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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상자 2개를 포갠듯…창도 없지만 늘 햇빛 가득한 이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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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꿈꾸는 집은 어떤 것일까. 누구나 집에 대한 로망이 있죠. 하지만 정작 자신이 원하는 집에 대한 해답을 찾으려면 막막한 게 현실입니다. 땅집고(realty.chosun.com)가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공동으로 한국의 아름다운 집을 골라 소개합니다. 이 시리즈를 통해 그 막연함이 조금이라도 구체화되기를 바랍니다.

[한국의 아름다운 집] ⑪ 경기 판교신도시 ‘블랙박스’(black box)

조선일보

경기도 성남시 판교의 '블랙박스'는 집 내부를 도로의 시선으로부터 차단했다. /사진= 진효숙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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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뒤쪽에서 바라본 '블랙박스'. 뒷편도 창을 최소화했다./사진= 진효숙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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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성남시 판교신도시의 수많은 집들 중 대부분은 낮에도 커튼을 치고 지낸다. 지구단위계획으로 인해 담장 설치가 안되고 도로에 접한 건축지정선 때문에 프라이버시(사생활)에 침해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블랙박스(Black Box) 건축주 역시 프라이버시 문제를 가장 걱정했다. 도로에서 내부가 들여다 보이는 창이 없기를 원했다.

문제는 채광과 통풍 문제를 해결할 창(窓)이었다. 우리는 수평으로 얇고 긴 환기창을 계획해 건물 전체를 두 개의 덩어리로 나눴다. 두 덩어리 사이로 드러난 경량목구조 스터드(기둥과 기둥 사이에 놓이는 작은 수직재)는 경쾌하고 진솔한 구조미를 드러낸다.

경쾌한 스터드를 따라 내부로 들어가서 가장 먼저 만나는 것은 중정(中庭)이다. 정면이 북향이고 주변 다른 집들로 둘러싸인 가운데 내부에 독립적인 마당을 갖고, 동시에 채광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중정을 뒀다. 복잡한 도심 속 포근한 마당이자 내부와 연결되는 거실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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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입구에서 중정이 보인다. 중정으로 들어온 빛은 양옆으로 퍼져 집안을 비춘다./사진= 진효숙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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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에서는 보이지 않도록 집 내부에 중정을 만들어 채광 문제를 해결했다./사진= 진효숙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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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내부에서 바라본 중정./사진= 진효숙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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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개의 박스(box)중 아래 부분은 퍼블릭(public) 성격의 박스(box)이다. 가운데 중정을 둘러싸고 있는 주방, 식당, 손님방은 건축주 가족은 물론 손님들에게 언제나 열려있는 공간이다. 반면, 윗부분은 건축주 가족만을 위한 프라이빗(private) 성격의 박스이다. 이러한 두 성격을 연결해주는 계단은 매우 중요한 전이 공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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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색을 바탕으로 블루톤의 싱크대를 설치해 세련된 느낌을 살렸다./사진= 진효숙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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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이 공간을 하나의 방과 같이 해석했다. 이곳은 오르내리는 계단이자 책을 읽을 수 있는 의자이며 영화를 보는 A/V(시청각)룸이고, 동시에 뛰어노는 놀이방이다. 서로 다른 성격의 두 개의 박스는 이렇게 조화를 이루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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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 1층과 2층의 계단은 책을 볼 수 있도록 설계했다./사진= 진효숙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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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 1층과 2층의 계단에 앉아 영화도 보고 뛰어놀 수도 있다./사진= 진효숙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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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박스는 2x6 경량목구조로 시공된 주택이다. 처음부터 정갈한 벽돌집을 구상했지만 건축가의 욕심으로 경량목구조에 비합리적인 외장재를 선택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따라서 구조에 무리없는 전돌(점토를 틀에다 찍은 다음 건조시키거나 구운 벽돌) 타일을 선택해 오히려 솔직하게 재료를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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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에 바라본 판교 '블랙박스'. 윗박스와 아랫박스 사이로 스터드와 불빛이 보인다./사진= 진효숙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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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지위치: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판교동
지역지구: 도시지역, 제1종전용주거지역, 제1종지구단위계획구역
주건축물: 단독주택 1개동
지상1층: 85.28㎡ (25.80평)
지상2층: 98.09㎡ (29.67평)
건축면적: 104.81㎡ (31.71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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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균 유타건축사사무소 대표


김창균(47) 유타건축사사무소 대표는 서울시립대 건축공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2006년 ㈜리슈건축사사무소 공동 대표를 거쳐 2009년 유타건축사사무소를 열었다. 서울시립대 겸임교수이자 서울시 공공건축가이다. 2011년 ‘젊은 건축가 상’을 수상했다. 주요 작업으로 포천 피노키오 예술체험공간, 서울시립대 미디어센터와 정문, 모악 상가주택, 상상어린이공원 화장실, 카페 ‘Be(비)’ 등이 있다.

[김창균 건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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