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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다가오는 超저유가 시대…韓 산업계가 웃지 못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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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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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하락, 겉으론 좋지만 산업계 전체로는 긍·부정혼재
-산유국 경제침체 조선·건설은 직격탄
-장기적 저유가는 정유, 유화에도 악재
-SUV 판매 늘지만 美 금리인상…신흥국 경기침체 우려
-항공은 항공유 가격 하락에 수익성개선.. 금리인상시 영향 상쇄


[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최근 국제유가가 하락하면서 심리적 지지선인 배럴당 45달러를 밑돌며 향후 30달러선까지 내려가는 초(超)저유가 시대가 도래할 것이 예고되고 있다. 유가는 환율, 금리, 원자재 값 등과 함께 한국 산업계의 가격경쟁력과 채산성을 좌우하는 중요한 대외변수다. 급격한 유가상승 뿐만 아니라 급격한 유가하락 모두 대외변수에 취약한 산업계로서는 반갑지 않는 상황이다.

26일 산업계에 따르면 국제유가가 급격히 하락하면 자원에 경제를 의존하는 중동과 동남아, 중남미, 러시아 등 신흥국의 경제의 침체를 가져온다. 신흥국 경제로의 수출비중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우리나라로서는 유가하락이 선진국 경제의 회복을 가져오지 않는 대신 신흥국 경제를 침체시키기 때문에 바람직하지 않는 신호다.더욱이 미국의 추가 금리인상이 예고되고 있는 점도 신흥국 금융불안 및 경기침체가우리나라의 수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언뜻 생각하면 유가하락은 물가하락으로 이어져 소비심리와 소비여건을 개선시킬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유가부담이 줄어드는 비용을 투자하거나 소비로 연결시킬수 있다. 하지만 속을 좀더 들여다보면 초저유가는 초고유가와 마찬가지로 산업계와 국내경기에 마냥 좋은 것은 아니다.

국제유가가 급락하면 산유국으로서는 석유개발에 나설 필요가 없다. 석유수요도 줄어든다. 석유를 시추하거나 석유제품을 실을 배를 새로 만들 필요가 없다. 건설ㆍ조선업계의 피해가 예견되는 대목이다. 초저유가가 계속되면 석유개발로 돈을 버는 산유국은 수입이 줄어든다. 구매력이 떨어지고 이미 발주한 사업의 납품대금 결제도 쉽지 않게 된다. 조선업계가 해양플랜트로 대규모 부실을 경험하고 구조조정을 한 것은 고유가 상황이 저유가로 반전됐기 때문이다.

저유가에도 정제마진을 남기며 어닝서프라이즈(깜짝실적)을 써온 정유와 석유화학은 어떨까. 정유와 유화업계가 가장 바라는 유가는 일정한 범위 안에서의 변동폭을 유지하는 것이다. 정유와 유화업계는 모두 해외에서 원유를 들여와 정제한 뒤 석유제품을 수출하는 구조다. 만약 고유가 시기에 원유를 들여와 저유가 시기에 팔면 손해를 보지만 저유가 시기에 들여와 고유가 시기에 팔면 이익을 본다. 저유기 시기에 원유를 들여와 저유기 시기에 이익을 낸 것은 정제마진이 손익분기점 위에서 형성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원유가격이 낮아도 해외 석유제품 소비와 수요가 줄어들면 정제마진이 줄어들고 원유 재고부담이 커질 경우 더 낮은 가격으로 팔 수 밖에 없다.

자동차는 초저유가로 혜택을 본다. 유가하락은 기업의 투자와 가계의 소비를 확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해 자동차 판매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특히 전세계적인 휘발유를 쓰는 세단보다 기름을 더 먹지만 인기가 높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열풍을 더욱 부채질할 수 있다.

휘발유, 경유보다 비싼 항공유를 사용하는 항공업계도 항공유의 가격하락에 따라 수익성 개선을 기대할 수 있다. 유류할증료가 줄면 해외여행객의 부담도 조금 덜어진다. 하지만 저유가가 산유국들의 경제 위기로 이어지면 여행수요가 줄어들 수 있다.

이경호 기자 gung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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