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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내 가족 살린 외국인이라도 차별하실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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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목숨까지 바쳐 한국인을 돕는 외국인들의 사연이 눈길을 끈다. 하지만 외국인들을 보는 한국인들의 눈에는 여전히 '색안경'이 끼워진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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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리랑카 출신 근로자 니말 씨 [사진 출처 = 매경DB]


지난 23일 화재현장에서 90대 할머니를 구한 스리랑카 출신 불법체류 근로자 니말 씨(38)는 불법체류에 따른 벌금을 면제받고 치료 비자를 받았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대구출입국관리사무소에 따르면 니말씨는 22일 출입국관리사무소를 찾아 벌금 480만원을 면제 받았다. 또 법무부는 화재 때 이웃을 구하다 다친 니말 씨에게 6개월짜리 치료 비자를 승인 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12일 제3차 의사상자 심사위원회에서 니말씨를 의상자로 인정하기도 했다.

경북 군위군 고로면 한 과수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니말씨는 지난 2월 우체부가 "아랫마을 조 할머니(90) 집에 불이 났다"는 우체부의 외침을 듣고 불길 속으로 뛰어들었다. 조 할머니는 무사히 구조됐지만 니말 씨는 얼굴과 폐 등에 심각한 화상을 입어 중환자실에 입원했다. 아직도 기침을 하면 기관지에서 검정색 이물질이 나오는 등 지속적인 치료가 필요한 상태다.

하지만 니말씨는 "어머니가 불 속에 있다고 생각한다면 불법체류자라는 걸 따질 겨를이 어딨냐"며 "고국에 계신 우리 어머니, 한국 어머니 모두 같은 엄마다"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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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군위에서 화마를 뚫고 한 할머니의 생명을 구한 외국인 청년 니말 씨가 입원했을 당시의 모습 [사진 출처 = 매경DB]


니말씨는 간암에 걸린 어머니 치료비를 마련하기 위해 5년째 한국에 머무르고 있다. 그동안 차별과 부당한 대우도 많이 받았다.

니말씨를 비롯해 스리랑카인들을 돌봐주는 대구 스리랑카 사원 스님은 "니말은 원래 인천의 한 케미컬 회사에서 일했는데 회사가 비자를 안 내주려고 해 불법체류를 하게 된 것"이라며 "그 시기 니말의 가족이 많이 힘들어졌고 니말은 어머니의 병원비를 벌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한국에 머무르게 됐다"고 말했다.

스님은 이어 "니말 외에도 많은 외국인 근로자들이 일터에서 내쫓기거나 비자를 제때 받지 못하는 등의 부당한 대우는 이루 말할 수 없이 많다"고 덧붙였다.

지난 3월에는 부산의 한 대형마트 주차장에서 어린이의 차량 사고를 막으려던 외국인 부부가 오히려 인종차별을 겪었다는 내용의 글이 소셜미디어(SNS)상에서 퍼져 논란이 일었다.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에게 알림"이라고 시작하는 이 글에는 콜롬비아인 A씨(43)가 겪은 인종차별과 경찰의 부적절한 대응을 지적하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한국 생활 16년차인 A씨는 부산의 한 대학에서 교수로 근무했고 현재 유기동물 보호활동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A씨에 따르면 A씨 부부는 마트 주차장에서 뛰다가 차에 치일 뻔한 아이를 향해 조심하라고 소리를 쳤다. 그런데 아이의 할아버지는 고맙다고 말하기는 커녕 "왜 고함을 지르냐"며 항의했고 이 과정에서 두 사람은 몸싸움을 하게 됐다. A씨는 "왜 너희가 우리한테 신경을 쓰냐"며 "이 아이는 너희 아이가 아니다"라는 말과 함께 "개XX" 등의 욕설을 들었다고 토로했다.

상대는 A씨를 폴란드 출신으로 착각해 '폴란드 새X'라고 말하더니 국적이 확인되자 "폴란드보다 못사는 나라잖아. 콜롬비아 새X야"라는 발언도 서슴없이 했다는 것.

A씨는 "한국인과의 대립을 피하세요"라며 "절대 타인의 삶에 개입하지 마세요. 타인을 도와주려고도 하지 마세요"라고 당부했다.

요즘 온라인에서는 '외국인'과 '바퀴벌레'의 합성어인 '외퀴'라는 용어가 쓰이는 것을 볼 수 있다. 외국인 관광객이나 외국인 아이돌 팬을 비하하는 말이다. 일부 누리꾼은 파키스탄인을 '파키벌레'나 '바퀴스탄'이라고 칭하거나 베트남인을 '트남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런 용어는 대부분 백인보다 피부색이 검거나 발전이 더딘 나라의 사람들을 칭할 때 사용된다.

과연 이 외국인들이 내 가족의 생명을 구해줄 수도 있는 사람이라면 회사에서 부당하게 내쫓고 욕설을 퍼부으며 외퀴라고 비하할 수 있겠는가.

[에디터 김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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