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19 (금)

[취재석]이대호 비난? 두산의 매너가 우선이다

댓글 1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스포츠서울

롯데 이대호가 17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17 KBO리그 넥센과 롯데의 경기 1회초 첫 타석에 나서고 있다.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잠실=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지난 주말 롯데 이대호(36)가 때아닌 태도 논란에 휩싸였다. 지난 23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7 KBO리그 두산과 정규시즌 원정경기 직후 오재원을 불러 몇 마디 한 것이 화근이었다.

8회초 공격 때 볼넷을 골라 걸어나간 이대호는 이우민의 2루수 땅볼 때 오재원의 태그로 아웃됐다. 굳이 달려오던 주자를 태그하기 위해 가지 않아도 이닝을 마칠 수 있는 상황이었다. 더군다나 두산이 크게 앞선 상황이었던데다 오재원이 이미 3회초 손아섭의 땅볼을 잡아 신본기를 태그해 눈살을 찌푸리게 했던 이력이 있었다. 경기 후 이대호가 오재원을 불러 몇 마디 주고 받았는데 이른바 ‘꼰대 논란’으로 확대 재생산됐다. 이대호는 24일 잠실 두산전에 앞서 “경기를 장난처럼 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얘기했다. (오)재원이와 친하기 때문에 그 자리에서 풀고 넘어가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둘은 1회말 1루에서 조우해 포옹으로 오해를 불식했다.

단 하루, 단 한 번의 플레이로 상대에게 불만을 터트리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것이 오해이든, 실제든 앙금이 쌓이고 쌓여 터지기 마련이다. 국가대표로 한 솥밥을 먹은 이대호와 오재원이 사전에 가벼운 대화로 빈볼이나 벤치클리어링 등 다른 사태로 확산되는 것을 방지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롯데 입장에서 보면 경기를 ‘장난처럼 한다’는 오해를 살 만 한 장면이 이미 몇 차례 있었기 때문이다.

스포츠서울

2017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 NC 다이노스의 경기가 16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NC 모창민이 2회초 무사 1루 권희동 타석 때 도루를 시도했지만 아웃되고 있다. 두산 2루수는 오재원.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지난 9일 울산 문수구장에서 7회말 이대호가 두산 유격수 김재호 정면으로 꽤 강한 타구를 때렸다. 낮게 날아오던 라인드라이브 타구를 원바운드로 잡아낸 김재호는 한 바퀴 빙글 돌아 1루에 송구했다. 송구 밸런스가 잡히지 않았는지 강하게 뿌리는 송구가 아니라 캐치볼 하듯 큰 포물선을 그리는 송구가 됐다. 국가대표 유격수인 김재호의 감각적인 송구로 볼 수도 있지만 사력을 다해 1루로 달린 이대호 입장에서는 기분 나쁠 수도 있는 장면이었다. 발이 느리기 때문에 캐치볼 하듯 손목으로만 던져도 아웃시킬 수 있다는, 비약하면 조롱당한 기분이 들 수도 있는 장면이었다. 공교롭게도 이 장면 이후 롯데 이대호나 최준석을 상대로 내야수들의 이른바 ‘캐치볼 송구’가 종종 눈에 띄었다. 캐치볼로 타자주자를 아웃시키고 나면 멋쩍음으로 포장된 내야수들의 미소도 뒤따랐다.

미국 메이저리그 뉴욕 메츠의 요에니스 세스페데스(32)와 호세 레이예스(34)는 지난 22일(한국시간) LA 다저스와 원정경기에서 홈런 타구를 바라보며 천천히 그라운드를 돈 야시엘 푸이그를 경기 도중 불러 세웠다. 5회말 수비를 나가던 세스페데스와 레이예스는 더그아웃으로 돌아가던 푸이그를 불러 세워 ‘홈런 타구를 쳐다보며 천천히 베이스를 도는 게 상대방에 얼마나 무례한 행동’인지를 설명했다. 메츠 1루수 윌머 플로레스는 “경기를 존중하지 않는 느낌을 받았다”며 공개적으로 푸이그의 행동을 질타했다.

야구 문화의 차이라는 점을 차치하더라도 유독 이대호의 행동이 비난 여론에 휩싸인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두산은 국가대표 내야수를 다수 보유한 챔피언팀이다. 반면 롯데는 큰 기대속에 시즌을 출발했지만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스포츠에서 강자가 약자에 할 수 있는 최선의 배려는 ‘최선을 다하는 플레이’뿐이다.
zzang@sportsseoul.com


[기사제보 news@sportsseoul.com]
Copyright ⓒ 스포츠서울&sportsseoul.com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