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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구글이 실패한 안경, 페이스북·애플이 살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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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ch Talk-87] 매일 아침 회의를 한다. 참석 인원이 20여 명 되는데, 절반가량은 안경을 쓰고 있다. 새삼 안경의 보편화에 놀랐다. 그러고 보니, 개인적으로 우리 가족 중 나만 빼고 아내와 두 아들 모두 안경을 쓰고 있다. 아내는 안경을 쓰지 않은 나를 진심으로 부러워하는 것 같은데, 얼마 후에는 안경을 쓰지 않은 사람들의 희소성이 강조되는 때가 올지도 모르겠다.

뜬금없이 안경을 이렇게 들먹거리는 이유는 앞으로 주목받을 웨어러블 기기로 안경이 언급되고 있기 때문이다. 시력을 교정하고 눈을 보호하기 위해 얼굴에 걸치는 그 기기 말이다. 새삼스러울 것은 없다.

매일경제

Google Glass/사진제공=구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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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은 2013년 초 '구글 글라스'라는 이름의 스마트 안경 제품을 선보인 적 있다. "OK 구글!"하고 말하면 안경 앞에 달려 있는 초소형 모니터를 통해 검색, 촬영, 이메일 확인 등을 할 수 있는 웨어러블 기기였다. 이 제품은 제한된 사용자에 한해 무려 1500달러(약 170만원)의 비싼 값에 판매되기도 했다. 구글은 이렇게 사용자들 분위기를 슬쩍 떠보면서 상용화 시도를 하기도 했다.

하지만 반발이 엄청났다. 사생활 침해 논란이 일었기 때문이다. 미국 언어학자 놈 촘스키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는 "구글 글라스가 인간의 삶을 파괴할 것"이라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결국 구글 글래스는 상용화 단계까지 가지는 못했다. 왜 아니겠는가. 이런 제품을 쓰고 있는 사람이 앞에 있다고 생각해 보라. 그가 안경으로 나를 몰래 찍고 있거나 내 정보를 파악하고 있을지 모른다고 생각하면 기분이 좋을 리 없다. 미국의 한 술집은 "구글 글라스를 쓴 사람은 입장 불가"라고 페이스북에 올려 불쾌감을 표시했다.

그렇게 애물단지였던 안경이 요즘 새롭게 부상하고 있다. 물론 그냥 안경은 아니고 스마트 안경이다. 다만 지난번 구글 글라스처럼 웨어러블 컴퓨터 기능을 하는 기기 쪽은 아니고, 증강현실(AR)과 결합한 제품으로 우리에게 성큼 다가오고 있다. 일단 스포츠 분야에서 AR 안경은 톡톡히 제몫을 다하고 있다.

미국 코핑은 사이클 미국 올림픽 대표팀에 '소로스'라는 AR 안경을 공급하고 있다. 선수는 이 안경을 통해 자전거와 신체에 붙인 각종 센서에서 발생하는 데이터를 즉각 확인할 수 있다. 코치도 선수 데이터를 활용해 경기력 향상 프로그램을 개발할 수 있다. 네덜란드의 한 회사는 골프 퍼팅 연습용 AR 안경을 선보여 주목을 받고 있다.

이렇게 틈새시장 위주로 입지를 넓혀 가던 AR 안경은 페이스북, 애플 등 거대 정보기술(IT) 기업들과 만나면서 돌연 스포트라이트를 받기 시작했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4월 자사 개발자대회인 'f8'에서 "AR를 탑해한 안경이 TV와 스마트폰을 대체할 것"이라며 페이스북의 안경 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그는 앞으로 사람들이 굳이 만나지 않더라도 AR 안경을 쓰고 현실 세계와 똑같은 만남을 가상 세계에서 실현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애플도 AR 스마트 안경을 곧 선보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아이폰 차기작으로 안경이 선택됐다는 분석이다.

미국 주요 언론들도 "애플이 AR 기술을 구현한 '아이글라스'를 개발했다"면서 이런 관측에 힘을 싣고 있다. 구글이 실패한 안경 시장에서 애플과 페이스북은 어떻게 다른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된다.

[최용성 모바일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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