매우 좋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메이 총리는 민주연합당의 10석을 얻는 대가로 북아일랜드에 인프라, 보건, 교육 등에 10억파운드를 추가로 주기로 약속했다. 민주연합당은 북아일랜드 분권정부를 이끄는 두 정당 중 하나다.

메이가 주도한 조기 총선에서 보수당은 318석을 얻어 하원 과반(326석)을 상실했다.

이에 메이 총리는 민주연합당 지지를 통해 보수당 소수정부 출범을 꾀했다. 협상 타결에 따라 의장·부의장단 등 표결에 참여하지 않는 의원들을 고려하면 실질 표결 기준으로는 절반을 넘는 13석의 의석을 확보했다.

협상 내용이 공개되자 또 다른 분권정부인 스코틀랜드와 웨일스가 즉각 반발했다.

분권정부들에 공평하게 재정을 지원토록 하는 오래된 원칙인 이른바 '바넷 공식'에 어긋난다고 비난했다.

노동당이 이끄는 웨일스 분권정부의 각료인 카윈 존스는 10억파운드를 "약한 총리를 유지하고 흔들리는 정부를 유지하기 위한 검은돈"이라고 비난했다.

스코틀랜드 분권정부를 이끄는 스코틀랜드국민당 의원으로 영국 하원 SNP 원내대표인 이언 블랙포드는 바넷 공식에 따라 "우리의 공평한 몫"을 받기 위해 싸우겠다고 했다.

스코틀랜드와 웨일스 분권정부들은 올가을 예산안 편성 때 추가 지원을 요구하겠다는 태세다.

더타임스는 주민 1인당 기준으로 이미 북아일랜드가 세금 기여도에선 가장 낮은 반면 공공지출은 가장 많다고 설명했다.

신문은 메이 총리가 약속한 돈의 일부는 단기적으론 비상예산에서 충당되겠지만 궁극적으로는 잉글랜드 납세자들이 더 많은 부담을 지는 게 불가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보수당을 지지한 일간 텔레그래프도 익명의 민주연합당 관계자들을 인용해 2년 뒤 민주연합당이 이번 합의를 검토할 때 더 많은 현금을 요구할 것임을 시사했다고 보도했다.

텔레그래프는 "민주연합당이 보수당에 대한 지지를 대가로 커다란 금액을 뽑아냈다"고 보도했다.

영국은 잉글랜드·스코틀랜드·웨일스·북아일랜드 등 4개 지역으로 구성된 연합국가다. 이중 잉글랜드를 제외한 나머지 지역은 분권정부와 의회를 두고 있다.

jungw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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